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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 진 빚 한도끝도 없어요”[특별인터뷰]혈액암 완치 후 새 삶 사는 황선엽 구세군역사박물관장
정윤석  |  unique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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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6  13: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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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시드니성시화대회 주강사로 초청받은 구세군 역사박물관장 황선엽 사관.          ©크리스찬리뷰

기자는 2019년 1월 28일 서울 정동에 있는 구세군 역사 박물관에서 황선엽 관장을 만났다. 황 관장은 병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건강해 보였다. 그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병상에서 만난 하나님에 대한 체험, 그리고 그 독특한 체험을 통해 겪어온 신앙의 변화에 대해 1시간 30여 분간 담담히 설명했다. 시종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

▲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 병상에서 황선엽 사관(2010.9) ©황선엽  

구세군 역사박물관장 황선엽 사관은 에너자이저였다. 30세 때 구세군 사관으로 임명된 뒤 서울 강동 구세군을 첫 목회지로 삼아 개척했고 충남 청성에서 농촌목회도 했다. 과천에서 구세군 신학교 교수로 발령을 받아 교수 생활을 했고 워싱톤, 영국, 호주에서 구세군한인교회 목회를 하는 등 농촌목회, 이민목회, 신학교 교수 생활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구세군 100주년(2008년)을 앞두고 총괄 기획을 맡아 100주년 행사를 주도했다. 늘 일과 씨름하던 그의 삶에 갑작스레 고통이 찾아온다. 구세군사관학교 교장으로 재직할 때였다. 몸에 이상증세가 보였다. 행사를 진행하고 나면 몸이 천근만근인 듯 너무 피곤했다. 계단 한 발 한 발 오르기도 힘들었다.

▲ 한국 구세군 역사박물관장으로 재직 중인 황선엽 사관. 이 사무실은 1908년 한국에 처음으로 와서 구세군교회의 선교 기초를 세웠던 로버트 허가     ©크리스찬리뷰

박수를 치면 손이 하얘졌다. 핏기가 돌아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몸이 어딘가에 부딪히면 멍이 잘 들었다. 가방을 어깨에 매면 빨간 피멍이 들 정도였다. 피곤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어느 날 열이 펄펄 끓었다. 감기약을 먹었지만 열은 떨어지지 않았다. 병원에 갔다. 해당 병원에선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은데 그 이유를 분석하기가 어렵다며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2010년 9월의 일이었다.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갈 때는 침대에 꽁꽁 묶이다시피해서 갔다. 잘못 움직였다가 상처가 나면 지혈도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고 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 가서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조혈모 세포에서 백혈구가 만들어지는데 백혈구에 기형처럼 변형이 발생했다. 정상적 백혈구가 100이라면 황 사관의 백혈구는 78%가 비정상으로서 정상적 적·백혈구를 공격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했다. 아내 최명순 사관은 의사의, 가망없다는 말과 황 사관이 입원할 암환자 병동을 보고는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황 사관은 평소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살다가 부르시면 가겠다고 말해 왔다. 진짜 그런 일이 다가온 듯했다. 정작 암 판정을 받은 황 사관은 담담했지만 가족들의 눈빛은 그게 아니었다. 

▲ 구세군중앙회관은 구세군 대장 브램웰 부스의 70세 생일을 기념하여 1928년에 지어졌다. ©구세군역사박물관    


황 사관이 “만일 하나님이 데려가시면 장례는 화장으로 하고 수목장으로 해달라”고 부탁할라치면 가족들은 “아니, 하나님이 안 데려가셨는데 무슨 그런 얘기?”를 하느냐며 손사레를 쳤다.

 

▲ 救世軍營이라고 쓰여진 표석은 1915년 당시의 예배당에 부착되었던 역사적인 현판이다. 구세군중앙회관 마당에 묻혀있던 것을 2003년에 발견했으며, 창립 100주년을 맞으면서 선조의 믿음을 기억하고자 이전설치하였다.     ©크리스찬리뷰
▲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20호로 지정된 구세군중앙회관 건물.(2002. 3.5) ©크리스찬리뷰    


하늘나라에서 뵙길...

황 사관은 구세군 통신망으로 기도부탁을 했다.
  
“다른 암 치료는 생명 연장이 주목적이지만 백혈병 치료는 ‘모 아니면 도’, 즉 완치가 되거나 실패하거나입니다. 의사는 의학적으로 마지막 남은 방법을 동원해보겠다고 합니다. 만일 하나님이 살려 주시면, 사역 현장에서 봅시다. 그게 아니라면 하늘나라에서 뵙길 기도합니다.” 
  
구세군 통신망에서 이를 본 모든 신도들이 황 사관을 위해 매일 작정 기도를 했다. 나중에 기사로도 이 사실이 보도됐다. 전국 방방곡곡 교회의 기도팀들이 황 사관의 혈액암 치유를 기도제목으로 삼아 기도했다. 
  
가끔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인데, 지방의 어떤 교회 기도팀이라며 “사관님, 저희들이 기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황 사관은 이때의 기도 응원이 너무 큰 힘이 됐다고 고백한다.

 

▲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구세군을 대표하여 다방면에서 적극적인 사역을 펼치고 있는 황선엽 사관. ©구세군역사박물관    


첫 번째 항암 치료 후 2주 후에 다시 하고 또 다시 2주 후에 항암치료를 하는 식으로 2010년 10월 항암 치료를 시작한 후 6개월이 지나자 “관해(일시적이건, 영속적이건 자타각적 증상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백혈병 등의 경우에 자주 사용하는 용어)가 됐습니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퇴원 후 1주일에 한 번 병원에 갔다가 2주일에 한 번 가는 방식으로 하다가 2011년 4월에 관해가 돼서 퇴원했다. 
  
2011년 11월에는 CBS의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해 간증을 했다. 그런데 2012년 6월에 다시 백혈병이 재발하게 된다. 황 사관의 아내는 다시 눈물을 쏟았다. 이때 황 사관은 아내에게 말했다고 한다. 의사가 뭐라고 하든 “숨기지 말고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것이었다.

 

▲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후 퇴원하여 CBS ‘새롭게 하소서’에 출연한 황선엽 사관 2011 .11. (진행자 고은아 권사(왼쪽)와 임동진 목사) ©황선엽    

 

관해가 되지 않았다  
최명순 사관은 “의사가 관해가 되지 않았다고 해요. 이 상태로 가면 길어야 1~2달이 남았답니다.” 2012년 6월, 재발한 백혈병은 황 사관을 하나님과의 1:1의 만남의 더 깊은 관계로 들어가게 했다. 죽음 문턱에서 황 사관은 에너자이저로 살아온 그의 삶이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삶이었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30세부터 구세군 사관으로 임명 받은 후 서울 강동구에서 구세군교회를 개척했어요. 첫 목회지였죠. 구세군사관학교 교수로 발령이 됐다가 농촌 목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충남 청성에서 농촌목회를 시작했어요. 해외에선 영국 런던, 미국 워싱턴, 호주 멜번에서도 목회를 했어요. 구세군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을 총괄기획을 했죠. 35년의 사역 중 반은 목회, 또 반은 기획·행정·교수 생활을 했어요.”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내가 하는 일이 하나님 일이라 생각했어요. ‘저 가요, 하나님 잘 따라오시죠?’라는 태도였죠. 내가 하나님과 긴밀히 교제하며 바른 관계를 맺고 그분의 온전하신 통치에 이끌려 살았던 게 아니었어요. 병상에 있던 시간은 그걸 회개하는 시간이었어요. 예수 이름을 내세우고, 하나님을 동원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살아온 세월이었어요. 내가 목회자고, 구세군의 전략가였지만, 내가 앞서 갔을 뿐, 하나님의 통치하심이 아니었던 거예요. 그때부터 다 내려놓고 기도하는 일에 전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나 자신을 내려놓기 시작하자 내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됐어요.”

▲ 호주구세군(멜번) 유학시절 질롱에서 가로전도하는 황선엽 사관(오른쪽 3번째) ©황선엽    

똑같은 성경본문인데, 말씀을 보면 심령에 꽂히기 시작했다. 생사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삶도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죽음도 그분께 속한 것이다. 이 땅이나, 저 곳이나 하나님의 나라라고 생각하니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매일 기도하고, 성경보면서 시험도 그냥 시험이 아니라 불시험이 뭔지 몸으로 체험했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 기간을 말씀을 보며 힘을 얻어갔다. 재입원하던 기간, 골수 기증자와 환자의 상태가 일치되지 않아도 골수를 이식할 수 있는 의술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 황 사관의 아들이 기증자가 돼서 아들의 골수를 이식했다. 
 

아들의 골수 이식 대수술, 5년 후 완치 판결

골수를 이식하면 황 사관의 피는 모두 사라지고 기증자인 아들의 골수가 들어와 피가 생성되면서 혈액형도 바뀌는 대수술이었다. 2012년 11월 28일 이 수술을 했고 5년이 지난, 2017년 연말이 돼서야 의사가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며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황 사관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빚을 갚으려면 한도끝도 없을 거 같다고 말한다. 황 사관은 투병의 모든 과정 속에 하나님의 손길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투병 과정에서 제 삶의 우선순위가 바뀌었어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특히 제가 투병 중에 발견한 건, 수많은 교회와 크리스찬이 있는데 정말 그리스도안에서 복음이 회복되고, 생명이 살아 있는지, 그리고 그걸 나누고 있는지라는 질문이었어요. 이제 저는 은혜를 갚고 빚진 마음으로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나누고 있어요. 옛사람이 아니라 새 사람으로, 영적으로 새 삶을 사는 것 같아요.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 있어도 내가 살아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요. 예전의 저는 거절할 줄 몰랐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리할 힘이 생겼어요. 오늘이 첫 날이자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부르셔도 후회없는 삶을 살겠습니다라는 고백의 삶을 살게 됐어요. 
  
하나님의 일을 온통 저 혼자 한다고 나서는 남편으로 인해 아내가 참 많이 힘든 시절이 있었지요. 이젠 아내가 참 좋아해요. 하나님과의 관계, 가족들과의 관계, 복음이 필요한, 생명이 필요한, 생명력이 필요한 사람, 순간순간, 생명력을 느끼며 사는 삶, 그 희망을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됐어요. 물론 조직하고, 시스템 만들고, 행정처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그 일은 후배들에게 맡기게 됐어요. 아프기 전에는 무척 분주하고 많은 사람이 보기엔 일 많이 하는 유능한 사람으로 보였을 거예요. 새벽 1시에 자면 4시 정도에 깼죠. 새벽에 들어와도 다음 날 할 일을 정리해야 되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사역자들이 여러 형태와 사역을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은 다 하나님 일이라 착각하며 살아선 안돼요. 이젠 매일이 마지막 날이라는 마음으로 사니까 삶에 평화가 있어요.”
  
기자는 인터뷰 말미에 황 사관에게 질문했다. 어떤 인터뷰를 하든, 묻는 질문이었다. 
  
“묘비명에는 무슨 글을 남기시겠습니까?”
  
황 사관은 답했다. 
  
“묘비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이 지상에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구요. 그러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 하나님의 나라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새로워진 사람, 많은 일보다는 존재 자체의 소중함을 깨달은 사람, 많은 일보다는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을 뿐이에요.”

  
2019 시드니성시화대회 강사로 초청받아

3월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할 2019 시드니성시화대회(대표회장 김환기 사관) 강사로 초청된 황 사관은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 시드니성시화대회가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시드니에서 개최된다.©크리스찬리뷰    

“성시화운동에도 그런 개념이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도시가 거룩해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거룩하게 돼야 한다는 거예요. 종교행위보다는 거룩한 존재 자체가 성시화의 시작이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황 사관은 1983년~1985년 사이 호주 멜번에서 유학을 했다. 호주에 있을 때면 시드니를 종종 방문하곤 했다. 그 당시 차이나타운에서 걸어내려오면 창고형 대형 한인 마트가 있었다고 한다. 늘 자신을 반겨주던 권사님이 한인마트에 계셨는데 그분이 아직 계신지 궁금하다며 황 사관은 호주에서 만날 귀한 성도들 생각에 기뻐하고 있다. 〠

글/정윤석|크리스찬리뷰 한국 주재기자
사진/권순형|크리스찬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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