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A집사(31)는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난 후 갑작스레 오열을 터뜨렸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 놓았다가 갑자기 달려든 화물차에 친구가 치여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친구의 유족으로는 임신 6개월째인 부인이 있었다.
공포영화의 광고 문구 같지만 죽음은 뜻밖의 장소에서 예기치 않게 다가오는 법이다. 그것은 신앙의 있고 없음,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하나님의 자녀들은 더 나은 본향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
최근 이중표 목사(67)가 별세했다. 그가 별세했을 때 한신교회 성도들은 물론 그를 존경했던 국내외 대다수 기독교인들은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보였다. 이 목사의 죽음에 대해서는 더할 수 없이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면서도 결국에는 이 목사와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는 소망의 신앙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이미 이 목사가 죽기 전부터 그리스도인의 죽음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말하고 강조해 왔던 것과 무관치 않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입장을 말해왔다.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은 한신교회 사이트(www.hanshin.or.kr)에 올린 이중표 목사와 이강석 목사(한신교회, 별세목회연구원장)의 대담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일관되게 빨리 주께로 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감동하는 성령님의 생각이 그런 것입니다. 나의 생존을 위해 기도하는 눈물의 사람들에게는 고맙고 미안하지만, 하늘로 가게 하시는 뜻에 순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을 마지막으로 이루는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죽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나는 평소에 편안하게 죽기를 수십 년간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통 가운데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소원을 거절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급박하게, 순간적으로 죽어서는 또 하나의 세계로 향하는 고통을 맛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부활의 새로운 세계를 진정으로 소망하게 하시며 체험케 하고 계십니다. ···산 자만이 죽을 수 있고, 참으로 죽은 자만이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부활의 산 소망을 품고 담담히 주께로 나아가겠습니다.”암, 질병, 죽음 등은 모두 ‘마귀’의 일로 보는 일부 불건전한 신학관을 가진 사람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목사는 죽기 전부터 암투병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부활의 신앙관을 명확하게 밝혀 왔다. 또한 이 목사는 이 죽음을 통해 부활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란 진정한 소망이 있었다.
이처럼 크리스천들은 죽음에 대한 바른 자세를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타인의 죽음과 관련 그가 천국에 간다고 해서 마치 잔치하는 것처럼 필요이상으로 기뻐하는 것도 덕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관이 땅 밑으로 내려갈 때 마치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을 보내는 것처럼 막아서며 슬퍼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죽은 사람과 이생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슬픔이 마음을 후벼파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천국에서 볼 수 있다는 소망을 붙잡고 슬픔을 극복하는 것이 죽음에 대한, 성도의 바른 자세인 것이다. 또한 그가 아무리 위대한 크리스천이라 해도 우상화하는 경우도 없어야 한다.
자신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나도 언젠가 죽을 날이 올 것이란 생각을 하며 겸허한 자세로 사는 것이 필요하다. 더하여 내가 이 땅에 살아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아직 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에 생명을 연장해 주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사명의식을 더욱 뜨겁게 해야 한다.
박일민 교수(칼빈대학교 조직신학)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성도는 죽음을 대할 때, 아직 내가 살아 있는 것은 나에게 이루어야 할 사명이 남아 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나에게 남아 있는 사명을 재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죽기 전에 그 사명을 완수해야겠다는 결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성도들이 죽음과 관련, 참고로 볼 만한 서적으로는 <나는 매일 죽는다>(이중표 저, 규장), <빛 색깔 공기>(김동건 저, 대한기독교서회), <죽음 그 이후의 삶>(로버트 모레이 저, 기독신문사), <죽음, 아름다운 은총>(안도현 저, 예영커뮤니케이션), <딸의 죽음 그 존재의 제로점에서>(김준곤 저, 순출판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