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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들의 따듯한 환대에 마음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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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들의 따듯한 환대에 마음 끌린다
  • 정윤석
  • 승인 2015.03.26 2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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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단에 빠지는 이유와 그 후, 신도들의 삶
▲ 신천지에 빠져 가출했던 한 여성. 이만희 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필자는 중학교 2학년 때 교회 생활을 하게 됐다. 처음 다녔던 그 교회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사탄의 역사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문제가 발생할 때, 몸이 아플 때,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치곤 했다. 예를 들면 이랬다. 두통이 심해졌다. 그러면 “머리를 아프게 하는 사탄은 물러갈지어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머리 속이 어지러웠다. “혼란을 주는 악한 사탄은 물러갈지어다!” 교회에서 배운대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심지어 누나나 남동생을 향해서도 그 말을 했다는 점이다.

누나가 어떤 말을 했는데 조금 옳지 못하거나 내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면 “사탄아 물러갈지어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누나나 남동생도 마찬가지로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사탄아 물러가라!”고. 나는 할 말이 있었다. “내가 ‘사탄아 물러가라’고 한 건, 누나를 향해 그런 게 아니야. 누나의 마음 가운데 역사하는 사탄을 향한 거야.” 누나의 답변은 간단했다. “나도 그래!”

내가 ‘사탄아 물러갈지어다’고 할 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당하고 나니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었다. 그 후로 ‘사탄 쫓아내는 시늉’을 중단했다. 그리고 사람은 마음과 뜻과 목숨과 힘을 다해 사랑해야 할 대상이지, ‘마성’(魔性)을 들여다보고 쫓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것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린 거 같다. 어렸을 때, 가족을 상대로도 ‘사탄아 물러가라’고 할 수 있었던 건, 당시 다녔던 교회에서 마태복음 10장 36절(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을 강조했기 때문인 듯하다. 이 말씀을 근거로 가족 가운데 사탄의 역사가 있을 것이고, 가족들을 주의해야 한다는 식으로 목회자가 설교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가족 중에 ‘원수’, 사탄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쉽게 가족을 정죄하게 된 것이다.

이단에 빠지면 처음 생기는 일이 있다. 이 세상, 사람(가정), 사물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점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이 아름답게 뒤바뀐다. 윤종신의 ‘환생’, 제목이 참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그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다시 태어난 것 같아요. 내 모든 게 달라졌어요. 그대 만난 후 새사람이 됐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게 된다. 그런데 이단에 빠진 사람은 이 세상에 대한 관점이 악마적으로 바뀌게 된다. 특히 이것이 ‘가정’, ‘가족’을 대상으로 바뀐다는 점은 큰 문제다.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가정에 대한 시각을 바꾼다는 점에서다.

이단들의, 따뜻한 환대에 마음 끌린다

▲ 순교자의 사명으로 전도사명 감당하자는 신천지측 신도들

필자는 이단문제 전문지 <교회와신앙>에 근무하던 2007년 3월, 교주신격화 이단단체에 있다가 탈퇴한 4명의 사람들을 안산 상록교회(진용식 목사)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게 있다. 이단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깨진 것은 가족관계였다고 한다. 그들은 이단단체에 들어가면서 ‘이단 말씀’을 듣지 않은 사람은 모두 자신들을 방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 근거는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는 말씀 등이다. 미가서 7장 5~6절(너희는 이웃을 믿지 말며 친구를 의지하지 말며 네 품에 누운 여인에게라도 네 입의 문을 지킬지어다 아들이 아버지를 멸시하며 딸이 어머니를 대적하며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대적하리니 사람의 원수가 곧 자기의 집안 사람이리로다), 마태복음 10장 36절(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이 가족을 적대시하는 것으로 악용되는 대표적 구절이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의 제자, 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당할 어려움, 그것도 가장 가까운 가족들로부터 겪을 환란과 어려움을 말씀하시며 그것을 강조한 어법으로 사용하신 것이지 가족을 원수, 곧 사탄으로 생각하고 대적하라는 말씀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와 인터뷰한 사람들은 이단에 빠졌을 때 쉽게 ‘가족=그리스도의 진리를 방해하는 원수’로 인식했다고 말한다.

김수민(가명, 22세): 가족을 내가 사랑해야 하는 정상적 관계로 보지 않았다. 진리의 말씀을 듣는 나를 방해하고 대적하기 위해 사탄이 사용하는 도구라고 생각했다. 특히 내가 다닌 단체는 나와 가까운 사람을 통해서 사탄이 더 역사하기 때문에 가족들을 가장 조심하라고 가르친다. 완전히 2분법적 사고를 강조해서 말씀을 들은 사람과 안 들은 사람으로 나눈다. 그 중에 가족이 가장 가깝기에 가장 조심해야 하고 내 마음을 가장 약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항상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켰다. 이런 생각이 형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강의를 들은 후 엄마가 엄마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생각이 빨리 형성된 편이다("그 땐 내 부모를 사탄의 도구로 여겼다", <교회와신앙>, 2007년 3월 13일자 기사).

김수민 씨의 설명을 근거로 하면, 역으로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족관계가 돈독한 사람은 이단단체의 ‘가족 해체’적 시각 주입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이단단체에 몰입해가는 속도 또한 더딜 것이라는 점이다. 반대로 가족관계가 돈독하지 않은 사람은 이단에 몰입해 가는 과정이 매우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기존에 유지됐던 가족 관계를 위협적으로 여기게 되는 것과는 반대로, 이단단체를 ‘대체 가정’으로 생각하며 깊게 몰입해 간다.

이민서 씨(가명, 24)는 시골에서 자라다가 어머니의 교육열로 혼자 서울로 올라오면서 친척집에서 생활하며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은 경우다. 이 씨는 시골에서 올라온 탓에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촌뜨기’로 불렸다. 수업이 끝나고 친척 집에 들어와도 마찬가지였다. 조카들과 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촌뜨기 주제에!··· 여긴 네 집이 아니야, 우리 집에서 나가!”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 말들은 이 씨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줬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왔지만 맞벌이를 하였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도 없었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부모님과의 관계는 서먹서먹해졌다.

게다가 부모님이 서울 생활에 실패하면서 생활고와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부모님들의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 씨가 피해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부모님은 욕설과 함께 매를 대고 심하게 이 씨를 때렸는데 집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 친구들 앞에서까지 가리지 않았다. 이 씨는 점점 내성적인 성격에 두려움과 수치심을 갖고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삭이는 데 익숙한 사람으로 자라갔다. 그런 이 씨는 캠퍼스에서 교주를 보혜사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미혹을 받게 된다.

사람을 신격화하는 이 단체의 문제점은 이 씨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들보다 그들이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줬다는 점이었다. 이 씨에게 이 단체는 새로운 영적 가족이었다. 성경을 공부하다가 정통교회는 영적 암흑에 빠져 있는 반면 자신은 구원의 반열에 들게 될 것이며 뭔가 특별한 일을 경험해도 크게 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이렇게 구원받은 사람들이 이 곳 말고는 없다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과는 말이 안 통했다. 내부 사람들과만 원활한 대화가 가능했고 ‘우리만이 진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씨는 더욱 그 단체에 몰입해갔다.(‘상처받은 영혼은 이단 바이러스 온상’, <교회와신앙>, 2006년 7월 14일자 기사).

▲ 총회 장소에 나타나 포교 중인 이단단체 신도들

“전 10년 동안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했지만 이토록 따뜻함을 느껴 보지 못했어요···.” 문희영 씨(가명, 25)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이단단체라는 것을 알아 D단체의 출석을 중단한 상태지만 그곳에서 받았던 신도들과의 친밀함은 가슴 따뜻한 경험이었다.

“그곳에 갔을 때 사람들은 이곳만이 진리라면서 이 진리의 자리를 찾아온 사람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말해줬어요. 그동안 어디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 느낌 속에 살아왔던 저같은 사람도 인정받고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방황하던 마음이 비로소 평안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로 인해 낮았던 자존감이 회복되는 것 같았고 강한 특권의식을 갖게 됐죠. 새신자인 저는 그 단체에서 특별한 존재였어요. 이사를 할 때는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저에게 D단체 신도들이 모두 손과 발이 돼 주었어요. 이사비용은 그들을 대접하는 것 말고는 들지 않았어요. 친구가 필요할 때면 저와 대화하고 놀아줬어요. 맛있는 음식도 아낌없이 베풀어 줬고 새로운 가족 공동체와 같이 따스하게 대해줬답니다. 외로운 객지 생활을 하는 저에게 가족보다 더 친근한 사람들이었습니다.”(‘찰거머리 포교 한 번 물면 안 놓는다’, <교회와신앙>, 2006년 7월 3일자 기사).

신자관리에 있어서 이단단체의 관계적 측면은 식구 이상이다. 따스하고 친절하며 절친한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마치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모습처럼 끈끈하게 관계를 유지한다. 이런 이유로 주변에서 ‘잘못됐다, 이단이다’는 지적이 있어도,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현실보다는 실제적 도움을 받기 위해서 이단단체에서 발을 빼내지 못한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이단단체, 이러한 가족 같은 결속력이 이단단체를 성장시키는 요인중 하나다.

여기서 아쉬운 대목은, 위에 언급한 문희영 씨(가명)나 이민서 씨(가명) 등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다가간 건, 이단단체였다는 점이다. 만일 그때 그 상황에서 정통교인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고, 위로하며 다가갔다면 문 씨나 이 씨 모두 그리스도인으로서 더욱 만족스런 신앙생활을 하게 됐을 것이란 점이다. 그 타이밍에, 그들의 친구가 돼 준건, 이단들이었다.

이단들은 정상적 가족관계는 해체하고 대신 신도들에게 ‘대체가정’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일부 이단 단체에서 가출 사태가 벌어져 사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버지보다 더욱 권위가 강한 영적 가정의 권위자가 가출을 은근히 부추기거나 가출자를 영웅시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단에 빠진 사람은 부모의 권위보다 소위 영적 가정의 리더들의 권위를 더욱 높게 여긴다.

▲ 로날드 인로스 교수(Ronald Enroth, 웨스트 몬트대 사회학)

로널드 인로스 교수(Ronald Enroth, 웨스트 몬트 대학 사회학)는 ‘많은 상처를 받고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문제있는 단체에 잘 들어갈 뿐만 아니라 쉽게 나오지 못한다’고 분석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건전하지 않은 거의 모든 교회들은 가족들, 특히 부모와의 관계를 최소화시키려고 한다. 그러한 교회의 청년들은 새로운 ‘영적인 가족’을 가지게 되었다고 배우며, ‘부모’ 역할을 하게 될 교회 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교회에 대한 충성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며 가족에 대한 몰입은 무시되거나 영적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간주된다(역주- 학대적인 교회는 말씀을 인용하되, 말씀의 문맥적 의미나 본질적 의미를 벗어나 구성원을 통제하려는 자신들의 목적대로 말씀을 곡해 또는 조작하여 해석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교회 구성원들의 삶을 황폐화시키거나 착취하며, 이에 따르지 않는 구성원들에게는 죄책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로널드 인로스 저/ 이현정 역, <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두란노, 1996, 32p)

포교 활동으로 내던져지다

▲ 길거리에서 포교중인 이단단체 신도

이단들은 신도들에게 대체 가정으로서의 안정감을 부여한 뒤 극단적 포교의 현장으로 내몬다. 그것은 이단 단체의 ‘미래’가 성공적인 포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이비종교와 영적 착취 집단들은 현대 세계에서 인간의 결손감과 불안감을 간파해 내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문명이 낳은 수많은 질병과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공허감에 맞추어 여러 교화 방법과 부분적으로는 구원론까지도 수십년에 걸쳐 고안해 냈다. 이들의 미래는 교세의 확장과 새신도들의 성공적인 모집에 달려 있다.”(위고슈탐/ 송순섭 역, <사이비종교- 그 마력과 중독성에서 벗어나려면>, 홍성사, 1997, 51p).

몇 년 전 추석 때였다. 교인 명패가 붙은 필자의 집 벨이 울렸다. 인터폰을 들었더니 중학교 1~2학년 쯤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말씀을 공부하자’며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민속 명절에도 그들은 한 사람이라도 더 포교하기 위해 다니고 있었다.

서은아 씨(24, 가명)는 2004년도에 교주를 재림주로 믿는 A단체에 빠졌다. 가가호호 집을 방문하며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사람들에게 집 문을 열어 주고 응해 준 것이 화근이었다. 가족들 몰래 이단단체 신도들을 집으로 불러 한달 동안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정도 쉬지 않고 성경공부를 했다. 교회를 다녔지만 이단단체 사람들과 지내니 교주를 하나님으로 믿는다는 것에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 이런 단계가 지나자 A 단체는 곧바로 서 씨를 포교 현장으로 내보내기 시작했다.

학생이었기 때문에 포교는 주로 방학기간을 이용했다. 오전에 일어나 A단체의 집회 장소에 도착해서 설문조사지를 들고 신도들과 짝을 지어 거리로 나섰다. A단체에서는 포교하기 힘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들, 그것도 교회 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포교대상으로 하라고 가르쳤다.

기독교인들의 문화의식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는 식으로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포교는 밤 8시가 될 때까지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기성교회의 타락상을 알려주고 그럴 때일수록 하나님의 자녀들이 말씀을 많이 알아야 한다며 하루에 20여 명의 기성교인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아냈고 이들의 연락처로 성경공부를 하자는 메일이나 전화 연락을 시도해서 자신들의 단체로 끌어들였다. 한 달에 많게는 3명, 적어도 1명 정도는 기성교회 교인들이 연결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했다. 새신자로 등록하게 되면 이들과 함께 밤낮을 함께 놀고 공부하고 대화하며 친분을 쌓아갔다.

이러한 생활패턴은 서씨가 A단체에 몸 담고 있는 2년 동안 거의 변함없이 되풀이 됐다. 거의 딴 생각을 품을 겨를조차 없었다. 포교가 끝난 밤 9시에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집회 장소에 모여 교제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집에 가면 시계바늘은 자정을 넘어가곤 했다. 때로 김밥 한 줄로 하루 끼니를 대신할 때도 있었고 차비가 없어서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간 적도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생활 가운데도 서 씨는 진리를 알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감을 느꼈다고 말한다.

2년 동안 서 씨는 개인의 사생활은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포교 활동에 얽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경험은 서 씨뿐만이 아니다(찰거머리 포교 한 번 물면 안 놓는다, <교회와신앙> 2006년 7월 3일자 기사).

오영신 집사(37, 가명)도 교주를 하나님으로 믿는 B단체에 몸담고 있는 1년 동안 매일 매일을 포교활동에 몸과 마음을 바치며 살았다고 회상한다. 오 집사가 포교에 매달린 시간은 오전 10시 30분에서 오후 4시까지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였다. B단체에 있는 동안 한 아파트 단지를 정해 놓고 걸어 다니면서 포교를 했기 때문에 집에 가면 파김치가 됐다. 당연히 집안 살림은 물론 아이들 교육까지 등한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오 집사의 포교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아니 식을 줄 몰랐다는 게 아니라 식을 수가 없는 이유가 있었다.

▲ 공원에서 포교 중인 이단단체 신도

이는 이들이 몸담고 있었던 이단단체들이 갖고 있던 독특한 교리 때문이었다. 오 집사는 “구원받는 무리 중에도 큰 무리와 작은 무리 즉 14만4천이 있는데 후자들이 천국의 영광을 모두 누리는 자들이라고 배웠다”며 “영광된 구원을 누리는 무리에 들기 위해서는 이단단체의 공적 집회에 참석하는 것만 아니라 매일 거리로 나가 포교해서 사람을 데려 오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원과 포교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관계였던 것이다(위의 기사). 2년여를 이단단체에서 보낸 서은아 씨는 “내가 있는 단체에서는 열매가 없는 나무는 찍어서 불에 던지우리라는 말씀을 근거로 전도하지 않으면 구원받을 수 없다고 가르쳤다”며 “구원을 받고 지옥 불에 들어가지 않으려면, 즉 생명책에 기록되려면 매일 설문지를 들고 거리로 나서야 했다”고 고백한다.

기성교인들이 엄두도 내지 못할 일부 이단단체 신도들의 초인적 포교 활동의 근본적인 이유에는 포교를 해야 생명책에 기록되거나 14만4천의 무리에 포함된다는 특수한 교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 교리를 갖고 이단신도들은 대체 가정으로 여기게 된 단체의 일부로서, 포교 활동에 내몰린다.

포교활동시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거나, 또는 종말·환란의 시대에 얻게 될 궁극의 구원에 대해 설명한다. “사이비 종교는 이들에게 구원의 세계, 곧 ‘궁극적 진리’와 현세와 내세의 문제들로부터 해방될 것을 약속한다. 사이비 종교는 종교적 ‘패스트 푸드’ 처방법을 사용함으로써 추종자들이 일상생활에서 환상을 가지고 살게 한다. 셀제로 영적착취집단들은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의 다양한 모순들을 견뎌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완벽해 보이는 신비적, 종교적 반대 세계를 제시한다.··· 그리하여 이들은 정신적, 정서적 집단에 자신을 내맡기고 예속당한다. 이제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은 가려지고, 허구의 세계 주위에 둘러쳐진 울타리는 아주 촘촘해져서 정신의 감옥을 형성한다”(위고슈탐/ 송순섭 역, <사이비종교- 그 마력과 중독성에서 벗어나려면>, 홍성사, 1997, 45p).

열성적으로 포교하는 사람들은 언제 자신들의 실체가 발각될까? 황당한 경우가 많다. 교주 신격화 단체에 빠진 주부의 예다. 이지연 씨(45, 가명)는 자녀와 5개월에 걸쳐 안상홍 증인회에 다녔지만 남편은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오전 10시 정도에 나가 4시에는 안증회에서의 활동을 마무리를 하고 집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탈없이 5개월을 지났는데, 아이가 엄마의 실체를 자연스레 드러냈다. 아이가 아빠랑 밥 먹기 전에 기도를 했다. 아이는 기도를 하면서 “거룩하신 그리스도 안상홍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라고 해서 탄로가 난 경우였다.

열성적으로 빠져있으면서도 이들의 열심은 가족들에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설령 드러난다 해도 이미 깊게 빠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타지로 유학을 보낸 부모의 경우 자녀들의 신앙 생활을 정말 유심히 체크해야 한다. 이단에 빠질 경우 그들은 심리적으로 ‘자기 생각’을 갖지 못하고 이단단체에서 지시하는 것만 맹종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 중에 이단에 빠진 사람들이 제일 잘 지키는 금과옥조는 “가족들에게 이곳에서 성경공부하는 걸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당부다. “하나님과 당신이 나눈 진리의 말씀은 비밀인데, 이것이 새어 나가면 사탄이 뺏어간다는 황당한 궤변을 순진한 신도들이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람들은 왜 이단에 자꾸 빠지나?

지금까지 언급한 이단에 빠진 사람의 대부분은 우리들과 함께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던 사람들이다. 필자에게 이단문제로 상담하는 분들 중 이런 문제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저와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며 울고 웃던 사람인데요, 언제부터인가 OOO에 빠져 교회를 나오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처럼 이단에 빠지는 사람들의 태반이 정통교회 교인이었다. 정말 안타깝고 기괴한 일이다. 왜 교회에 다니던 사람들, 그것도 내 곁에서 신앙생활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이단에 빠지게 된 걸까?

조쉬 맥도웰(죠쉬 맥도웰·돈 스튜어트, 이단종파, 1989년, 기독지혜사, 15~17페이지 요약)은 첫째, 이단들은 불안한 마음에 확신을 준다고 설명한다.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인간의 마음도 불안하기 마련이다. 불확실한 세상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단 종파의 자극적인 교리들은 확고하도고 권위적인 답변을 제공해 준다. 어떤 여성이 말했다. “누가 내 곁에서 ‘예’와 ‘아니오’를 명확히 구별해 주었으면 좋겠어. 내게는 그런 사람이 너무너무 필요해. 자기 자신도 확고한 신념이 있고 또 나에게도 굳은 확인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야.”

▲ 매년 성경세미나를 여는 박옥수 씨

불행하게도 이 젊은 여인은 그 후 오래지 않아 그야말로 자신의 희망대로 매사에 굳은 확신을 주는 것 같은 어느 이단 종파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그들을 계속 찾아가서 나에게 닥친 모든 문제에 대하여 그들에게 물었다. 그때마다 그들은 내 모든 문제를 알고 그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정말 그들은 내 문제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었다.”

둘째, 인간의 기본 욕구를 해소시킨다.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 안정된 소속감을 제공해 준다. 가정에서 소속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도 사춘기와 청년기에 이단에 빠지기 쉽다. 이단 교주는 안전감과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육적’ 가정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젊은이들은 ‘영적’ 가정에서 소속감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셋째, 성도들은 이단에 대한 상식이 부족하고 어긋난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단의 종류는 많아지고 있다. A이단이 있으면 이 곳에서 빠져 나온 또다른 사람에 의해 금방 B라는 이단단체가 파생된다. 한국에 어떤 이단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떤 단체가 이단으로 규정됐는지 모르는 경우, 정통교회 교인들이 호기심 때문에 이들과 성경공부를 하다가 이단에 빠진다. 이단에 대한 상식을 갖추고 과도한 호기심을 절제한다면 교인들이 이단에 빠지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이단에 대한 상식은 이단대처 특강을 통해 쉽게 공급받을 수 있다. 서울에 있는 대형교회 한군데서 이단대처 특강이 진행됐다. 이단특강을 한지 3개월 후 그 교회 청년이 상록교회를 이단 상담차 방문했다. 고민을 털어놓으며 하는 말, “저는 이단특강을 들었는데 동생이 듣지 않았어요. 동생이 최근에 이단에 빠진 것을 알게 됐어요.”(정윤석, <이단에 빠지지 않는 복된 신앙>, 대림문화사).

이단대처는 예방이 최선이다. 이단에 대한 상식을 키우는 데는 이단대처 특강이 최고다. 특강을 접하기 어려우면 믿을 만한 이단 비판 서적 등을 사서 읽어보고 이단에 대한 상식을 넓혀 보자. 그리고 이단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은 적당히 컨트롤 해보자. 날렵한 고양이가 느릿한 개들보다 road kill 발생률은 훨씬 높다는 점을 기억하자. 어긋난 호기심이 고양이를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는 아직까지 이단비판 서적을 읽다가 이단에 빠진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또, 이단 대처 특강을 듣다가 이단 교주가 됐다는 사람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목회자들의 적절한 지도하에 이단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정통교회의 복음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선명한 신앙을 갖게 될 것이다.

넷째, 구원의 확신이 없고 교회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원의 확신, 바른 복음에 대한 확신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는 확신은 이 세상을 더욱 당당하게 사는 힘이 된다. 그뿐 아니라 이단들의 공격을 능히 이겨낼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확신이 없는 사람이 이단의 미혹의 손길이 뻗쳤을 때 지푸라기처럼 허물어지는 것이다.

모 교회 집사가 길을 가다가 버스 광고를 보고 필이 꽂혔다. 대전에서 진행하는 ‘죄사함과 거듭남의 비밀’이란 집회였다. 너무 가고 싶었다. 목사님께 전화했더니 “이단단체의 집회다”며 “가지 말라”고 막았다. ‘목사님이 뭐 그렇지’라고 생각했던 이 집사는 집에 와서도 계속 그 문구가 생각났다. 결국 남몰래 그 집회를 갔다. 그리고 말씀을 듣고는 기성교회에는 복음을 가르치지 않고 이곳에 참 복음이 있다며 이단에 빠지고 말았다.

이 집사는 이단에 가서 잘못된 구원의 확신을 얻어버린 경우다. 만일 이 집사가 원래 다니던 교회에서 만족스런 신앙생활을 하고 구원의 확신이 있었다면, 그리고 거듭남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면 이단에 빠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큰 교회는? 이단도 포함을 시킨다면 10대 교회 중 상당 수의 단체가 들어가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이단, 그것도 교주를 신격화하는 단체 중에도 정통교회 부럽지 않은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곳이 있다. 이만희 씨를 보혜사, 구원자, 이긴자로 믿는 신천지만 해도 서울의 요한 지파만 1만 2천여명을 상회한다.

갈수록 이단들이 대형화하면서 이단 신도들은 더욱 포교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 반대로 정통교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매스컴의 보도는 지금도 줄을 잇고 있다. 여러모로 성도들이 이단들의 접근에 노출되기 쉬운, 안타까운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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