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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라더니, 땅 속서 썩고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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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라더니, 땅 속서 썩고있네?
  • 정윤석
  • 승인 2006.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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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본사 기자, 자칭 재림주들의 무덤을 찾아가다

말세에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나는 그리스도라 하여 많은 사람을 미혹케 하리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경고대로 교회 역사에는 자칭 하나님 또는 재림예수라는 자들이 수두룩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져갔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 자칭 하나님·재림주들은 대략 40~50여 명 된다는 것이 이단 문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자신을 자칭 하나님, 또는 재림주라고 주장한 인물에는 대표적으로 구인회·문선명·박태선·안상홍·정명석·조희성 씨 등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사망해서 무덤에 묻혔음에도 아직까지 신도들로부터 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안상홍 씨(1985년 2월24일 사망), 박태선 씨(1990년 2월 10일 사망), 조희성 씨(2004년 6월 19일 사망), 구인회 씨(1976년 2월 28일 사망)가 그들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신격화했지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는 여호와 하나님의 추상같은 명령 앞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박태선 씨를 빼면 그들 모두 공원묘지(일명 공동묘지)에 다른 주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몇 평되지 않는 땅에 묻혔다. 박 씨만이 천부교 소유의 땅인 부산 기장 신앙촌에 매장됐다.

자칭 하나님 또는 재림주라던 그들은 일반인들과 크게 다를 것 없이 무덤 앞에 묘비와 운명한 날짜와 가족사항 등을 남겨 놓고 사라져갔다. 그들의 무덤을 찾아보았다.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일명 안상홍 증인회)의 안상홍 씨
한국교회 신도들의 가장 큰 요주의 대상인 안상홍 증인회의 교주 안상홍 씨는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일명 안상홍 증인회, www.watv.org )라는 곳에서 하나님, 재림 예수, 보혜사 성령 등으로 믿는 인물이다. 그가 묻힌 곳은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외석리 8-1 석계공원묘지다. 경남 통도사 인터체인지를 나와 양산시 방향으로 한참 달리다 보면 석계공원묘지에 닿게 된다. 석계공원 묘역을 알리는 비석 옆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공원 묘역이 어렴풋이 보인다.

그의 묘지는 5블럭에 위치한다.

안 씨의 무덤도 많은 사람들의 봉분 중에 하나일 뿐이다. 기독교인들이 가장 경계할 대상의 하나이지만 모든 사람이 죽음 앞에서 평등하다는 진리 하나만큼은 안상홍 씨도 남겨 주고 있다.

안 씨가 위치한 묘역은 일반인 묘소다. 평수는 3평. 무덤 앞에 있는 제사상, 묘비 등이 일반인들의 그것과 하등 다를 게 없다.

파릇파릇 새 싹이 돋고, 새들은 봄을 즐겁게 노래하며 만물이 소생하고 있지만 자칭 하나님이자 재림주라 했던 안상홍 씨의 육신은 어느 주검과 마찬가지로 흙으로 돌아가 침묵에 빠져 있을 뿐이다.

이상한 점은 재림주라는 안상홍 씨의 무덤 묘비명에는 ‘선지 엘리야 안상홍 지묘’라고 쓰여 있다. 그가 하나님, 재림주였다는 흔적은 묘비명에서 찾을 수가 없다.

묘비에 안상홍 씨의 탄생연도와 사망한 날짜를 명기해 놓았다. 1918년 12월 1일 태어났고 1985년 2월 24일 별세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의 묘비 뒷면에는 가족 사항이 기재돼 있다. 재림주이자 하나님이라던 그의 자녀와 자부 등의 이름이 흐릿하게 보인다.


천부교의 박태선 씨
자칭 하나님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수많은 이단들의 모체가 됐던 박태선 씨(천부교, www.chunbukyo.or.kr)는 신도들로부터 ‘감람나무’, ‘동방의 의인’, ‘이긴자’ 심지어 ‘만군의 여호와 하나님’으로 추앙받던 인물이다. 그렇게 기세등등하던 박 씨도 죽음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1907년 평북 덕천에서 태어난 박 씨는 1990년 2월 10일 지병과 노환으로 별세했다.

박 씨의 주검은 부산 기장 신앙촌(부산 기장군 기장읍 죽성리 770) 내의 동산에 묻혔다. 후문 좌측에 기장 신앙촌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300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기장 신앙촌이지만 출입구는 현재 신앙촌 후문 단 하나다. 기장군청 옆쪽으로 개통할 예정인 정문은 현재 한창 공사 중이고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 경비실이 있는 후문 출입구를 반드시 통과해야만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경계 또한 허술치 않다. 드나드는 사람들은 일일이 경비들의 확인을 받아야만 지나갈 수 있다.

기장 신앙촌 후문 정중앙에서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곳에 박 씨의 묘소가 있고 평소에는 신도를 비롯한 그 누구에게도 개방하지 않는 장소다. 묘소로 올라가는 길에는 거대한 철문이 가로막고 있고 ‘통행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이 묘소에는 2월 첫째 주 성신사모일(박 씨가 별세한 날을 기리고 그를 추모하며 묘지에 헌화하는 예식을 하는 날)에만이 참배가 가능하다. 평소에는 개방하지 않는 장소이기에 멀리서나마 박 씨의 묘소로 추정되는 곳을 촬영했다.

박 씨도 다른 하나님이라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자녀들을 낳았다. 자녀로 박동명 씨, 박윤명 씨 등이 있다.

영생교 승리제단의 조희성 씨
“사람이 죽는 종교는 종교가 아니다”고 호언장담하며 육체영생을 주장했던 자칭 하나님 영생교의 조희성 씨(영생교 승리제단, www.victor.or.kr)는 1931년 8월 11일 출생했고 2004년 6월 19일 별세했다. 사인은 심근경색이다. 조 씨는 신도 6명의 살해를 지시한 혐의 등(살인교사)으로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가 2004년 6월경 2심에서 살인교사 혐의는 무죄, 범인도피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수감생활 중 일생을 마감했다.

영생교측은 이러한 조 씨를 성경은 물론 불경, 격암유록 등에서 예언했다는 구세주(정도령, 생미륵불)라고 주장한다.

조 씨가 별세한 후 처음 묻으려고 했던 곳은 경기도 김포의 선산이었다. 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그의 친·인척 등이 묻힌 선산도 이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조 씨의 장례식장에 입관, 발인 날짜와 장지가 명기돼 있다.

그러나 매장 허가가 나지 않아 소위 자칭 하나님의 시신을 옮겨야 했으니 그곳은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상마리 산50-1의 공원묘지였다. 상마리는 김포에서 강화 방향으로 한참을 가다보면 좌측에 위치한다.

상마리 공원묘지로 가는 길.

조 씨도 무수히 많은 무덤 중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 그저 썩어가는 육신일 뿐이다.

둥근 봉분 맨 끝에 삿갓 모양의 묘비가 자칭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던 조희성 씨의 주검이 묻힌 묘다.

살아있을 때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던 그였지만 묘비명에는 생전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인 정보들이 없다. ‘창녕조공보광주해탈 희성지묘’라고 돼 있을 뿐이다. 묘지 옆에 꽃다발 한 송이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조 씨의 묘비 우측에는 자칭 하나님이었던 안상홍 씨와 마찬가지로 가족 사항이 기재돼 있다. 자칭 하나님이란 사람의 ‘처’의 이름도 눈에 띈다.

그의 묘비 좌측에는 생년월일과 사망년월일이 기재돼 있다. 또한 1980년 10월 15일 해탈이란 것을 했고 1981년 8월 18일 구원역사라는 것을 펼쳤다고 기록했다.


천국복음전도회의 구인회 씨
자칭 재림주라는 구인회 씨(천국복음전도회)는 신도들로부터 6천년 동안 감추어져 있는 성경의 비밀을 드러냈다는 사람으로 신격화됐던 인물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태극기가 하나님의 형상이라며 성경을 통해서 증거하려 했고 인간이 죽지 않고 영생하는 하나님의 나라인 지상 천국도 대한민국에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도 자신을 ‘재림예수’, ‘보혜사 성령’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구인회 씨는 1976년 상습 사기꾼이란 죄명으로 서대문교도소로 끌려가 20일 동안 심문을 받다가 옥중에서 사망했다.

구 씨와 관련한 내용은 <새하늘과 새땅 지상 천국은 재림예수 교회에서 이루어진다>는 책자에 잘 기록돼 있다. 구인회 씨의 신도측에서 전국교회에 배포한 책으로 알려졌다.

옥중에서 사망한 구 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월산리에 위치한 모란공원묘지에 묻혔다. 모란공원묘지에서 망자 중 ‘구인회 씨’를 찾아달라고 하면 “재림예수의 묘요?”라는 반문이 나온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유명한 무덤이다. 구 씨의 무덤은 관리사무소 옆을 지나서 산 넘어 뒤편에 위치한다.

구인회 씨와 다른 자칭 재림주들과의 차이점은 묘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구 씨의 묘비에는 ‘재림예수님의 묘’라고 기록해 놓았다. 묘비에서만큼은 그만이 유일한 재림예수인 셈이다.

그의 묘비 우측에는 1942년 음력 5월 9일(양력으로는 6월 22일)에 태어나 1976년 음력 1월 29일(양력으로는 2월 28일)에 운명했다고 나온다. 그는 가족이 없었던 것 같다. 묘비 좌측에 가족관계를 기록하지 않았다.

생전에 태극기를 하나님의 형체라고 주장하던 사람답게 그의 봉분 앞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 있다. 구 씨는 태극기의 사괘는 성경의 네 생물을 뜻하고 태극안의 남색과 빨강색이 함께 있는 것과 예수님이 ‘나와 아버지는 하나이니라’는 말씀이 서로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봉분 앞의 성경책 모양의 형상에는 성경 이사야서와 누가복음서에서 따온 말씀을 기록해 놓았다.


소위 자칭 하나님 또는 재림예수라는 사람들이 묻힌 공원묘지를 스치는 바람들, 노래하는 산새들, 돋아나는 파란 새 싹들이 말해주는 듯했다. 무덤에 묻혀서 썩어가는 육신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 또는 재림주일 수가 없다고···.

자칭 하나님·재림주들의 무덤을 보면서 아직 땅에 묻히지 않았지만 자신을 하나님이라거나 하나님의 신부라거나 재림예수라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그들은 자신이 육체로서 천년 만년 살 것처럼 신도들에게 거짓을 말하고 죽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에 지병으로 신도들 몰래 병원을 출입하며 치료받기 위해 버둥대는 이들도 있다 하니 웃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살아 있는 자칭 하나님·재림주라는 자들도 자신들의 ‘재림주 선배’들이 간 저 길로 예외없이 가게 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창조주 하나님이 정하신 때가 되면 자칭 하나님·재림주라는 자들은 거역하지 못하고 죽음과 심판의 자리로 나가야 한다. 그래도 살아 남은 신도들 중 ‘골수분자’들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재림주, 하나님이란 자의 장례식장을 알아보고 장지를 물색하고 공원묘지에 묻을 경우 매년 관리비조로 돈을 지불하기까지 한다.

자칭 하나님들의 뒤치다꺼리를 신도들이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분명히 교주의 죽음과 관련하여 온갖 변명을 늘어놓게 될 것이다. 지각이 있는 신도들이 죽음을 이기지 못하는 가짜 하나님과 거짓 그리스도들로부터 그 때는 나올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칭 재림주들의 무덤을 취재하면서 안타까운 마음 한켠으로 자부심이 밀려온다. 예수 그리스도의 빈무덤이 새삼 자랑스러워지고 감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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