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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여전히 표류중인 한기총의 이단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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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여전히 표류중인 한기총의 이단대처
  • 정윤석
  • 승인 2011.10.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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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에서 뭔가 해줘야 하지 않나요?” 이단 문제로 목회자들을 만나면 늘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가 이단 대처와 관련한 지침을 마련하고 일선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꾸준히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내는 것이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한기총은 이단 대처와 관련 앞장서 왔던 기관이다. 한기총(www.cck.or.kr)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주요 사업 세 번째 항목이 ‘사이비 및 이단 집단에 대한 대책’ 아니던가.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았지만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이 중론이다.

 

▲ 한기총이 2004년과 2007년 발간한 이단대처자료집

이단사이비 대책의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각 교단에서 이단 등으로 규정한 단체와 인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단사이비연구 종합자료>를 두 차례 발간했다. 2004년과 2007년의 일이다. 교단에서 규정한 이단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실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단 사이비 단체들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발빠르게 규정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이외에도 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이단 규정과 발을 맞추어 안상홍 증인회, 할렐루야기도원, 이재록(만민중앙교회) 등에 대해서도 이단으로 규정하며 한국교회의 경계를 촉구했다. 한기총의 이러한 이단대처 활동은 일선 목회자들이 특정 단체와 관련한 이단성 여부를 가리는 데 지침과 기준이 됐었다.

그러나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도 이젠 과거 일이 된 것처럼 보인다. 지금 한기총은 이단 문제와 관련 오히려 많은 교단과 교계에 혼란을 주고 혼선을 초래하는 기관으로 전락해 버린 상황이다.

한기총의 이런 분위기는 2008년부터 조짐을 보여 왔고 2010년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때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 이대위(당시 위원장 고창곤 목사)가 한기총 가맹교단들이 ‘이단’ 등으로 규정한 인사들에 대해 ‘이단성이 없다’고 결정한 이단면죄 행각을 벌였던 것이다. 한기총이 드러내놓고 한국교회의 이단 대처와 발을 맞추지 않고 엇박자를 낸 것은 이광선 대표회장 체제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그 결과 예장 통합·합동·백석·고신·합신 5개 교단 총회장이 한꺼번에 한기총 규탄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 체제 한기총의 이단대처가 이 지경에 빠지자 한국교회는 길자연 현 대표회장이 이단대처와 관련, 올곧은 소리를 내기를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 때의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길 대표회장의 임기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 아직 한기총은 이대위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길자연 목사는 2011년 10월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기총이 만약 이 문제(이단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제2의 한기총 파동이 올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하려 한다. 그래서 늦어지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현재 위원장 선정과 관련해 솔직히 몇몇 세력 갈등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를 선택하면 다른 쪽에서 반대할 수 있기에 신중하자는 것이다. 갈등 당사자를 배제하고 적절한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단 사이비 단체와 이를 영입한 교단에 대해서는 임원회에서 논의할 안건으로 상정돼 있는 상태다.”

언뜻 보면 신중해 보이는 발언이다. 하지만 길 대표회장은 현재 자신의 처신이 결국 회원 교단의 집단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 당시 회원교단의 반발이 불일 듯 일어났던 것처럼 지금도 동일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회 주요 11개 교단 이단대책위원장들이 10월 5일 한기총을 향해 “다락방 영입 개혁측의 한기총 가입을 무효화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신학대학 교수 34인이 10월 14일 “이단 배격에 앞장 서지 않으면 한기총의 존재이유가 없다”며 “‘다락방+개혁’교단의 한기총 회원자격을 박탈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 한기총을 친이단 단체로 등록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목소리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할 일이 있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 길 대표회장은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 올해 연초에 인터뷰를 하며 “이단 문제에 대해서는 내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확실하게 처리할 것이다”며 “이번 회기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단 문제의 현안들을 처리할 테니 믿고 지켜 봐 달라”고 당부했었다.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발언한 말과 기자를 만났을 때의 말 사이에 확실한 온도차이가 느껴진다.

‘한기총은 이단 대처를 손 놓았는가’라는 질타가 한기총에 쏟아지는 이유다. 다락방을 영입한 다락방+개혁측(총회 총대 80%가 다락방측 사람들)의 회원권은 인정하고 다락방 영입을 반대한 개혁측의 회원권은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일이 길자연 대표회장 체제에서 벌어졌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엉뚱하게 한기총이 특정 이단연구가의 이단성을 조사하기로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대위 구성조차 못한 한기총 처지에 앞뒤도 맞지 않고 다분히 순수하지도 못한 현실이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도 한기총에 대한 질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기총을 이단옹호 기관으로 규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다락방+개혁 교단을 아무렇지도 않게 회원교단으로 인정하고 있는 현 한기총은 이광선 직전 대표회장 체제에서 이단옹호 행각을 벌이다가 교계 안팎에서 전방위적 역풍을 맞았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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