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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안 되세요? 한국말로 영어 해 보세요”<한국말로 영어하기> 저자 박웅걸 목사
정윤석  |  unique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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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5.20  09: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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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걸 목사는 종종 영어에 미친 사람으로 불린다. 목사가, 예수도 아니고 영어에 미쳤다니! 그는 이런 소리를 불명예스러워할까? 아니다. 영어에 관심을 갖고 모든 정열을 쏟아온 결과 그가 쓰임 받는 영역은 점점 넓어져만 가고 있는데 웬 불명예?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박 목사는 한인교계에서 영어를 제일 잘하는 목회자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러다 보니 호주 국회의 크고 작은 회의의 통역으로 나서게 됐다. 그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한국문화 및 음악행사에 한국어와 영어 사회를 맡아왔다. 시드니의 초등학교 종교과목 교사와 시의원 종교고문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이 호주에 왔을 때 통역을 돕기도 했다. 모두 영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 목사가 ‘영어고수’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그 전에 먼저 그는 ‘진짜 쪽팔렸던 기억’ 하나를 알려 줬다.

“1991년 호주로 갔어요. 장신대 신대원 과정을 2년만 하고 도중에 호주행을 한 거죠. 영어 때문이었던 거죠. 속으로 이렇게 되뇌였어요. ‘내가 간다 호주야, 기다려라!’ 영어회화란 회화, vocabulary 등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저이기에 1~2년이면 영어는 마스터하리라 생각했어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컸죠. 그러던 제가 호주 현지에 갔을 때 ‘내 영어에 엄청나게 문제가 있다’고 뼈저리게 느끼기 시작했어요.”

박 목사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은행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은행에 있던 한 도우미가 ‘도와줄까요?’라고 물었지만 거절했다. 영어에 자신이 있어서였다. 은행직원 앞에서 영어로 “계좌를 개설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은행직원이 눈을 크게 뜨고 박 목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되물었다. “파든?” 은행직원이 말을 못 알아들은 것으로 생각한 박 목사는 다시 반복해서 “은행 통장을 개설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은행직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파든?” 그 목소리에 박 목사는 주눅이 들었다.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계좌를 개설하려고 왔다고요···.”

그러자 은행 직원이 다시 큰 소리로 몇 마디 외쳤다. 그 소리는 귀에 들리지 않았다. 큰 목소리에 은행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박 목사를 쳐다봤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도저히 “계좌 개설을 하고 싶다”고 다시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박 목사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차안에서 눈물을 쏟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열정을 쏟아 부었던 영어, 현지에서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런 경험은 유독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왜 유독 한국인이 영어를 못할까? 피지에서 온 여학생은 4개월 만에 호주에서 관광 안내 직종에서 일하는 것도 봤다.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태국인들, 필리핀인, 중국인 모두 할 것 없이 한국인들보다 영어에 능통하다.

아니 한국 말고 영어를 못하는 나라가 또 한 군데 있긴 하다. 박 목사는 그 나라가 바로 일본이라고 말한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일본에서 건너온 문법식 영어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일본 식민지 지배를 받기 전에 한국인들의 영어는 아주 능숙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법식 영어가 자리하면서부터 해외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영어공부를 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 목사가 주창한 영어 말하기 방법은 먼저 ‘섞어 영어’다. 어느 날 박 목사의 아들이 호주에서 영어가 익숙해져갈 무렵 “아버지 박물관에 ‘빈’했어요?”라고 물었다. 박물관에 가본 적 있는지를 물은 것이다. 언어 혼란 때문에 온 현상이었다. 이 말을 들으면 점잖은 한국인들은 “얘야, 빈이 오기 전에 해브 동사가 자리해야 하고···”라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영어를 섞어 쓰는 것을 문법적으로 바로 잡아주려고 하지 말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다가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영어라는 게 박 목사의 주장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필리핀 영어를 합니다. 인도 사람들은 인도 영어를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식 영어를 하면서 영어가 몸에 배는 거예요. 그런데 영어 문법이 아닌 일본식영문법을 공부한 세계 유일의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잘살면서도 영어 못하는 두 나라가 됐습니다. 같은 우랄알타이어 계열인 네팔 사람들도 영어를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둘째 ‘한영(韓英)식 사고로의 전환’이다. 박 목사는 수많은 유학생들이 다음과 같이 하소연하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목사님 한국에서 수많은 시간 회화를 공부하고 vocabulary를 띠었어요. 그런데 현지인과 영어를 하면 완벽한 문장은 고사하고 적합한 영어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이에 대해 박 목사는 “영한(英韓)식 사고” 때문에 생긴 폐단이라고 분석한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보면 한국어가 떠오르는 학생은 많다. 이게 영-한식이다. 하지만 한국어를 보면 영어가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영-한식이 아니라 ‘한-영식’이 돼야 영어 스피킹이 제대로 자리 잡는다. 그는 한국말을 공부한지 4년이 된 미국여성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녀는 너무도 능숙하게 한국말을 구사했다. 고급 단어들도 줄줄 나왔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여성은 ‘영한사전’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미국인이 영한사전을 통해 한국말을 배웠다면 한국 사람은 ‘한영사전’을 통해 더욱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목사는 한영식으로 사고를 전환하고 한영사전만 제대로 활용해도 영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된다고 말한다.

셋째, 영어의 비결은 한국말에서 나온다. 한국말은 영어를 하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드니에서 박 목사가 한국의 음악을 소개하며 진행사회를 맡았다. 영어와 한국어를 즉흥적으로 섞어 가며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했다. 쉬는 시간이 됐을 때 한 젊은이가 다가와 물었다. “사회자님께서는 어떻게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잘 하세요? 서로 헷갈리지 않으세요?”

박 목사는 영어를 공부하다 보면 한국어와 너무도 많은 유사성이 있다고 말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속담은 영어에서는 그대로 No news is good news라는 표현으로 존재한다. 당신이 보고 싶어 죽겠어요라는 연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영어에서도 I'm dying to see you다. 한국어는 영어와의 전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마음속의 생각을 영어로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게 박 목사의 주장이다.

“How are you라고 말하면 다음에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나오는 게 암기식이에요. 그런데 이 표현이 끝나면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 암기식 영어죠. 그래서 평소에 생각을 영어로 말하는 훈련을 해둬야 하요.” 진솔한 영어회화는 마음속의 생각과 느낌, 의견 등을 허심탄회하게 표현하는 능력 없이는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몇 년 전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영어에 대해 고민하는 한 학생을 상담해줬다. 자신의 경험담을 써주며 영어 잘하는 비결을 말해 준 것이다. 5일 후에 그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조회수가 6만 명이 넘었다. ‘아니 이럴 수가’ 경악 반, 호기심 반으로 또 글을 올렸다. 또 다시 3일 만에 5만 명이 들어와 그의 글을 읽었다. 이렇게 올린 글을 토대로 박 목사는 책을 한권 내게 됐다. <한국말로 영어하기>(이비톡 刊)라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영어에 ‘통’하였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목사가 목회를 잘하면 됐지 왜 영어 관련 서적을 쓰느냐는 질문도 받았어요. 그러나 영어는 내 목회와 동의어예요. 저는 목회를 하면서도 10여 년 동안 영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영어가 가능했기 때문에 나는 호주인 교회의 목사가 됐고 영어 때문에 내 인생의 그림을 여기까지 그려왔어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합니다. 죽기 전에 조금이라도 주고 나누고 가는 인생이 성공하는 인생인데 제가 깨우친 영어를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네요.”

박 목사는 한양대 음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2년을 수학한 후 호주로 갔다. 현재 호주인 교회인 라이드연합교회의 담임목사이다.

 

< 기사 제공 © 교회와 신앙(www.amennew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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