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계(僞計 거짓으로 계책을 꾸밈)에 의한 간음도 강간이다. 이 범죄를 저지른 대표적인 인물이 정명석 씨다. 여신도들에게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하고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여신도들을 간음내지 추행했다. 이런 행위를 한 정 씨에 대해 법원은 원고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불법 행위라고 판결하고 2008년 정 씨에게 징역 10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정명석 씨는 ‘하나님이 나에게 세상의 모든 여자를 허락하셨다’, ‘예수님이 나의 몸을 통하여 기뻐하신다’, ‘나를 거역하면 큰일난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미 철저한 종교적 세뇌 교육을 받은 여신도들은 밀교적 분위기 속에서 최면당하듯 논리적 판단력을 상실한 채 피고 정명석에게 강간이나 강제 추행을 당했다고 한 바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2012년 12월 8일 보도한 ‘창기 십자가 비밀’을 보면 교주 박명호 씨(돌나라한농복구회)도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보도를 통해 나타난 박 씨는 신도들에게 자신을 메시아·하나님·신으로 믿게 했다. 그리고 여신도들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들었다. 여기에는 기혼자도 포함됐다고 한다. 여성들은 교주를 신으로 생각하며 꽃을 바치고 여보·낭군·신랑으로 부르고 자발적으로 몸을 바쳤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종교적 의식, 하나님께 몸을 바친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정명석 씨의 판례에 비쳐볼 때 ‘위계에 의한 간음행위’에 해당하지 않을까?
박 씨 또한 여신도들이 자신을 메시아로 믿게 하고 항거불능 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간음 내지 추행을 했다. 그리고 그것은 위계 내지 위력으로 여신도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것으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박 씨는 징역형을 선고 받은 정 씨와 공통분모를 형성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사건 배경으로 삼은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는 여자를 쫓아가는 상대 배우를 향해 “대한민국이 강간의 왕국이야? 엉?”하며 드롭킥을 날린다.
요즘 교주들 보면 이 대사가 현실이 된 거 같다. 대한민국이, 교주들이 설치는 강간의 왕국인가? 대한민국 사법부는 종교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위계에 의한 간음 행위’들을 언제까지 용납할 것인가? 교주를 신으로 믿게 하고 여신도들에게 스스로 ‘희생’이라며 옷을 벗게 만들고 간음하는 것은 건강하게 살아야 할 신도들뿐 아니라 이 사회에 대한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