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도 일대에 아래위로 흰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들을 만나면 ‘예수왕권세계선교회’(왕권회) 사람들이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들은 하나님은 빛이시라며 그 빛이신 하나님을 표현할 수 있는 색은 하얀색이기 때문에 흰옷을 입는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단체에 예수님이 현현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자는 이 단체를 취재하면서 내심 놀랐다. 온통 흰옷을 입고 집회에 참석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10년 전의 그 날이 떠올랐다. 바로 이재록 씨의 만민중앙교회에서 1998년 7월 10일 금요철야 시간에 벌어진 ‘주님 임재 주장 사건’이다. 만민중앙교회에는 당시 왕권회보다 몇 배나 많은 인파들이 몰려 들었다. 주님이 자신들의 강단에 임재한다고 며칠 전부터 광고를 했기 때문에 그 광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든 것이다. 그 때 만민중앙교회 신도들도 왕권회 신도들과 동일하게 흰옷을 입고 몰려 왔다. 당시 주님 임재 주장사건은 이렇게 시작했다. 만민중앙교회의 담임인 이재록 씨가 강단에서 “주님, 임재하시옵소서”라며 간절히 외쳤고 수천명의 신도들이 일어서서 열광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그 때 영안이 열렸다는 몇몇 여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주님이 만민중앙교회로 임재한다며 내려오는 모습을 묘사하기 시작했다. 어떤 여자는 주님이 임재하셔서 보좌에 앉으셨는데 그 모습이 이재록 씨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이 사건이 있기 얼마 전 신도들은 이재록 씨 내외에게 공적 집회에서 큰 절을 올리는 일까지 있었다.이번에 왕권회를 취재하면서 10년 전의 만민중앙교회 사건이 떠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의 신도들이 흰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다는 것뿐만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몸을 입고 주님이 직접 현현했다고 하고 그 사람을 향해 큰절을 하고 경배하는 듯한 모습이 꼭 만민중앙교회의 모습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최근 왕권회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됐다. 예수님이 심화실 씨의 몸으로 현현했다는 것은 ‘그가 예수다’는 말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와 동일한 결과를 낳는 말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현현해 그 사람의 인격 속에 실제적으로 자리하고 있다니 그가 예수라는 말이지 또다른 무슨 의미가 필요한 것일까?
이집트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들의 지도자인 모세가 시내산에서 내려오지 않자 그 형 아론을 부추겨 ‘여호와’신을 만들도록 한다. 금 송아지를 만들어 놓고 아론은 ‘이것이 바로 우리를 이집트에서 탈출시킨 여호와’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금송아지를 향해 절을 하고 춤을 췄다. 그들은 여호와를 기뻐하며 경배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금송아지에 절한 것이다. 금송아지는 여호와가 아니기 때문이다.
왕권회의 신도들은 심화실 씨 등을 향해 큰 절을 올리면서도 ‘예수님께 경배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 사람안에 오신 예수를 경배하는 것이지 인간을 경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단체 신도들은 지금이라도 성경을 펴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금송아지’ 사건을 자세히 읽어봤으면 한다. 그리고 왕권회에서 정말 경배 받는 사람은 누구인지 깊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말만 ‘주님께 영광’이라고 외치면 그분이 영광을 받는 것인가?안타까운 것은 왕권회에 출석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범하게 우리들 곁에서 신앙생활하던 정통교회 성도들, 심지어 목회자들, 그 자녀들이라는 점이다. 기자에게 제보한 사람들은 수많은 목회자들이 왕권회에 출입하고 있다며 마음 아파했다. 왕권회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교회로 돌아가서 성도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라는 생각과 또 그들의 모습이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현주소인가라는 생각에 고통스러운 것이다.
기자는 요즘 취재하는 상황을 선배기자에게 말했다. 그리고 “흰옷입고 집회를 하는 왕권회 집회를 보니 십년 전 ‘주님임재주장사건’을 벌인 만민중앙교회가 떠오른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자 선배 기자가 “흰옷? 그거 1992년 시한부종말을 주장하던 사람들도 입었어!”라고 말했다. 이젠 흰옷 입고 교회 나오라는 목회자가 있으면 그 교회를 주의하라고 신도들에게 얘기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