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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①] 무분별한 교회 건축, 곪았던 상처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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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①] 무분별한 교회 건축, 곪았던 상처 터지나
  • 기독교포털뉴스
  • 승인 2013.02.0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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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리한 교회 건축, 이대로 좋은가?'

본지(뉴스미션, www.newsmissin.com)는 2013년 ‘한국교회, 다시 희망을’이라는 커다란 주제 아래, 한국교회가 풀어가야 할 주요 현안들을 매월 기획특집기사를 통해 다루기로 했다. 1월 신년기획 ‘교회 세습’에 이어 2월 특집기획의 주제는 ‘교회 건축’이다. 무리한 교회 건축으로 인한 병폐와 현상을 들여다보고 그 대안을 짚어봄으로써, 한국교회가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한국사회에 부동산 붐이 일면서 교회도 건축 바람이 불었다. 수년 사이 새로 짓는 예배당의 수는 급증했지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교회 재정도 어려워져 건축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이에 따라 교회들이 건축을 위해 받은 금융권의 대출과 이자는 수조 원대에 육박하고 이를 갚지 못한 교회들이 파산 위기에 몰렸다. 교회 건물이 경매를 통해 매각되고 심지어 이단 교회에 넘어가는 사례도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기획특집 ‘무리한 교회 건축, 이대로 좋은가’의 첫 번째는 이러한 실제 사례를 통해 한국교회의 무리한 건축으로 인한 폐해를 들여다봤다.

 

▲한국교회가 무리한 예배당 건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막대한 은행권 대출을 감수하면서까지 추진되던 교회 신축이 이제 곪았던 상처를 드러내듯 파산 위기와 경매로 넘어가는 교회들이 속출하고 있다.ⓒ뉴스미션

건축 준비하는 교회, 헌금 모으는 데 ‘열중’

교회의 본질인 영혼 구원, 선교에 매진해야 할 교회들이 예배당 건축에 목숨을 걸고 있다. 번듯한 예배당 건축은 곧 영혼 구원을 위한 ‘필수 사역’이라는 왜곡된 논리로 더 큰 교회, 더 멋진 건물을 짓기 위해 여념이 없다.

건축을 준비하는 교회의 주보에는 구제와 선교헌금보다 건축헌금 작정과 건축을 위한 기도로 빼곡하다. 담임목사는 설교를 통해 ‘교회 건축에 쓰임받는 성도가 복 받는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부천에 위치하고 있는 ㅇ교회는 3년째 교회 건축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달 말 건물 신축을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한 해 동안 교회는 예배당 신축에 집중했다. 건축 기공을 위한 헌신예배는 물론이고 매주 금요일에는 건축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가졌다. 기도회에는 담임목사가 나서 예배당 신축의 필요성과 십일조, 건축헌금의 중요성을 설교했다.

교회는 가장 먼저 예배당 신축에 필요한 35억 원의 건축비를 모아야 했다. 교회는 이를 위해 특별건축헌금 계좌를 만들고, 교인 각자에게 성전건축 돼지저금통도 나눠줬다.

서울시 뉴타운 지역의 ㅅ교회도 종교 부지를 받아 기존 규모의 3~4배 큰 새 성전을 건축했다. 수십억 원의 건축비 대출을 내기 위해 교회 직분을 맡고 있는 장로, 권사, 집사들에게 2천만 원, 1천만 원, 5백만 원의 헌금 약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교회를 떠난 성도들도 상당수 나타났다.

은행빚 져서라도 예배당 신축하는 교회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감당하면서까지 예배당을 건축하는 교회들은 이외에도 부지기수로 많다. 하지만 거대한 규모의 건축대금을 성도들의 헌금만으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때문에 교회는 건축비의 부족분을 금융 대출로 막아 빚을 져가며 건축을 진행한다. 한 건축사 관계자는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들이 기존 재산이나 헌금보다 대출에 의지해 성전을 짓는다”고 밝혔다.

충남 서산의 ㅅ교회는 새 예배당을 건축하면서 50여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성도들이 많아지면 헌금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매월 2~3천만 원의 은행 이자를 감당하는 것조차 벅찬 상황이 됐다.

성도들의 헌금이 이자로 다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만 있던 교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대출원금 뿐 아니라 이자 상환도 제때 하지 못해 부도 위기를 맞아야만 했다.

이같이 교회 대출 사례가 늘고 그 규모가 늘자, 지난 해 금융감독원은 50개 상호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교회 대출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대출금액은 총 4조 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대출규모 2백조 원 중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상호금융회사 외 1,2 금융권을 합치면 교회 대출은 총 1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자만 해도 수백억 원이다. 비공식 대출까지 포함한다면 원금과 이자 총액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지 매입과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 교회는 수십억 원의 금융 대출을 받고, 원리금 상환 때문에 재정 압박에 시달린다.ⓒ뉴스미션

대출 원리금 갚지 못해 파산, 경매로 넘어가

은행 대출금과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해 경매로 넘어가는 교회도 상당수다.

한 부동산업체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1월부터 10월까지 법원 경매로 나온 순수한 교회 건물은 66건 정도로 파악됐다. 한 달에 6~7개의 교회가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경매물로 나오는 것.

교육관 및 복지시설 등 교회가 갖고 있는 부속시설까지 포함하면 10개월 간 교회 관련 법원 경매물은 총 100여 건을 훌쩍 넘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2000년 대 중후반 부동산 활황기 시절, 대출을 받아 건물을 증축했거나 신축한 이후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해 경매로 넘겨지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며 “경기침체 장기화 여파가 종교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정 압박 못견디다 건물 통째 이단에 매각하기도

교회가 건축으로 심각한 재정 압박에 시달리다 결국 이단 종파에 건물을 팔아넘기는 웃지 못할 사례들도 발생한다.

경기도 성남 은행동에서 개척한 ㅁ교회는 성남 도촌동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개발지역에 땅을 얻어 예배당 건축을 시작했다.

80억 원대의 건축을 마치고 교회를 이전했지만, 얼마되지 않아 건물을 안상홍 증인회에 팔고 나왔다. 건축을 위해 대출받은 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 번듯하게 지어진 거대한 교회 건물은 ‘하나님의교회’ 간판을 달고 이단 종파의 포교 거점으로 전락했다. ㅁ교회는 그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른 건물을 리모델링해 이름을 바꾸고 다시 교회를 시작했다.

이같이 교회 건물이 경매에 나오거나 매각될 경우, 이단 종파에 쉽게 넘어가는 이유는 건물의 특성상 일반 사업 용도로는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교회들 역시 매물로 나온 교회 건물을 사들이기에는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기에 예배당 매각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리한 건축으로 인한 은행빚과 부도 위기에 내몰린 교회, 예배당을 고스란히 이단 종파에 넘겨주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나며 무분별한 교회 건축의 병폐가 곪은 상처가 터지듯 나타나고 있다.

무조건 큰 건물만 신축하면 교인이 늘고 교회가 성장할 것처럼 착각하는 목회자들의 인식도 바뀌어야겠지만 그 이전에 교회가 존재하는 근본 목적은 무엇인지, 예배당 건축만이 교회의 진정한 사역을 이루는 길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경기도 성남 도촌동 아파트 단지에 들어선 안상홍 증인회. 이 건물은 ㅁ교회가 예배당을 지어놓고도 은행빚으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에 이단 종파에 판 예배당이다.ⓒ뉴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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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본지 제휴 <뉴스미션> 2013년 2월 3일자 윤화미 기자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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