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종교부지는 몇 달 전만 해도 소유자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광림교회(등기상 대표자 김선도 목사)였다. 교회 건물에는 ‘광림교회’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을 것이다. 서울 광림교회의 지교회 자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현재, 이 자리에 광림교회의 간판은 사라졌다. 대신 구원파 박옥수 씨측의 ‘기쁜소식 분당교회’(담임 권수백 씨)가 들어서 있다. 6월 29일 저녁에는 헌당집회도 가졌다. 설교는 박옥수 씨가 맡았다. 한국의 대형교회중 하나인 광림교회의 종교부지에 어떻게 박옥수 씨측 기쁜소식 분당교회가 간판을 올리게 된 것일까?
분당 지역의 목회자들 사이에는 ‘광림교회가 구원파측 교회에 종교부지를 팔고 경기도 동백 지구로 이사를 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분당에서 목회하는 A 목사는 “광림교회의 분당 종교부지를 사려고 노력한 정통교회가 상당수가 됐는데도 하필이면 박옥수측 구원파에 넘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그는 “교인들에게 구원파 등 이단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고 경계교육을 강화해야 할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분당 지역 목회자들이 분개하는 이유는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띠어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현재 박옥수 씨측 구원파가 자리한 분당구 구미동 210번지 토지와 건물은 연초만 하더라도 기독교대한감리회 광림교회(등기상 대표자 김선도 목사)의 소유였다. 이 건물과 토지를 광림교회측이 2008년 2월 16일 대한예수교침례회 성남제일교회(이하 구원파측 성남교회, 대표자 권수백 씨)에 매매했다. 대한예수교침례회란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구원파 계파 중 박옥수·이요한측이 사용하는 교단명칭이다. 그중 광림교회의 종교부지를 매수한 구원파측 성남교회는 박옥수측 소속교회였던 것이다. 구원파측 성남교회는 잔금을 모두 치르고 6월 11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왜 광림교회측이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박옥수측 구원파의 한 교회에 종교부지를 팔고 떠난 것일까?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2008년 7월 9일 목요일 서울 광림교회를 방문해 건축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득환 장로를 만났다. 그는 구원파측과 매매계약을 한 실무책임자다. 조 장로는 “사람들이 ‘광림교회가 구원파에 종교부지를 넘겼다’며 전화를 하고 기자들도 이 문제로 찾아온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과 관련 여론이 좋지 않다는 것을 그의 말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조 장로에 따르면 서울 광림교회가 분당의 종교부지를 팔려고 내놓은 것은 2006년 연말이었다. 당시 분당의 종교부지에 새예배당을 건축하려 했지만 지역주민들이 6개월여에 걸쳐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광림교회는 예배당 신축을 포기하고 분당의 종교부지를 2006년 연말에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분당의 종교부지를 내놓자 2007년도 어간에 12개 교회가 매수의사를 밝혀왔다. 그 대부분이 중소형 교회로서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불안한 교회였다는 것이 조 장로의 설명이다. 이 대목에서 기자가 “그 중소형 교회들이 어떤 교회였는지 말해달라”고 하자 조 장로는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기자가 "분당에 있는 한 큰 교회가 매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하는데 알지 못하는가"라고 묻자 이에 대해서도 조 장로는 “알지 못하는 일이다”고 답변했다.
아무튼 시간이 지나면서 적극적인 매수의사를 보이며 참여한 교회가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구원파측 성남교회였다. 그러나 조 장로는 이 교회가 구원파측 교회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 그나마 알게 된 것은 이미 계약금과 중도금을 치르고 잔금을 남겨둔 올해 5월경이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성남교회에 대해 ‘구원파 의혹’을 제기하며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럼에도 조 장로는 구원파가 이단이 아니다는 판단을 내리고 일을 계속해서 추진했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계속했다. 그는 성남제일교회가 구원파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로 여러 경로를 통해 이를 확인해보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명확하게 ‘이단이다’고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 종교 상담소에 전화했는데 성남교회의 이단성을 모르겠다고 말한 점, 침례회와 관련된 교단에서도 대한예수교침례회를 이단이 아니다고 확인해 준 점, 그리고 모 기독교연합기관에도 알아본 결과 대한예수교침례회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말했다는 둥 그에게 성남제일교회가 구원파 소속의 교회다라며 이단성을 명확히 설명해 주는 곳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그가 구원파를 이단이 아니다고 결정한 중요한 이유는 책자 두권 때문이었다. 조 장로는 <정통과 이단>, <한국교회 이단논쟁 그 실체를 밝힌다>라는 책에 “‘구원파는 이단이 아니다’고 나와 있었다”며 “이 책자를 근거로 이단이 아니다고 결정하고 일을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조 장로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설명이 왠지 석연찮았다. 그 첫째 이유는 70억원이라는 거액의 매매계약을 담당한 광림교회의 건축위원장이 상대 교회의 실체를 전혀 모르고 일을 진행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거금이 오고가기에 상대교회에 대해 교단 소속과 대표자를 알아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좀더 나아가서 그 교단이 이단 소속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기본이다. 그럼에도 조 장로는 성남제일교회가 구원파측인 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납득할 수 없는 대목이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도 성남제일교회가 ‘대한예수교침례회’ 소속이라는 것을 파악했을 것이고 조금더 알아보면 이 교단이 한국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구원파와 유관하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었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조 장로가 적을 두고 있는 광림교회가 ‘사이비, 이단 종교’라는 팸플릿을 펴내며 구원파를 이단으로 분류해 놓았다. 이 팸플릿은 지금도 광림교회 목회연구실에서 판매되고 있다. 조 장로가 광림교회를 35년동안 다닌 신도이고, 그것도 대형교회의 장로 직분에 건축위원장까지 맡았다면 적어도 자기 교회에서 펴낸 책자의 내용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책임은 조 장로만의 몫이 아니다. 조 장로가 몰랐다면 이 사실에 대해 누군가 얘기하고 문제제기를 했어야 할 일이다. 광림교회의 담임목회자는 그것을 몰랐을까? 조 장로 외에 광림교회 신도들은 이러한 내용을 아무도 몰랐을까? 결과적으로 광림교회는, 겉으로는 팸플릿까지 만들어 구원파를 이단이라며 신도들에게 교육을 했지만 뒤에서는 구원파측과 종교부지를 거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조 장로의 설명과 행동이 석연찮은 둘째 이유는 구원파의 이단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참고로 삼은 책 두 권 때문이다. 사실 구원파가 이단인 줄은 웬만한 평신도들도 아는 사실일 터인데 조 장로가 그조차 몰랐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어쨌든 구원파의 이단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확인했다는 책들은 무더기 이단옹호 자료집인 것으로 드러났던 <정통과 이단>, <한국교회 이단논쟁 그 실체를 밝힌다> 등인데 이 책들은 모두 한국교회에서는 용도폐기처분된 것들이다. <정통과이단>을 펴낸 예장연측은 이미 작년 2007년 12월 10일 국민일보에 “<정통과이단>을 더 이상 출판 및 배포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며 “일체의 사용을 금지하고 만일 이를 어기고 사용할 경우 법적책임을 묻겠다”고 공고했다. 금년 3월 29일에는 두 책자들의 발간 책임을 맡았던 이흥선 목사가 국민일보에 문제의 책자들에 대해 “파기했으며 인용을 금지한다”고 공표했다.
광림교회측이 적은 돈도 아니고 70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매도하는 종교부지의 매수자에 대한 내용을 한국교회가 공인한 자료도 아닌, 이단옹호 목적으로 발간된, 그것도 이미 용도폐기된 자료를 토대로 해서 이단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리고 매매를 강행한 것이다. 기자가 "그 책자를 매수자측에서 제공했는가"라고 묻자 조 장로는 “내가 여기저기 알아봐서 입수한 것이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조 장로는 자신의 교회에서 ‘구원파를 이단이다’고 명기한 자료가 있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한다. 모두 기자가 보기에 석연치가 않다.
조 장로의 답변이 석연찮은 셋째 이유는 ‘처음에는 성남교회가 구원파인 줄 몰랐다’고 말한 대목 때문이다. 조 장로의 말은 바꿔 얘기하면 구원파인 줄 알았다면 매매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조 장로의 태도는 매수자가 구원파 소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바뀌지 않는다. 그는 분명히 기자에게 잔금납입을 앞 둔 금년 5월 경 성남교회가 구원파 소속인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는 계약을 전면 취소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지 않고 ‘구원파가 이단이 아니다’는 한국교회가 웃을 만한 정보를 옳은 것으로 취사 선택하고 거래를 계속한 것이다.
광림교회측의 이러한 처사에 대해 분당에서 목회하는 B 목사는 “분당에 종교부지를 구하는 것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닌데 그나마 있던 자리를 광림교회측이 구원파측에 넘겼다니 납득되지 않는다”며 “설령 지불능력이 없어 보이는 중소형 교회들이 매입 의사를 밝혔어도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종교부지를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성남시 기독교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광림교회측이 구원파측 교회에 종교부지를 넘기고 이사를 갔다는 소문이 이 지역에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며 “사태를 자세히 검토해 보고 연합회적 차원에서 대응책을 고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광림교회는 대형교회다. 그런 교회가 납득할 수 없는 일처리로 구원파에 교회를 넘기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사례는 분당 지역 목회자들의 머릿 속에 대형교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남기는 사건으로 기억될 듯하다. 남은 교회들은 분당 지역에서 구원파측 교회와 영적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조 장로는 가슴이 아프다며 교회측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모든 게 마무리 될 만큼 일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세습으로 한국교회에 말거리가 됐던 광림교회가 이제는 구원파측에 70억원을 받고 교회 부지를 팔았다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남기게 됐기 때문이다. 궁색한 변명보다 이번 사태와 관련, 광림교회의 대교회다운 책임있는 행동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구원파측 기쁜소식 분당교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들은 구원파가 아니다”며 “한기총(한국교회의 대표적 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아닌, 이흥선 목사가 관계했던 단체를 의미한다:편집자주)에서 책자들을 발간하고 우리들을 이단이 아니라고 오해를 풀어줬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