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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 식별하려면 공부해야죠. 이단연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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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폐 식별하려면 공부해야죠. 이단연구하듯!"
  • 정윤석
  • 승인 2010.06.2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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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설교를 들어본 일이 있는가?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충만하면 적그리스도의 세력을 분별할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갖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 제일 한심한 게 뭔지 아세요? 이단 연구·세미나 하느라고 시간 허송세월하는 거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여러분 안에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충만하면, 진리의 말씀을 말씀으로 제대로 알고 있으면 어떤 가짜도 연구 안해도 금방 식별할 수 있어요. 여러분 안에 성령께서 영적인 본능을 그렇게 만들어 놓는다니까. ···본능으로 그게 있는 거예요.”

이단연구를 하는 것과 이단대책 세미나를 하는 것이 가장 한심하다는 주장이다.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은 부연설명도 한다.

“미국의 재무국 직원들은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도사들입니다. 딱 보기만해도 어떤 종류의 위조지폐라도 알아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한테 각양각색의 위조지폐를 갖고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18살 때 재무국에 들어오자마자 진짜 지폐를 갖고 한 5년은 놀게 한대요. ···그래서 그것을 5년 정도 하면 어떠한 가짜도, 정교한 가짜도 딱 들이대면 안대요. 만져 보고, 냄새만 맡아도 금방 가려낸다는 거예요. 진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가짜를 본능적으로 밀어내는 거예요.”

이단 세미나가 가장 한심하다는 이 설교를, 기자는 한국교회 차세대 대표적인 목회자 2명에게서 들었다. 누가 누구의 설교를 표절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둘의 설교 내용이 기가 막히게 일치했다는 것이다. 기자는 이 설교 내용 중 궁금한 게 있었다. 정말 위폐를 가려내는 도사들은 진폐만 갖고 놀면서도 위폐를 가려낼 수 있을까? 위폐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지 않는걸까?

위의 설교를 듣고 모 은행 부지점장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에게 위와 같은 설교 내용을 말해 주고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의 답은 간단했다. “그 목사님이 모르고 하는 소리죠!” “왜죠?” “은행에 있어서 제가 잘 압니다. 위폐를 가려내기 위해선 진폐만 갖고 놀아서는 절대로 식별이 안됩니다. 위폐를 가리기 위해선 위폐의 샘플들을 수집하고 특징을 분석하고 가려내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거 없이는 진폐와 위폐를 식별해내는 능력이 생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위폐감별을 하는 사람들은 매뉴얼까지도 갖고 있으니까요. 마치 이단분별을 위해 이단 연구를 하는 것처럼요.”

염상섭 씨의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년 발표)에서 아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을 받는 장면 중 하나가 있다. 소설가가 청개구리를 해부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개구리의 오장에서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났다고 표현한 부분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러려니 지나갔던 부분인데 나중에 이 내용이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개구리는 냉혈동물이기에 해부를 할 때 오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전혀 이 사실을 모르는 염상섭 씨는 지레짐작으로 표현을 그렇게 했던 것이다.

젊은 두 명의 목회자들의 ‘이단연구 무용론’에 대한 설교와 염상섭 씨의 소설 ‘표본실의 청개구리’에 나오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던 개구리 해부 장면이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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