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15일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하는 ‘국가금식회개의 날’(국금날)이 건전한 곳에서 진행하는 행사인가요?” 최근 본사(기독교포털뉴스 www.kportalnews.co.kr)에는 이와 같은 문의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국가적 위기 앞에 성도들이 먼저 금식하고 회개하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그리스도인들은 없다. 게다가 날짜도 부활절을 앞둔 고난주간을 지나는 시점이다. 매우 적절한 시기에 금식과 회개를 이슈로 내 건 이곳, 도대체 누가 행사를 주도하는 걸까?
그런데 구체적인 정보가 나오질 않고 있다. 해당 단체의 사이트 www.koreaprayer.com에는 4월 13일~15일 행사의 날짜와 순서 등은 공개돼 있었다. 그러나 이 집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디테일하지 않다. 성회 순서는 있지만 담당자는 기록돼 있지 않다. ‘함께 하시는 분’ 등에는 ‘이 시대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모든 분들과 돌이켜 하나님 앞에 결단하는 모든 분들’이라고 돼 있을 뿐이다.
국금날을 앞두고 사전기도모임이 2017년 4월 6일 서울 종로 5가 여전도회관 14층 강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기자는 이 단체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 기도모임에 참석했다. 누가 주도하고, 어떤 식으로 기도를 하고, 어떤 동기에서 출발한 곳일지 짐작할 수 있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선지자, 계시·예언 강조한 지니엘킴·서바울 목사
사전 기도모임에선 열광적인 분위기 가운데 기도와 찬양이 어우러져 진행됐다. 200여 명의 참석자들은 찬양을 부를 때 박수를 치며 춤을 췄다. 가장 앞 자리에는 지니엘 킴 목사(김진희, 78세)가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지니엘 킴 목사는 17년전인, 2000년 9월1일~5일, ‘사도적 선지자 초청 지도자 훈련 컨퍼런스'라는 이름으로 빌렉키라는 예언자를 초청했던 전력을 가진 인사다.
찬양 도중에는 양각나팔(일명 쇼파르)이 울려 퍼졌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 시청에 달려 있는 유다의 사자를 나타내는 깃발(Lion of Judas)도 등장했다. 한 신도가 이 깃발을 흔들었다. 이 깃발은 목회자들이 메시지를 전할 때 강단에 덮어 놓았다.
뜨거운 찬양 속에 진이엘 킴 목사가 여호와께 새노래로 경배드리자고 했다. 한 신도가 양철 소재의 현악기를 활로 켰다. ‘후우우웅, 후우우웅’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처량하고 한스런, 오뇌와 비원이 서린 듯한, 얇고 가벼운 철이 울렁대는 으스스한 소리가 10분 이상을 울려 퍼졌다. 여기에 맞춰 김 목사도 울음소리처럼 ‘우후후후, 우후후후~’ 흐느끼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냈다. 새노래라는 것을 마친 후에 간략한 메시지를 전하는 시간이 됐다. 지니엘 킴 목사가 역시 마이크를 잡았다. 국가금식회개의 날의 이면에 그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제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계시 중의 하나는 제가 한 30년전부터 대한민국을 위해 받은 계시 중의 하나가 시편 136편이에요. 돌아가신 밥존슨 선지자가 남긴 말씀이 사모님을 통해서 들었는데, 지구상에 있는 교회는 다섯 가지 사운드만 내면 된다 이거예요. 아버지 집에 기뻐하는 소리, 즐거워하는 소리, 감사제를 드리는 소리, 여호와는 인자하시며 긍휼이 무궁하시다는 소리와 신랑·신부의 노래가 들리면 내가 이땅의 포로들을 돌려 주며, 물이 바다를 덮는 것처럼 여호와의 영광이 온 땅에 가득하리라.”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고, ‘밥존스’라는 사람을 ‘선지자’로 스스럼없이 호칭했다.
진이엘킴 목사에 이어 서바울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얼마 전에 선다 셀바라지 목사님의 예언, 그 말씀 다 듣고, 아마 다들 이렇게, 4월 13일~15일 금식 기도운동 때문에 모이신줄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진핑·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하는데 4월 6일 이 날짜도 선다 목사님의 예언에 나온 겁니다.” 서 목사는 ‘선다 씽’의 이름을 본딴 듯한 선다 셀바라지라는 사람의 예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여호수아서에 ‘왕벌’(내가 왕벌을 너희 앞에 보내어 그 아모리 족속의 두 왕을 너희 앞에서 쫓아내게 하였나니 너희의 칼이나 너희의 활로써 이같이 한 것이 아니며 여호수아 24:12) 이야기가 있잖아요? 왕벌, 왕벌을 보내신다고 했잖아요. 왕벌의 대장이 트럼프 같아요. 아멘? ···이번 회담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에서 뭔가 결정될 거 같아요. ··· 트럼프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대로 세워진 줄로 믿습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개인주의적 함정에 빠지지 아니하고, 하나님이 주신대로 그대로 순종하길 원합니다. 그것이 전쟁인지, 선제타격인지, 예방 타격인지 뭔지 모릅니다. 다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렇게 해서 주님 뜻이 이뤄져서 우리 민족이 이 체제에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이 일어나는 것을 원합니다.··· 그것을 선포하고 기도할 겁니다. 먼저 회개하고 그리고 그걸 선포할 겁니다. 주님이 원하시면 다 이뤄가는 거예요.”
예언에 대한 언급을 하다가 서 목사는 선제타격·전쟁을 통해 공산주의가 무너지는 게 주님 뜻이라고 그것을 선포하고 기도하겠다는 호전적인 발언을 했다. 공산주의가 무너져 북한 동포들이 자유를 누리는 것은 누구나 염원하는 바이지만 과연 한반도가 전쟁의 광풍 속에 들어가도 된다는 것인지 의아한 발언이었다. 게다가 여호수아서에 나오는 왕벌, 그것도 왕벌 대장이 트럼프 같다니 성경의 ‘왕벌’ 말씀과 21세기를 사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성경해석도 어처구니 없었다.
이날 기도회는 양각나팔, 이스라엘을 상징하는 Lion of Judas(유다의 사자) 깃발 이외에도 이스라엘의 독립 후 70년이 매우 의미있는 숫자라는 발언도 나왔다. 뭔가 국금날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2017년과 2018년에 매우 의미있는 사건이 발생할 것으로 여기는 듯했다.
인도인 선다 셀바라지의 예언·환상에 호들갑?
이번 국가금식회개의 날과 유관한 예언을 한 것으로 소개된 사람이 있다. 선다 셀바라지 목사라는 사람이었다. 지금 인터넷에선 선다 셀바라지가 한국을 향한 예언을 했다, 2017년과 관련한 예언을 했다며 호들갑이다.
이 사람은 한국 땅을 지난 3월 13일~15일 처음 밟았다. 초청한 단체는 블레싱이스라엘(블레싱)이란 곳이었다. 블레싱이스라엘성회 등록을 위한 안내 전화번호(070-8235-****)와 국금날 연락처는 동일하다. 후원계좌도 블레싱의 예금주는 TOW미니스트리, 국가금식의 예금주는 TOW(국가금식회개의 날)을 사용한다. 사실상 선다 셀바라지의 성회를 주최한 단체가 국가금식회개의 날을 주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금 선다 셀바라지와 관련한 동영상 등은 국금날 집회와 함께 페키지처럼 엮여서 유포되고 있다. 네이버 ‘예수님을 따르는 아가페 목장’ 카페(회원 21327명)에도 관련 글이 함께 올라가 있다. “국가금식회개의날 4월 13일(목)~15일(토) 2017.03.28. 한국에 주시는 하나님의 경고와 부흥의 계획 - 선다 셀바라지” 등이 그것이다. 네이버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국금날과 맞물려 알려지고 있는, 선다 셀바라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국금날을 실제적으로 주도하는 TOW미니스트리가 2017년 2월 23일 유튜브에 올린 선다 셀바라지 동영상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많은 걸 보여준다.
그는 한마디로 직통계시자다. 그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 천사 미가엘이 나타나 두루마리를 보여줬다 △주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징표는 숫자 70이다(이스라엘 건국후 70년이 되는 해) △세가지 주요한 연도를 보여줬는데 1948년(이스라엘 독립)·1967년(6일전쟁)·2017년이다 △또다른 중요한 전쟁이 지금 준비되고 있다 △환상 가운데 예수님께서 전세계에 전파되는 위성 채널에 직접 기름을 붓고 계시는 모습이다 △2017년은 은혜시대에서 마지막 시대로 가는 날이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는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메시지를 전하며 자신이 본 환상을 공개적으로 발표한다. 그는 설교하며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작은 개미’의 환상을 봤다고 주장했다. 순교가, 핍박이 이와 같이 작고 비밀스럽게 남쪽으로부터 진행될 것이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사 59:19을 해설하며 “‘해돋는 편에서 그의 영광을 두려워할 것은’의 이 말씀을 아주 주의 깊게 보십시오. ··· ‘해돋는 곳은 동편’이죠, 한국은 동편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가운데 행하는 모든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이 기도로 연합하여 한 마음이 됐을 때, 성령님께서 마치 홍수와 같이 흐르는, 하수와 같이 일어나실 겁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싸우시기 위해! 이 성경말씀이 말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제가 지금 영으로 봅니다. 이 모든 의로운 사람들이 함께 기도할 때, 남한의 북동편으로부터 이 하수와 같이 주님께서 일어나셔서, 아주 엄청나게 큰 물의 벽이 세워집니다. 그것이 모든 개미들 위에 쏟아부어질 겁니다. 여러분들은 일어나셔야 합니다.”
이들이 추구하는 명목은 국가적 회개다. 주님 앞에 우리는 언제나 마음을 찢고 회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계에는 종종 ‘회개’를 명목으로 한국사회에 혼란을 가중시킨 사례가 있어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데이비드 오워다. 그는 한국에 2010년 6월 25일부터 7월 6일까지 들어와 마가의 다락방기도원(박보영 목사) 등에서 집회를 했다. 그는 직접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며 북한군의 군용 트럭에서 미사일이 발사돼 남한의 변전소를 폭파시키고 항공모함을 침몰시키는 환상을 보았다며 한국 전쟁을 예언했다. 오워는 그러나 한국의 전 교회가 일치된 마음으로 회개하고 주님 앞으로 돌아온다면 전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요구사항대로 전 교회가 회개하는 일은 없었지만 한국전쟁예언은 일어나지 않았다. 홍혜선 씨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는 그녀는 2014년 12월 한국전쟁을 예언하며 회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결국 이 전쟁예언도 실패했고 예장 합동은 홍 씨가 거짓 예언과 직통 계시의 극치를 보인다며 합동 교단 신도들은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2016년 9월 101회 총회에서 결의했다. 지금 선다 셀바라지의 회개 촉구와 한국을 향한 예언이 데이비드 오워와 홍혜선 씨와 다른게 도대체 뭘까?
한편 국가금식회개의 날의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각종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다음은 관계자의 말의 취지를 살려 기자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질문: 검증되지 않은 사람, 선다 셀바라지의 예언을 따라 국가금식회개의 날을 기획하고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답변: 선다는 인도의 검증된 사역자다. 인도 기독교계의 믿음의 아버지로서 존경받는 어르신과 함께 사역하는 분이다. 의심할 만한 신분의 사람이 아니다. 이 사람이 블레싱 이스라엘 성회를 통해 한국에 처음 방문했다. 한국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는 한국과 관련해서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을 얘기했다. 국가적 위중성과 한국교회의 회개다. 그것은 그 사람으로 인해 더 확증됐을 뿐 선다 셀바라지가 국가금식 회개의 날짜를 정해주거나 한 건 아니다. 그 위중성으로 우리는 나라를 위해 더 기도하고 회개하고 금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할 뿐이다. 긴박한 상황에서 하나님밖에 의지할 것은 없다는 것이 중요하다.
질: 신뢰할 만한 분이라고 소개하셨는데 선다 셀바리지의 설교를 듣다보니 천사가 펴준 두루마리를 봤다, 2017년이 마지막 시대로 전환하는 해라고 주장하는 등 문제점들이 보였다.
답: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는 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운데 이분의 전체적 메시지 맥락에서 읽어줬으면 좋겠다. 선다의 메시지의 핵심은 성도들이 자신의 위선과 교만과 자아성취의 길에서 하나님께로 돌이켜야 한다는 것이다.
질: 지니엘킴 목사가 사전기도회에 참여해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찬양할 때 ‘귀신 소리’로밖에 표현이 안 되던데, 울음소리 같은 악기를 켜서 분위기가 이상했다. 그리고 김 목사와 국가금식과는 어떤 어떤 관계인가?
답: 나도 그 소리에 당황스러웠다. 목사님께서 돌출 행동이 있긴 했지만 그분의 속마음은 나쁜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니다. 그분은 한국을 위해 늘 기도하는 분이다. 내부적으로 걸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나 기도하면서 소화해 나갔다.
질: 국가금식 사전 기도회에서 예루살렘 시청에 걸어둔 깃발을 흔든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답: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수도라고 하면 예루살렘이다. 복음의 첫 근원지다. 첫 제자들, 첫 선교사들, 첫 순교자들이 모두 그곳에서 시작했다. 그곳이 시작 포인트라는 상징성이 있는 도시기에 그곳을 상징하는 깃발을 흔들었다.
질: 서바울 목사가 기도회에서 전쟁이나, 선제 타격에 대해 언급하면서 마치 그런 전쟁을 통해 북한이 붕괴될 것을 기대하며 회개하고 기도하자고 하더라. 한반도를 전쟁의 화염으로 몰아넣을 걸 기대하는 건지 궁금해지더라.
답: 그건 우리가 기대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 이미 그렇게 결단한 상황임을 인정하고 기도하자는 것이다. 남한을 신경 쓰지 않고 미국이 북한을 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충돌이 벌어지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모른다. 이런 국가적 위기를 앞두고 그리스도인들이 충분하게 기도하자는 의미다.
질: 선다 셀바라지는 데이비드 오워, 홍혜선 등과 같이 한국전쟁과 회개기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람 아닌가? 그들과 무슨 차이가 있나?
답: 메시지의 주요 핵심에서 차이가 있다. 홍혜선 씨는 말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고, 데이비드 오워의 경우 그의 기도회를 앞두고 나 또한 분별을 위해 기도를 많이 했다. 데이비드 오워는 전쟁을 갖고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두려움을 줬다. 사람들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였다. 선다 셀바라지는 국가의 위급함 앞에서 위선과 교만과 자아성취를 버리고 하나님께 돌아와야 한다는 걸 메시지의 초점으로 삼고 있다. 하나님 앞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게 그의 메시지의 본질이라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