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빵가(필리핀)= 정윤석기자】
컴패션도 CCC다. 모든 사역의 중심에 예수 그리스도(Christ-centered)를 두고, 현지 지역 교회(Church-driven)와 협력해 한 명의 어린이(Child-focused)를 성인이 될 때까지 지원하기 때문이다.
3C 원칙을 가진 컴패션(서정인 대표)과 원천침례교회(이계원 대표목사)가 함께하는 필리핀 비전트립이 2026년 3월2일부터 3월5일까지 진행됐다. 이번 일정에는 원천침례교회 목회자 13명이 참석했고 컴패션의 박형은 목사(한국컴패션 부대표)와 임동아 매니저가 인솔자로 동참했다. 일정은 필리핀 마닐라에 위치한 컴패션 국가 사무실 방문, 컴패션 동행 교회와 지원 어린이 가정 방문, 컴패션 졸업생들과의 만남으로 진행했다. 기자는 전 일정을 동행하며 취재했다.
박형은 목사는 비전트립에 앞서 필리핀 마닐라의 기온을 세가지라고 소개했다. ‘많이 덥다, 미치도록 덥다, 죽도롭 덥다’였다. 다행히 3월 초순 마닐라의 기온은 완연한 여름으로 진입하기 전이었다. 3월 2일(월) 마닐라 공항에 착륙한 후 첫 번째 일정은 마닐라에 위치한 국가 사무실 방문이었다.
이곳에서 박형은 목사가 컴패션의 사역 소개와 함께 필리핀의 특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형은 목사는 “필리핀에는 연평균 28번의 큰 태풍이 찾아온다”며 “한 달에 두 번꼴로 몰아치는 태풍은 열악한 하수 시설 탓에 빈민가 곳곳을 침수시킬 뿐 아니라 집마다 빗물이 줄줄 들어오는데 이 곳 주민들은 그냥 살아가는 경우가 많고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필리핀 어린이 500만 명이 하루 한 끼조차 힘든 ‘절대 빈곤’ 상태”라고 가난한 현실을 전했다.
이 절박함 속에서 컴패션이 내세운 원칙은 ‘재정의 투명성’이다. 컴패션과 협력하는 교회가 특정 물품을 구입하거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세 군데 이상의 견적 비교가 필수이다. 또한 컴패션 소속 직원들이 불시에 교회를 방문해 회계 장부를 점검해도 이에 응해야 하는 감사 시스템을 운영한다.
비전트립 기간 내내 재정 투명성은 지속해서 강조됐다. 이는 국가사무실은 물론 첫째 날과 둘째 날 방문한 현지 어린이센터에서도 재차, 삼차 강조됐다. 즉석에서 회계 장부를 요구하자 교회 관계자는 즉시 한달치 회계 장부를 공개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만에 하나 컴패션 유관 교회의 재정 비리가 발각되면 시정을 요청하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센터 폐쇄까지 불사하는 관리를 한다. 재정 투명성이 어린이와 후원자를 직접 연결하는 컴패션의 가장 큰 특징이자 70년간 이어온 사역의 동력이라는 신념 때문이라고 한다.
컴패션 사역의 특징에 대해 박 목사는 ‘1:1’ 연결이라고 소개했다. 교회에 출석하는 한 어린이와 후원자를 직접 연결하여 그 어린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돕는다는 것이다. 특히 후원자와 어린이 간에 편지 전달이 매우 중요한 소통의 도구가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기가 되면 태풍으로 집이 잠길 때도 있어요. 그런데 컴패션 아이 중 한명이 물에 잠겨가는 집으로 막 뛰쳐들어가더랍니다. 그 아이가 갖고 나온 것은 ‘후원자의 편지’였어요. 그만큼 어린이들은 후원자들의 편지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 일화를 통해 박 목사는 컴패션-후원자–빈곤 어린이의 관계가 단순한 구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 관계와 사랑에 기초한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둘째날과 셋째날은 둘째 날과 셋째 날은 필리핀 빰빵가에 위치한 두 곳의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차례대로 방문했다. 각각의 교회를 방문할 때마다 50여 명의 성도와 어린이들이 원천침례교회 사역자들에게 꽃 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했다.
만도린으로 ‘아리랑’ 등 친숙한 곡을 연주하고, 찬양과 율동을 하며 환영식을 진행했다. 환영식 이후에는 교회 사역자들과 어린이들의 놀이 시간이다. 풍선만들기, 물풍선 놀이, 페이스페인팅 등으로 어린이들은 즐거워했다.
이들은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사진을 촬영하면 누구나 자신있는 동작을 취하며 카메라 앞에서 동작을 취했다. 두 번째 교회에선 원천침례교회 염미솔 집사의 찬조금으로 참석 성도 전원에게 치킨 선물을 안겨줬다.
어린이 가정 방문을 통해 이들이 살고 있는 빈곤의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1950년대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다. 마을 앞에는 오염된 폐수가 흘렀고 다닥다닥 좁은 골목엔 판자로 만든 집이 줄지어 있다.
밖에 비가 오면 집안에는 더 많은 비가 흘러들어온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그대로 더위에 노출되는 집들이었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대낮에도 어둑어둑했다. 한평 남짓한 공간에 총 7식구가 함께 거주하는 집도 있었다. 파리가 들끓었고 집 문 밖에는 닭들을 방목하며 키웠다. 계란은 어린이들의 영양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방문한 집안의 가정의 어린이들과 원천교회 사역자들은 즉석에서 후원 관계로 연결되기도 했다.
셋째날 저녁 시간엔 컴패션 졸업생과의 만남이 있었다. 졸업자 5명은 모두 컴패션을 통해 자신들이 성장했다며 일면식도 없고 아무 관계도 없는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자신들의 인생이 소중함을, 그리고 무엇보다 보배로운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돼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건강히 성장할 수 있었고 자신들 또한 필리핀의 어린이를 섬기고 돕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들은 가난하게 살 때 그것이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가난에서 벗어나는 삶을 살게 됐고 더 큰 꿈을 갖고 더 넓은 세상으로 용기를 내며 나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후원자들의 도움이 가장 큰 힘이 됐는데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컴패션을 통해 교회와 연결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알게 됐다는 졸업생도 있었다.
박형은 목사는 “후원자의 작은 물질이 어린이들에게는 가난을 뛰어넘는 도구가 된다”며 “컴패션 졸업자 중에는 자신이 살던 가난한 동네로 다시 들어가, 받은 사랑을 되갚으며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리더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컴패션은 1952년 6.25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최초로 설립됐다. 대한민국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된 최초의 국가가 됐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미국인이나 서양인이 도와주면 ‘부유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반면 한국인이 도와준다고 하면 어떻게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와주는 나라가 됐는지 큰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감탄한다고 한다. 비전트립에 참석하기 원하는 교회는 먼저 컴패션과 협의해 컴패션 선데이 행사를 교회에서 갖고 어린이와 1:1 매칭을 통해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를 맺는다. 그 후 2-3년 뒤에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방법으로 비전트립이 이뤄진다.
컴패션 비전트립은 70년 전 우리가 받았던 그 조건 없는 사랑의 빚을 기억하며, 이제는 우리가 누군가의 기적과 응답이 되어주는 ‘사랑의 대물림’의 현장이었다. 필리핀의 가난한 아이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기도했던 시간들은 한 아이에게는 평생을 살아갈 용기가 되고, 후원자에게는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하는 소중한 기간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