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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정열 선교사 후원 문제 놓고 선교회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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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정열 선교사 후원 문제 놓고 선교회 양분
  • 정윤석
  • 승인 2009.09.23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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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문제 생긴 사람 도울 수 없다” vs “감정적으로 하면 안돼”

 
방정열 선교사는 20년 가까이 태국에서 사역해 왔다. 세인들은 그의 선교적 성과를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메홍선 북부지역에 교회 80여 곳, 기도처소만 50여 곳을 세웠다. 그가 개척한 교회에 출석하는 총 교인 수는 3만 5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방 선교사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메홍선 지역은 교회가 단 한 곳도 없었다고 한다. 마약 왕 쿤사가 활동했던 지역이었기 때문에 교회가 뿌리를 내리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현지인 교역자를 양성하기 위한 신학교도 세웠다. 방 선교사가 키운 태국 사역자 중 한 명은 마약소지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 죄수 300여 명에게 복음을 전해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불교국가로는 처음으로 교도소안에 교회가 세워졌다. 방 선교사의 선교적 성과는 외적 규모만으로도 사람들의 감탄을 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방 선교사의 후원 문제를 놓고 최근 한 선교회가 양분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 선교사의 선교사역을 후원하기 위해 조직됐던 ‘달리다굼선교회’(회장 대행 신병철 목사)의 핵심인사들은 방 선교사의 신앙에 문제가 생겼다며 후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하며 예전 후원자들 중 일부가 중심이 돼 2009년 8월 5일 ‘임마누엘선교회’(회장 채규현 목사)를 세웠다. 임마누엘선교회는 달리다굼선교회의 입장에 반발, 방 선교사를 변함없이 후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방 선교사가 달리다굼선교회로부터 후원을 받아 세운 태국 현지 교회

달리다굼선교회측 “변질된 신학과 신앙이 본질적인 문제다”
달리다굼선교회의 신병철 목사(예장 합동, 미금제일교회)는 2009년 9월 18일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 만난 자리에서 방 선교사의 신앙에 수용불가한 문제가 생겼다며 매우 염려스러워 했다. 신 목사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계기는 2008년 10월 경 방 선교사로부터 날아온 ‘선교보고서’ 형태의 이메일에서 촉발됐다.

방 선교사가 극단적 신비주의 체험서로 논란이 되고 있는 <내가 네게 불세례를 주노라>(불세례)는 책을 읽은 후 저자인 김용두 목사를 태국 선교지로 불러 집회를 열었다고 고백한 것이다. 방 선교사는 이 집회에서 △집회 중 통역을 하던 선교사인 내가 불을 받아버렸다 △나의 오른손에서 주체할 수 없는 불이 나오기 시작했다 △센터교회 수크리 목사가 지옥과 천국을 다녀온 후 영안이 열려 버렸다 △신도들이 성령님이 인도하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 여신도에게서 소름끼치는 머리 푼 여자 귀신을 보았고 그에게 성령의 불을 전이시켜 줬다고 이메일에 기재했다. 이 대부분이 <불세례>라는 책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이었다.

이 내용을 읽고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신병철 목사다. 19년 동안 매월 첫째 주 화요일에 만원 단위까지 정산해서 후원금을 한번도 빠짐없이 보냈고 후원금이 모자라면 그는 개인카드빚을 낼 정도로 방 선교사와 선교지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신 목사는 선교비가 부족할 때면 자식 결혼비용까지를 보낼 정도였다.

이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 후원을 맡아왔던 신 목사는 방 선교사가 김용두 목사의 집회 후 매우 변질됐다고 걱정했다. 신 목사는 “방 선교사가 극단적 신비주의 집회를 선교 현장에서 했을 뿐만 아니라 메일을 통해 ‘그동안 내게 맡겨진 이들을 악한 영들 속에 방치해 놓았었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고 썼다”며 “그렇다면 지금까지 19년 동안 해왔던 일은 영적 무지 속에 있었다는 뜻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마치 지난 날의 선교 사역 전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듯한 내용이 방 선교사의 메일에 담겨 있었다.

신 목사는 “문제의 집회를 한 번 하고 끝냈으면 불문에 부치려고 했다”며 “그러나 방 선교사가 2008년 9월과 2009년 초순, 두 차례에 걸쳐 연속으로 집회를 한데다 지금도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불세례>책에 나오는 것과 유사한 모방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딸’처럼 생각하며 피눈물을 뿌리며 후원한 선교지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태국 방정열 선교사(사진 좌측)의 집회 장소에 초청된 김용두 목사(사진출처 주님의교회 홈페이지에 실렸던 동영상 캡쳐)

이런 방 선교사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했을까? 신 목사는 “방 선교사와 선교지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회복되기를 바라며 수없이 설득하고, 달래면서 문제 있는 인사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본래로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며 “진심어린 권면과 설득을 했지만 방 선교사는 요지부동이었다”고 말한다.

후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도 이런 가운데 나왔다는 설명이다. 논란 소지가 있는 현장에 후원금을 무작정 보낼 수 없어서 방 선교사의 진정한 사과와 김용두 목사와의 완전한 관계 정리를 하고 돌아 올 것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방 선교사는 후원회는 관계 말라는 태도로 일관해 불가피하게 후원금을 중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의 방법이었던 셈이다.

후원비를 중단했지만 그 효과는 실효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신 목사는 “후원금이 중단되자 방 선교사가 한국에 직접 와서 자신의 명의로 된 후원 통장을 모두 재발급해 갔고 또 다른 후원자들이 임마누엘선교회라는 것을 조직해 방 선교사를 후원하고 있다”며 “기존 달리다굼선교회가 사태수습을 위해 활동하는 상태에서 새로운 방 선교사 후원선교회가 만들어진 것은 선교사역을 찢는 것이며 선교사의 신앙을 바르게 세울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달리다굼선교회측은 방 선교사가 잘못된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 마지막 방법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방 선교사를 달리다굼선교회가 관리해 왔으니 문제가 계속될 경우 달리다굼선교회측에서 공식적으로 방 선교사의 선교사 자격을 박탈하고 태국선교사회와 태국총회에 통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 목사는 “방 선교사가 이제라도 확실히 성경적 사역으로 되돌아 온다면 모든 허물을 잊고 이전보다 더 최선을 다해 후원할 각오가 돼 있다”며 방 선교사의 진정한 사과와 회개를 거듭 촉구했다.

▲ 불을 넣어준다는 김용두 목사의 옆에서 돕고 있는 방 선교사(사진 가운데)(사진출처 주님의교회 홈페이지에 실렸던 동영상 캡쳐)

임마누엘선교회측 “감정 싸움이 개입됐다”
임마누엘선교회(회장 채규현 목사)는 방 선교사와 관련, 달리다굼선교회측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채규현 목사는 9월 19일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의 전화통화에서 “방 선교사와 관련한 문제는 감정 싸움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반박했다. 방 선교사는 오랜 기간 영육간의 곤고함과 문화적 갈등으로 지쳐 있었고, 달리다굼선교회의 신 목사는 선교사와 후원자 사이의 모든 짐을 홀로 지고 일하느라 고단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둘다 너무 지친 가운데 깊은 감정의 골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논란 소지가 있는 김용두 목사를 초청해서 집회를 연 데 대해 채 목사는 “방 선교사는 신앙고백이 분명한 사람이다”며 “김용두 목사와 교류를 끊겠다는 약속을 받았음으로 신학적 문제는 사실상 마무리가 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채 목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된 문제를 갖고 달리다굼선교회가 선교비를 끊으니 80여 명의 사역자와 130여 교회의 유지가 어려워지게 됐다”며 “선교지에 당장 쌀이 떨어져 먹을 게 없다고 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선교지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달리다굼선교회의 신병철 목사가 19년 동안 메홍선 지역을 선교하기 위해 세운 공로는 인정하나 그렇다고 후원비를 중단하는 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달리다굼선교회의 ‘방 선교사에 대한 후원 중단 방침’을 따르는 게 도의적으로 맞는 것이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채 목사는 “임마누엘선교회에 소속한 대부분의 사람이 달리다굼선교회를 통해 방 선교사를 오래도록 후원해온 사람들이다”며 “나 또한 15년을 후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교비가 모두 선교지로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달리다굼선교회가 선교사를 문제 삼고 있었다”며 “방 선교사를 계속 후원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임마누엘선교회가 조직됐다”고 주장했다.

방 선교사의 비성경적 체험 집회가 계속된다는 지적에 대해 채 목사는 “방 선교사가 비성경적 체험 집회를 하는 것은 우리들도 원치 않는다”며 “선교회에 소속한 목사들이 선교지역을 최대한 방문하며 관심을 갖고 지켜 볼 것이다”고 말했다.

▲ 태국 선교지역에서 '성령춤'이라는 것을 추고 있는 태국 신도(사진출처 주님의교회 홈페이지에 실렸던 동영상 캡쳐)

김용두 목사의 집회 후 방 선교사가 “예전의 나는 가짜”라고 하는 등 발언한 것에 대해 채 목사는 “나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악령의 역사가 강한 선교지에서는 영적 체험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런 체험을 하고 나왔던 반응임을 이해해야 한다”며 “다시 교육하고 순화시켜서 신앙고백을 재확인하고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채 목사는 “방 선교사는, 경고하고 계도하면 그것을 충분히 받아들일 사람이다”며 “바르게 사역했던 사람을 ‘이단과 교류한다’, ‘신앙과 신학이 변질됐다’고 공격하니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는 분위기로 가게 된 것이다”고 달리다굼선교회측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았다.

방 선교사의 문제를 놓고 선교회가 양분된 가운데 이 사안은 쉽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총회 파송 선교사의 경우 총회가 선교사의 건전·불건전성 여부를 정확하게 따져 선교사 자격을 박탈하거나 국내로 소환해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창구가 일원화돼 있다.

그러나 방 선교사의 경우 그에게 설령 문제가 있다 해도 그를 통제하거나 계도하거나 수정해 줄 수 있는 단체가 양분된 상황이어서 해결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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