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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50주년 기념콘서트가 제 품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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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 50주년 기념콘서트가 제 품안에 들어왔습니다”
  • 정윤석
  • 승인 2009.08.10 0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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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홍 대표이사 (주)펀앤쇼엔터테인먼트


민태홍 대표이사(32, 펀앤쇼 엔터테인먼트)는 공연기획사 대표 중 가장 젊은 층에 속한다. 그는 2003년, 26살 되던 해 사업의 첫발을 내디딘 후 지금까지 굵직한 공연들을 무대에 선 뵈어왔다. 올해만도 이미자 50주년기념콘서트, ‘희야’ 등의 히트곡을 남긴 록밴드 ‘부활’의 25주년 기념콘서트를 기획·제작했다. 최근에는 여름시즌 인기공연으로 자리 잡은 볼쇼이아이스쇼를 무대에 올렸다. 모두 민 대표이사가 몸담고 있는 펀앤쇼엔터테인먼트의 기획이었다.

32세의 기획사 사장으로서 올린 무대치고는 상당히 규모 있고 스케일 큰 공연인 것이다. 민 대표이사는 이러한 굵직한 공연을 기획한 것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그러나 그 속내를 살펴보면 삶의 과정 과정마다 그는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겪어 왔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민 사장이 처음 하고 싶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교회에서 드럼을 치며 찬양을 하는 게 너무 좋았다. 음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가 너무 심했다. 결국 선택한 것이 경영학이었다.

대학을 다닐 때 그의 가슴 속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다는 허무함이 자리했었다. 1학년 때는 학교에 거의 가지 않았다. 성적이 올 F학점이었을 정도다. 드럼치고 노래하며 거의 1년을 보냈다.

대학 재학시절에 사업에 손을 대보기도 했다. 돈가스 전문점을 열었다. 경영학 수업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브랜드에 코카콜라 등 외식사업체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배우면서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외식사업체를 경영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도 입주했던 건물이 분양사기로 부도가 나면서 문을 닫게 된다. 1년 반만의 일이었다.

민 사장은 이 과정을 통해 ‘돈이 무섭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사업을 하면서 내 마음 속에는 오로지 ‘돈 생각’이었어요.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게 돈이라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내가 돈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돈이 저의 삶을 지배했던 때예요.”

민 사장은 돈가스 사업을 접었을 때 “도저히 망할 것 같지 않은 사업이 왜 망해야 했는지 너무 괴로웠다”며 “수없이 많은 날들을 ‘하나님 왜 이런 경험을 하게 하셨나요?’라며 원망하며 기도했었다”고 회상했다.

“하나님은 ‘돈을 많이 벌게 해 주시면 당신을 열심히 섬기겠습니다’는 저의 거짓고백에 속지 않는 분이셨습니다. 하나님은 돈을 벌기 이전부터 당신을 섬기는 저를 원하셨던 거예요. 돈을 벌기 이전부터 저의 삶을 지배하기 원하셨던 거죠.”

이런 실패를 맛봤을 때 민 사장은 주변의 시선이 너무 따가웠다. ‘거봐라!’는 사람들, ‘기도했는데도 망하지 않느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보이는 듯했다. 더 힘든 것은 “세상에 나가 다 실패한 것은 결국 목회를 하라는 하나님의 뜻 아니겠는가?”라는 말이었다.

민 사장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기도를 하다가 방언을 받고 성령체험을 했다.
“하나님은 제게 친구 같은 분이셔요. 늘 그분과 교류하며 기도하는 게 저의 신앙의 뿌리이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저보고 ‘신학을 해서 목사가 되라’고 권했어요. 사업도 안 되고 실패했을 때 훌쩍 미국의 한 신학대에 입학하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기도해도 소명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았어요.”

사업에 손을 댔다가 이미 망해본 경험이 있는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 쯤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짐을 쌌다. 기도원으로 직행했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금식기도를 했다. 기도할수록 하나님께서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 주실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다시 시작하는 사업에 하나님의 축복이 임할 것이라는 감동도 왔다.

사업에 대해 고민하던 그를 음대 졸업을 앞둔 친구가 찾아왔다. 가장 친한 친구였다. “나 음악 안한다. 길이 없다. 근데 요즘 공연 기획이 뜬다고 하는데 그것을 해보고 싶다.” 한 번도 생각해 본 바가 없는 분야였다. 그런데 친구의 말에 민 사장의 귀가 번쩍 뜨였다. 마음 가운데 “공연 기획이란 걸 해 본 적은 없지만 교회 수련회, 여름 성경학교 기획하듯이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못할 일도 아니었다. ‘일단 도전해 보자.’

자본금은 1천만 원이었다. 지인의 사무실을 빌려서 친구와 공연기획사를 차렸다. 펀앤쇼 엔터테인먼트의 출발인 것이다. 사무실에서 전화통화를 하면 옆 사무실에까지 들릴 정도로 열악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즐거움으로 일을 시작했다. 첫 작품은 조정현 콘서트였다. 그 후로 이승환, 박효신 콘서트를 기획했다. 공연 기획의 경우 콘서트의 티켓 발매를 통해 들어오는 수익으로 수지타산을 맞춰야 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펀앤쇼는 다른 엔터테인먼트사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고속성장을 시작한다. 현재는 대중가수, 뮤지컬, 전시 컨벤션 등 쇼 비지니스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시키고 있다. 짧은 시간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민 사장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에 순종하면서 열심히 기도하며 회사를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특히 2008년 연말에는 그에게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다. 그것은 바로 ‘이미자’란 상품이었다. 이에 대해 민 사장은 “하나님이 주셨다”고 말한다.

“이미자 선생님(그는 줄곧 이미자 씨를 ‘선생님’으로 호칭했다)은 연륜이 있으신 가요계의 대선배세요. 그분의 무대는 이미 담당하는 공연기획사들이 모두 정해져 있어요. 그 기획사 담당자들, 매니저들이 전부 이 바닥에 잔뼈가 굵은 분들이에요. 저희 같은 기획사는 감히 모셔볼 엄두도 내기 어려운 분이죠.”

그런 민 사장이 조영남 콘서트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조영남 씨의 매니저는 이미자 씨의 매니저도 보고 있었다. 펀앤쇼가 기획한 공연을 마음에 들어 했던 매니저가 이미자 50주년 기념 콘서트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처지였던 그에게 슬쩍 정보를 흘려줬다. “이미자 선생님이 12월에 무대가 전혀 없어. 내년에 있을 50주년 기념 콘서트 준비 때문에 그런 건데···. 비수기인데다가 스케줄도 비어 있으니 내가 말만 잘하면 무대를 만들 수도 있을 거 같은데···.”

민 사장의 귀가 번쩍 뜨였다. 속된 말로 몇 억을 싸들고 가야 모실 수 있는 가요계의 대선배다. 결국 민 사장은 매니저를 통해 이미자 디너쇼를 열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이 공연이 대히트를 치면서 초대박을 터뜨렸다. 이미자 50주년 기념콘서트는 그렇게 민사장의 품으로 들어왔다. ‘젊은 사람이 인상 깊게 무대를 만들었다’는 것이 디너쇼에 대한 이미자 씨의 촌평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씨는 50주년 기념 콘서트까지 펀앤쇼에 맡기겠다고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미자 선생님의 50주년기념 해외순회공연이 곧 시작돼요. 이 때문에 저는 눈코 뜰새 없이 바쁩니다. 콘서트에 팬들이 보통 열광하는 게 아니에요. 특히 국내보다 외국에 나가면 더해요. 그분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마다 어르신들은 시대의 추억들을 담고 있어요. 그 추억들이 노래마다 주마등처럼 지나간대요. 공장에서 일하면서, 야근을 하면서, 흑백TV를 켜 놓고 보던 시대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옛 사랑···. 팬들이 모두 울다가 나가는 게 이미자 50주년 기념 콘서트입니다. 그 어떤 청춘스타들의 공연에서도 볼 수 없었던 거예요.”

민 사장은 이러한 공연을 통해 문화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스럽게 느껴가고 있다. 그는 “사탄이 가장 먼저 빼앗아 간 영역이 문화다”며 “그 세속화된 문화를 하나님의 것으로 장악해 가는 것이 작은 소망이고 이를 위해 훈련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가 최근 너무 분명하고 정확하게 문화의 힘을 느끼고 있어요. 문화는 정치, 경제, 외교 문제가 풀 수 없는 것들을 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요. 문화는 한 나라의 고유한 이미지를 단 한 번에 바꿔 놓기도 해요. 대표적인 예가 일본에서 ‘욘사마’로 불리는 배용준 씨의 ‘겨울연가’예요. 일본 현지에 가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뿌리 깊이 가졌던 한국에 대한 무시와 편견을 접할 수 있어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거 같았던 이 인식이 ‘겨울연가’라는 작품을 통해 소개된 배용준 씨로 인해 많은 전환을 가져왔어요. 이 작품은 일본에서 에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됐어요. 도쿄돔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일본 전역에 생중계 되고요. 배용준 씨의 겨울연가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 일본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한국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정치·외교·교육·경제 등 어떤 분야도 없습니다. 오직 문화뿐입니다.”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문화의 힘을 알기 때문에 이 세상 문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문화 비지니스 시장에서 더욱 더 성장하려는 비전을 품고 있다. 또한 펀앤쇼가 공연기획, 쇼 비즈니스 분야의 한두 손가락에 손꼽히는 위치에 있다는 점 또한 감사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영향력을 갖고 이제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미국, 중국 등 세계 시장으로 하나님께서 그 영역을 넓히시고 있다고 말한다.

민 사장은 펀앤쇼의 공연이 올라갈 때는 그 도시를 위해서 기도한다. 밤 11시에 집에 들어가면 1~2시간은 기도하고 잠자리에 든다. 어떻게 사업하는 사람이 매일 밤 그렇게 기도하고 잘 수 있을까?

“제 이모부가 목사님이에요. 이모는 사모님인데 밤마다 전화해요. ‘네가 기도하지 않으면 사업을 어떻게 이끌려고 그러느냐?’는 거예요. 귀찮아서 핸드폰과 유선 전화기를 모두 꺼놓은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12시가 넘은 밤중에 집에까지 찾아오시더라구요. ‘네가 기도 안하면!!!’으로 시작하는 이모의 눈물어린 권면에 저는 기도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모는 제 영적 멘토이자 스승이에요.”

그는 요즘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 당신이 일을 시작할 때 저도 그 일을 시작하게 하시고 주님이 마치실 때 저도 그 일을 마치게 해 주소서. 하나님의 뜻이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의 준비 되지 못함 때문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저를 늘 기도하게 하시고 준비시켜 주소서.” 그러나 “하나님, 얼마를 주시면 하나님께 쓰겠습니다.” “하나님, 저는 열심히 달려 갈테니 좀 도와주세요”라는 기도는 사라졌다. 하나님의 뜻에 자신의 의지를 맞추기 원하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기자는 민 사장에게 넌지시 일 년 매출액을 물어보았다. 민 사장은 굉장히 곤란스러워했다. 일 년에 수백억 매출을 올려도 공연 하나가 수익이 맞지 않으면 부도가 날 수 있는 게 공연기획사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매출 규모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리고 자신이 이룬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 자랑은 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가 만난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촌평을 해 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 사장은 조영남은 멋있는 괴짜·천재, 패티김은 식지 않는 열정의 가수, 이미자는 영원한 국민가수요 인격자, 주현미는 영원한 10대이자 애교덩어리 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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