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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개’가 아니라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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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개’가 아니라 ‘양’이다”
  • 정윤석
  • 승인 2013.05.31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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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먹고 자고 강연듣고 토론하는 목회자멘토링컨퍼런스

2013년 5월 27~29일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목회멘토링사역원(원장 김영봉 목사)이 주최한 제2회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가 열렸다.

▲ 제 2회 목회멘토링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

50여 명의 목회자와 손봉호 교수, 정한조 목사(100주년기념교회), 강경민 목사(일산은혜교회),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김영봉 목사(와싱톤한인교회) 등 8명의 멘토들이 2박 3일간 먹고 자고 강연듣고 토론하며 부대끼는 컨퍼런스다. 기자는 5월 28일(화). 오전 11시 시작된 정한조 목사의 강연을 들었다. 이어지는 점심시간 멘토와의 대화 시간에도 함께 참석했다. 이때는 정주채 목사를 멘토로 한 참석자들 사이에 끼었다.

목사는 ‘개’가 아니라 ‘양’이다.
정한조 목사는 ‘목회자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정 목사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목회자는 ‘개’가 아니라 ‘양’이다. 그리고 도미노게임의 가장 앞에 있는 블록과도 같다는 것이었다.

▲ '목회자란 누구인가'를 주제로 강연하는 정한조 목사
정 목사는 “얼마 전 뉴스앤조이에 ‘목사는 개다’라는 기사가 나왔다”며 “목사는 개인데, 양을 치는 양치기 개라는 의미로 쓴 기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목사는 “나는 목사도 양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개는 성질나면 양을 물어버린다. 양들에게 개는 사실 공포의 대상일 수도 있다. 목사는 개가 아니라 양이다. 양도 그냥 양이 아니라 가장 앞에 있는 양이다. 시력이 안 좋은 양들의 맨 앞에서 길을 안내하는 양이다. 뒤에 있는 양들은 앞에 양만 보고 길을 따라간다.”

정 목사는 우리가 스스로를 어떤 목회자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흘러가게 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를 사랑하기보다 목사 자신이 성도들에게 최고의 선물이 돼야 한다”며 “바른 목회를 통해 성도들이 ‘아, 그리스도인은 저렇게 사는 거구나’라는 모습을 선물로 전달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도들은 ‘갈 교회가 없다’ 하고 목사들은 ‘참 일꾼이 없다’한다”며 “이런 시대에 누구보다 자신이 그리스도의 음성을 듣고 그분을 닮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목사는 ‘목회자’는 도미노 게임의 가장 앞에 있는 블록과도 같다고 말했다. 목사가 안 넘어지면 뒤에 블록은 넘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목사가 넘어지면 다른 성도들도 연쇄적으로 넘어진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좀더 나은 한국교회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 물려 주기 위해 목회자들이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벽기도한 후 자면 책 읽을 시간 확보 못한다”
정 목사는 “목사들이 만나는 사람들이 뻔하다”며 “대다수가 자신과 같은 목회자, 성도들을 만나는데 문학을 통해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들을 다 만나볼 수 없으니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설교를 위해서 독서를 하는 건 아니지만 다독하다보면 설교의 연결고리도 나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새벽 기도 후 집에 가지 않는다. 신혼 초부터 지켜왔다고 한다. 아내에게 결혼 초기부터 말했다. “미안해. 내가 이 시간이 아니면 성경을 읽지 못해.”

지금까지 새벽기도를 한 이후 시간은 성경읽기 등 독서에 할애하고 있다. 그 때 자면 책 읽을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개콘’으로 푼다. 정 목사는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감동을 받는다. 개그맨들은 청중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일주일을 고민한다. 안 웃기면 바로 퇴출 대상이 된다. 개그맨들의 치열함을 개콘을 통해서 본다는 것이다. 목회자로서 그 프로가 매우 큰 도전이 된다고 말했다.

정 목사의 강연에 이은 점심 시간은 8명의 멘토들과 50여 명의 참여자들이 각자 자신의 멘토들과 만나 대화하며 식사하는 시간이었다. 12시 30분경부터 오후 4시까지는 식사·자유 시간으로 배정됐다. 기자는 정주채 목사(향상교회)의 식사 자리에 동석했다. 정주채 목사와 다른 참석자들간의 대화가 이어졌다.

“주님 뜻대로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삶이 끝나더라도”

▲ 멘토링컨퍼런스에 참석한 정주채 목사

질문: 목사님, 설교는 어떻게 준비 하시나요?
정주채 목사: 저는 가을 쯤 되면 다음해의 설교의 윤곽을 잡아놔요. 갑자기 주제를 정하려면 미흡해지죠. 매달의 주제가 정해져 있으면 좋아요.

질: 강해설교 중에 교회력은 어떻게 지키시나요?
정: 저는 부활절, 성령강림절, 추수감사절을 꼭 지켜요. 그 다음은 형편 되는대로 하죠. 5월에 성령강림주일을 지킨 교회가 많지 않을 거예요. 어버이주일을 빠트리면 큰일이지만 성령강림주일은 빠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교회가 무척 많죠.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 생각해요. 5월에는 성령강림주일이 있어요. 그분에 대한 기대와 그분의 역사에 대한 소망을 가져야 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처럼 생기가 충만한 축복을 누리는 성도들이 되자고 강조했어요.

질: 부흥강사나 은사주의자들의 성령 사역의 왜곡과 변질로 결국 성령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 감성·열정·능력·성공의 도구로서의 성령사역으로 변질 왜곡된 사역에 질려서 그래요.

질: 교회 민주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정: 교회 민주화는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을 가진 사람들이 하면 방향이 맞아요. 그러나 그리스도의 주되심에 대한 고백없는 사람들의 민주화 시도는 교회 세속화의 지름길이라 생각해요. 개신교에서 의사결정권을 세례교인에게 주는데 이는 그들이 모두 성령받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요. 신앙고백과 구원의 확신이 없는 사람에게 의사결정권이 가기도 하는데 그런 사례가 많아지다보면 그리고 회심하지 않은 명목상의 교인들이 추구하는 교회 민주화는 오히려 위험할 수 있어요.

▲ 정주채 목사
질: 성도들이 요즘은 ‘소비자’같은 마음으로 교회 오는 것 같아요.
정: 우리가 목회 현장의 특성을 무시할 수 없어요. 고객교인이 교회의 80% 이상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교회는 ‘소그룹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안 되면 교회다움의 반은 날아가요. 그러나 소그룹이 성공하면 성도들간의 인격적 교제가 가능해져요. 교회안의 교회가 자리 잡아야 해요. 향상교회는 목사님들도 다 그룹을 나눠 소그룹에 소속해 있어요. 저는 소그룹에서 반드시 밥을 먹도록 해요. 식사 준비하기 다들 귀찮아서 밥을 건너 띄기도 하는데 저는 ‘밥 안 먹으면 목장(향상교회의 소그룹 명칭)도 아니다!’고 강조해요.

질: 성도들이 목회자도 실수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잘하다가도 한 순간의 실수로 그동안의 공적을 모두 깎아내리고 실망하는 게 참 부담돼요.
정: 교인들이 자신이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지 못하는 마음을 목회자와 교회에 기대하는 심리가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우리 목사님이 이런 차를 타야 하고 목사님이 이런 거를 해야 하고··· 그런 요구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목회자가 대형교회를 이루면 성도들 자신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죠. 어떤 교회는 목사님을 총회장 만들기 위해 헌금을 거두기도 한 대요. 목회자들의 실제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해요. 실제 관심이 교회 부흥인지요? 목사들이 코피 터지게 일하는 게 사실은 자신의 비즈니스인지 아니면 정말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사역인지를 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성경에서 말씀하는 것과 예수님의 본을 따르는 일에 목회자가 필사적으로 몸부림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설령 몸부림만 치다가 삶이 끝날 수 있어요. 그러다가 끝날지라도, 또 그런 경우가 대다수여도, 도전해야 해요! 하나님께서 몸부림치는 우리 모습을 보고 기뻐하실 것이라 믿어요.

▲ 필그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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