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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은혜교회 원로 홍정길 목사“한국교회 문제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정윤석  |  unique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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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2.14  16: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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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당시 홍정길 목사

12년만의 인터뷰다. 기자는 <교회와신앙>이 주간으로 발행되던 시절 홍정길 목사와 인터뷰를 한 경험이 있다. 2001년 5월경 남서울은혜교회에서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를 만났었다. 당시 60세였던 홍 목사는 이제 72세가 됐다. 2013년 2월 6일 홍 목사는 스트라이프 청색 정장에 회색 조끼를 입고 방한화(어그부츠 종류)를 신고 기자를 맞았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
홍 목사는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전 부탁을 했다. 한국교회 문제와 관련해서는 말하지 않겠다고. 그 단서를 갖고 만났지만 홍 목사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말은 “(한국교회의 문제로)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한국교회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다. 그러나 사실 홍 목사의 부모와 같은, 때론 자식과 같은 한국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문제이기에 어떤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10년여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선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라고 고백했던 그다. 이젠 그저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고희가 된 그에게 미안함에서 이젠 아픔으로 다가온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말 외에 그가 이을 말이 없을 정도로 그는 한국교회 문제를 아파했다. 그러면서 홍 목사는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성도들에게는 섬기라고 가르치면서 자신은 어느덧 황제가 돼 군림하는 것이 한국교회 목회자라는 것이다. 그는 목회 세습의 문제도 언급했다. 직접 세습을 못하면 교차 세습을 하는 풍조라고 한다. 나름 ‘꼼수’다. “내가 네 아들을 우리 교회로 청빙할 테니 자네는 내 사위를 받아주게.” 이런 식의 교차 세습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홍 목사의 지적이다.

   
▲ 세월은 10여년이 지났지만 한국교회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렇듯 변화가 없는 현장에서 말씀을 전하는 게 그로서는 고역이라고 토로했다. 홍 목사는 “목회자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한국교회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한다. 홍 목사는 변화없는 현장 대신,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나는 현장을 좋아한다. 칠순의 원로 목사이지만 그가 여전히 아끼고 사랑하는 현장은 코스타(KOSTA)대회(KOrean STudents All Nations, 유학생 선교운동단체)다. 20대 젊은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앞에서 비전을 발견하게 하는 그 현장이 가장 사랑스럽다. 젊은 친구들은 인생의 방향을 제대로 바꿔주기만 하면 그 방향으로 가려는 의지와 열정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홍 목사는 코스타를 “시간나는대로 최우선으로 삼는 대회”라고 소개했다.

   
▲ "한국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

한국교회를 말할 때 무겁게 가라앉았던 홍 목사의 목소리는 코스타를 이어 장애인 사역과 남북나눔운동에 대해 말하면서 솟구치기 시작했다. 비로소 환한 웃음들이 나왔다. 얼굴에서 기쁨과 보람도 느껴졌다. 웃음도 나왔고 몸짓도 커졌다. 한국교회에 대해 말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됐다.

“물질적 성공이 아닌 변함없는 가치를 잡아야”
장애인 사역은 한 어머니의 기도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 발달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기도 모임에서 “하나님, 나 죽기 1년 먼저 저희 아들 좀 데려가 주세요”라고 누군가 기도했다. 또, 어떤 기도원에서 자녀의 치유를 위해 참석했다가 장애아동이 죽기도 했다. 죽음을 슬퍼해야 할 터인데···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아이가 죽은 부모를 부러워했다. 홍 목사의 마음 깊이 절망이 찾아왔다. “하나님, 얼마나 참혹한 기도입니까? 아이가 먼저 죽게 해달라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자녀가 죽은 부모를 부러워하는 부모들이 어디 있습니까? 이 참혹한 슬픔과 절망을 끝내 주소서.”

강남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 목사는 자폐아 학교인 밀알학교를 세운다. 이 말을 하며 홍 목사는 “돈을 잡지 말고 ‘가치’를 붙잡고 살라”고 말한다. 그래야 교회든, 성도든 이 사회에 감동을 준다는 설명이다. 남서울은혜교회 임만호 장로(월간 <창조문예>대표)의 예도 들었다. 임 장로가 좀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홍 목사를 찾아왔다. 월간지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쌍수를 들고 말렸다. 고 하용조 목사가 <빛과소금>을 발간하던 시절 3년 정도 도와줬던 기억 때문이었다. 매달 책을 한 권 낸다는 게 피를 말리는 작업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정말 힘들다며 만류했다.

   
▲ 장애인 사역과 남북 나눔운동에 대해 말할 때에야 비로소 그의 표정은 환해졌다

홍 목사의 만류에도 임 장로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월간 <창조문예>를 시작했다. 1~2달에 돈 천만원이 우습게 깨지는 일이다. ‘얼마간 하다 문 닫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창간한 지 15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얼마 안 있으면 200호가 나온다. 홍 목사는 임 장로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장로님, 돈보다 귀한 가치를 찾고 꽉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바다는 냇가의 작은 지류를 마다하지 않는다'(상단의 좌측 첫번째 액자)

매달 1~2천만원이 들어가지만 창조문예를 계속 발간하며 이 사회의 정신적 자양분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줬는지, 또 문예인들이 활동할 터전을 만들어 줬는지···. 그 사실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홍 목사는 “돈이 목표가 되는 삶, 세속적 성공이 목표가 되는 삶을 살면 결코 바른 삶을 살지도 못하고 감동을 주는 삶도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통일을 위해 북한을 품는 넉넉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미국 대통령 링컨의 예화를 즐겨 사용한다. 미국의 남북 전쟁은 참혹한 전쟁이었는데 그 전쟁 후 마치 전쟁이 없었던 것처럼 갈등과 상처가 봉합됐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넉넉한 마음이 자리했다고 한다.

   
▲ 오정현 목사가 보낸 화분

전쟁 막바지에 남군은 식량 보급로를 차단당해 아사 직전에 있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는 남군에게 링컨은 식량을 공수하라고 명령했다. 국방장관이 반대했다. “세계전쟁사에 적군에게 식량을 공급한 예는 없습니다.” 그러자 링컨은 “저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미국 국민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넉넉한 마음, 자기 희생의 정신이 북한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게 홍 목사의 견해다. 그는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은 중단돼선 안된다며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통일 정책을 향한 진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핵문제’와는 별개의 차원으로 지속되고 또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홍 목사의 서재에는 몇 가지 눈길을 끄는 물건들이 있었다. 날렵한 붓글씨로 갈겨 쓴 액자가 걸려 있다. 의미를 묻자 홍 목사는 “바다는 작은 지류를 마다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바다처럼 이 세상의 작은 것 하나라도 품어가며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홍 목사의 친구가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커다란 백자 항아리도 눈에 띄었다. 몇 가지 물건 중 오정현 목사가 보낸 생일 축하 화분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오 목사를 책망하고 때론 꾸중할 수 있는 두 명의 목회자가 한국에 있다. 그중 한 사람이 홍정길 목사, 그리고 또 한사람이 이동원 목사다. 오정현 목사가 보낸 화분은 홍 목사의 책상 바로 옆에 위치했다. 그 화분에서 홍 목사의 후배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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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길 목사는 1942년 전남 함평에서 출생했다. 한국 복음주의운동 1세대로서 별세한 옥한흠·하용조 목사, 지구촌교회를 은퇴한 이동원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 4인방으로 일컬어졌다. 남서울은혜교회 담임을 끝으로 37년간의 담임목회 사역에서 은퇴했다. 현재 남서울은혜교회의 후임은 박완철 목사다.

홍 목사는 숭실대 철학과와 총신대 신학과를 나왔고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무를 역임하다 1975년 서초구 반포동에서 남서울교회를 개척했다. 장애인 전문 목회를 위해 안정적인 남서울교회를 떠나 1996년부터 수서동에서 남서울은혜교회를 개척했다. 북한돕기운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에도 기여했다. 홍 목사는 앞으로 경기도 가평에 건립할 선교사은퇴마을에서 선교사를 위한 사업에 힘쓸 계획이다. 또한 밀알복지재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그동안 펼쳐온 대외 활동도 계속 이어 나갈 예정이다.
<교정 재능기부> 이관형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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