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이제 일부 애완견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 됐다. 애견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리는 특혜는 인간 이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완견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자식에게 쏟는 정성 이상으로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애견용품 전문매장 퍼피즌. 개줄부터 시작해서 개 용변기까지 개를 키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구비하고 있다. 최근 퍼피즌은 개를 위한 비옷을 선보였다. 한 벌당 2만원에서 5만원을 상회하지만 구입하는 사람이 적잖다. 장마철에 개와 함께 산책할 때 입혀 주는 것이다. 여름철 땡볕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라고 만든 개 선글라스도 구할 수 있다. 심지어는 개들에게 입히는 구명조끼까지 등장했다.
이곳에서 취급하는 브러시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다. 눈, 코 등 얼굴 주변에 사용하는 빗 이외에도 발, 몸통 등 부위에 따라 사용하는 빗이 있고, 대형견을 위한 빗, 피부가 민감한 개를 위해 특수 고무로 제작한 빗 등 개의 특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 1만원을 웃돈다. 이외에도 개전용 패드, 샴푸, 향수, 껌, 사료, 다이어트식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청 인근에 위치한 닥터 팻 애견호텔도 성업중이다. 호텔 입구에는 ‘아기들을 위해 신발을 벗고 슬리퍼를 신어 주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여기서 아기란 ‘개’를 뜻한다. 휴가철이 되면 애견 호텔에 있는 30여 개의 방들이 꽉 들어찬다. 닥터 팻 관계자는 “성수기에는 개를 맡기러 왔다가 헛걸음을 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생긴다”며 “예약은 필수다”라고 말한다. 애견호텔의 VIP룸에서 개를 하룻밤 재우는 데 드는 비용은 10만원. 방안엔 개가 볼 수 있도록 TV를 설치했고, 가습기와 에어컨까지 가동한다. 주인이 해외에 가서도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애견을 위한 의료센터도 사람을 위한 진료분야처럼 세분화되어 있다. 개들도 이젠 MRI촬영을 하고 치과보철을 하는가 하면 내시경, 엑스레이 촬영, 백내장 수술 등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개 침술도 있어 각종 질환 치료에 침을 이용하고 있는 추세다. 진료과목은 물론 치료 방법도 사람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다.
개 관련 업체들도 호황이다. 개를 위한 전용택시업체 도그택시(www.dogtaxi.com)가 서울 송파구에 등장했다. 개를 주인이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시켜 주고 돈을 받는 업체다. 비용은 5km에 1만5천원. km당 3천 원인 셈이다. 이 만만찮은 비용에도 불구 도그택시의 예약상황판에는 7월 한 달 동안 개택시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들과 관련한 내용이 빼곡히 기재되어 있다. 지역도 각양각색이다. 강남, 강북, 일산, 심지어 인천에서도 부탁을 한다. 도그택시의 대표는 “4월 23일 개업한 이후 하루 평균 3, 4건 정도의 운송 요청이 있었고, 한번 사용해 본 사람은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까지 300건 이상의 운송을 했다”고 말했다. 개주인들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애견카페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프티패티에는 10여 마리의 개들이 레스토랑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개들로 인해 레스토랑 안에는 파리가 날아 다닌다. 그래도 개를 데리고 온 손님들은 “개들이 서로 노는 것을 좋아해서 다시 찾게 된다”고 말한다. 사람이 먹는 밥값은 1만원 대다. 한 손님은 “애견 카페비만 매달 수십만원이 들어가지만 개가 좋아해서 거의 매일 찾는다”며 “개를 위해 투자하는 총비용은 한 달 70여 만원”이라고 귀띔했다.
개가 죽을 때는 장례식도 치러준다. 강아지넷(http://www.kangaji.net)은 대표적 애견 장례업체. 제일 값싼 장례인 국화장이 20여 만원, 무궁화장이 70여 만원에 이른다. 사이버 상에는 죽은 개들을 위한 분향소까지 설치되어 있다. 분향소에서는 마치 자녀가 죽기나 한듯이 애도의 글들이 이어진다. 개들은 ‘내 아이’로 불리고, 키웠던 사람은 스스로를 ‘엄마’라고 표현한다. 이들에게 애견은 ‘개’의 차원을 뛰어넘어 사랑을 주고 받는 한 가족인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애견가는 개에 대한 사랑은 키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한다. 자신도 개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별로 좋지 않게 봤지만 막상 키워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 그는 “애견을 키우다 보니 솔직히 아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항상 충성스럽고 절대 배신하지 않는 부분들은 인간사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쯤 되면 개에 대한 사랑이 너무 지나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에 대한 정도 이상의 ‘대접’은 그것이 아무리 사적인 애견생활이라고는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굶어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처절한 현실과 너무나도 대비된다는 것이다. 견공들이 초호화판으로 대접받고 있는 이 시간에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결식아동들은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지나치게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정신치료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애완 동물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인들이 외로움을 느낀다는 증거”라며 “동물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사람을 기피하게 되고 나아가 건강한 사회 생활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가운데 애견문화는 점점 다양해지고 관련 산업의 규모는 커지고 있다. 한국애견협회는 “현재 국내 애견은 200만∼300만 마리 수준”이라며 “관련 사업의 규모는 1조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11일 초복. 개들에게는 ‘사형 집행일’같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개들이 있었다. 한 결혼업체에서 마련한 애견미팅 이벤트에 참여하게 된 견공들이다. 장소는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애견 카페 프티페티. 7명의 남녀가 각각 키우는 개들을 끌고 왔지만 이날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개다. 사이버 상에는 죽은 개들을 위한 분향소까지 설치되어 있다. 분향소에는 개의 생전 사진과 함께 개의 죽음을 애도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개들은 더 이상 말 못하는 짐승이 아니다. 개들은 ‘내 아들’이고, 정을 주고 키웠던 사람은 스스로를 ‘엄마’ 또는 ‘누이’라고 표현한다. |
애견 에피소드 하나 목회원해? 네 개부터 갖다버려 우리 집에는 뿌꾸라는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뿌꾸는 밥을 좋아했죠. 뿌꾸가 밥 한 그릇을 먹어 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8초입니다. 말씀을 읽고 전하는 일을 평생할 수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학교에 가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청년들이 신학교 가는 것을 목사님이 찬성하신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목사님을 직접 뵙기 전에 어머니께서 넌지시 목사님을 찾아 물어보고 오셨습니다. 나는 목사님이, ‘그 놈 소명이 뭐냐’, ‘각오는 되어 있느냐’, ‘확신이 있느냐’ 등 어려운 질문을 물어보신 줄 알고 잔뜩 긴장했습니다. 박윤환 전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