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도발적이다. “나를 아세요?!”라니, 누구를 아느냐고 묻는 것일까? 안경 너머로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표지 이미지 역시 당황스럽다. 하지만 표지 이미지가 제목이 말하는 ‘나’의 정체를 금세 밝힌다. 초등학생에서 스무 살 초반까지, 기성세대 어른과 구분지어 이른바 ‘다음세대’라고 불리는 어린이와 청소년이다. 책의 제목은 다소 건방져 보일만치 당돌하게 어른들에게 묻는다. 요즘세대, 나를 아느냐고?
이 책은 다음세대 사역으로 호가 난 4인의 전문 사역자가 각각의 경륜을 담아 하나씩 원고를 써서, 총 4개 파트의 주제들이 ‘다음세대 이해와 대안 제시’라는 하나의 주제에 모아지도록 편집됐다. 청소년 사역 멘토링 전문가인 김민철 목사,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청소년을 상담해온 조병옥 목사, 청소년과 청년 목회 영역에서 첫손에 꼽는 김영한 목사, 청년과 다음세대 사역을 다양하게 경험하고 목회해온 이상갑 목사 등이 이 책의 공동 저자다.
김민철 목사는 아예 어른의 언어가 아닌 십대 중고등학생의 입을 빌려 썼다. 글의 형식으로만 보면 책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린다. 김 목사는 “내가 학교에서 어떻게 사는지 아세요?!”라고 질문하며,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부모와 어른 모두가 잘 알지 못하는 아이들의 일상생활, 곧 학교생활의 실태와 고민을 여섯 가지로 들려준다. 오랜 시간 청소년을 상담하며 얻은 소재를 가지고 써서, 시종일관 진짜 십대 청소년이 쓴 글 같아 흥미롭고 재미까지 넘친다. 결론은 그들을 알고 이해하게 되는 것.
조병옥 목사는 “내가 왜 환자 취급받는지 아세요?!”라는 제목으로, 요즘 아이들이 어른들 눈에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네 가지로 밝힌다. 이른바 중2병으로 대표되는 아이들의 병은 사실 어른이 만든 것인데, 그 이유를 대변해주는 방식이라 읽으면 금세 아이들에게 미안해질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는 깊이까지 더해준다.
김영한 목사는 “나는 왜 아플 수밖에 없는 걸까요?”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원인을 구조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그 원인에 대한 책임에서 부모와 사회와 교사는 물론 심지어 목회자들까지 피해가지 못하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지적 내용이 30-40년 전 선배 목회자들이 한국교회의 문제를 지적하던 때와 별 다르지 않은 것도 있어서 가슴을 치게 만든다. 물론, 그의 글은 과거보다 더 복잡한 현대의 어떤 문제들이 아이들을 구조적으로 아프게 만들고 있는지도 알게 해준다.
이상갑 목사는 “나를 위해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세요!”라는 제목으로, 아파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느끼고 알아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독자가 어떻게, 무엇을 변화해야 할지를 10가지로 제안한다. ‘나를 알아주세요’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음성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태도는 그들의 미래, 곧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어른들이, 교회가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이 목사는 강조한다. 그 변화의 방향과 제안이 매우 실제적이고 구체적이며 유익하다.
이 책은 코로나로 비대면 예배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출간됐다. 어른 신자들도 기존처럼 예배당에서 모이지 못해 힘들어하지만, 평소보다 더욱 돌봄과 교육의 대상에서 멀어져버린 대상은 다름아닌 다음세대, 곧 어린이와 청소년과 청년들이다. 기존에도 부족했던 교회교육이 더욱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다음세대 아이들을 이해하고 돌보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코로나 이후 교회교육을 대비하는 길 또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