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이단계보에 있어서 가장 앞머리를 장식하는 인물로 꼽혀 왔던 이용도 목사(1901~1933)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명구 감독회장) 교단 차원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기감 교육국은 2017년 12월 12일 마포중앙교회에서 ‘이용도 목사의 신학과 영성 재조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김수천 박사(협성대학교 기독교영성학 교수)는 ‘이용도에게 씌워진 신비주의자 프레임에 대한 영성학적 재조명’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박사는 “많은 학자들이 이용도 목사를 긍정적인 신비주의자로 재해석했음에도 일부 교단들은 여전히 그를 이단시(예장총회 이단규정결의문 바로가기)하고 있다”며 “일부 교단들이 여전히 이용도를 신비주의자로 정죄하고 있다면 부정적으로 평가한 학자들의 해석은 당연히 재조명돼야 할 것이다”고 전제했다. 김 박사는 이용도 목사를 신비주의자로 해석한 학자 2명을 소개했다. 민경배 교수(연세대 한국교회사)와 박응규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다. 민 교수는 이용도 목사의 영성에 대해 ‘그리스도 중심의 신비주의’라고 하면서도 △대속은 강조하지 않고 고난만 강조했다 △성애(性愛)적 신비주의와 연결된다 △자기방기(放棄)와 피안적 신비주의로서 자기 실현과 자기 만족으로 끝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민경배 교수가) 자신의 신학적 관점에서 이용도의 신비주의를 이해”했다며 “그것이 결국 이용도의 삶 전체라는 맥락에서 이용도의 글을 이해하는 데 장애가 되었다”고 비평했다.
박웅규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의 이용도 목사 이해는 △육을 경시하고 영적인 삶만을 강조한 금욕주의 △신비적 영교나 영합을 지향하는 열광적 신비주의 △신성과 인성을 조화롭게 인식하지 못한, 역사적예수유일주의로 정리된다. 이에 대해서도 김 박사는 “기독교 금욕주의는 육적 욕망을 극복하고 영적인 삶에 매진하기 위해 택했던 영성훈련의 한 수단이었다”며 “역사적 예수를 강조한 것은 신자의 삶에 모범자가 되시는 예수를 강조한 것 뿐이다, 이것은 성화를 위한 길의 모범자라는 것을 강조한 동방정교회의 기독론과 유사한 것이다”고 반론을 폈다.
김 박사는 이용도 목사의 삶에서 신비주의적 영성의 열매들이 나타났다며 그것은 ‘자기 부정의 영성’, ‘이타적 사랑의 영성’, ‘사랑을 통해 나타난 창조영성’이라고 소개했다. 김 박사는 아쉬운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한국교회 초기 이단계보에 족적을 남긴 유명화와 한준명과 관련한 내용이다('유명화 한준명은 누구인가, 관련 기사 바로가기). 김 박사는 유 씨와 한 씨에 대해 이용도 목사가 정의는 행하지 않고 사랑만 행하는 아쉬움이 있었다고 지적하며 묻는다.
“이용도는 대부분 신비적 영성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경험한 진리에 대한 확신 속에 자신의 길을 갔고 자기 부정의 삶·이타적인 사랑의 삶·피조물에 대한 사랑의 삶으로 자신의 길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이용도는 이단으로 정죄됐다. 이용도가 이단으로 정죄된 이유는 두 가지다. 유명화 전도사의 예언을 이용도가 자신을 향한 주님의 음성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한준명이 평양에서 한 예언 활동에 대하여 한준명을 비판하지 않은 것이다. 과연 두 사건에 대한 이용도의 태도가 이단으로 정죄 받아야 할 타당한 사유가 될까?”
임성모 박사(감리교신학대학 조직신학)는 ‘이용도 목사의 예수 피 이해와 한국 이단의 피가름 교리 이해’를 주제로 발제했다. 임 박사는 “이용도 목사의 예수 피 이해는 후대 이단들이 개발한 피가름 교리와 전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용도 일기, 서간집, 저작에 사람 피 언급과 예수 피 언급은 각각 54회, 51회 나오는데 이는 속죄 제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이해였고 십자가 보혈을 믿어야만 구원이 있다는 확신에서 온 것이었다는 게 임 박사의 분석이다. 예수의 피와 신자와의 관계를 묘사할 때 ‘혈정 주사’, ‘혈관적 연락’같은 표현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예수 그리스도가 피를 흘려 죽으시고 인간은 그 피로 인해 살게 되었음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 유력한 표현 방편이었다고 임 박사는 해석했다.
반면 피가름 교리는 △원죄는 성적 타락을 의미하고 그 죄악성이 혈통에 영향을 미쳤다 △초림예수는 실패해 재림주를 기다려야 한다 △더러운 피는 영체를 받았다는 인물과 혼음을 통해 영체를 이어받는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의 완전성·온전성을 거부한다. 임 박사는 “이용도 목사가 피가름의 원조라는 주장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이용도는 정통적인 십자가 보혈 이해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정재헌 간사(이용도 목사 평전 편저자)는 “역사에 성공해야 신학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용도 연구사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이용도를 본 적 없는 후대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무게를 두었고 이것이 반복 재생산된 것이라고 정 간사는 지적했다. 이용도 연구에 있어서 “사실관계 오류, 1차 사료 미확인,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해석 등이 이용도에 관한 역사를 오도했다”며 “이용도의 신학을 논하기 전부터 벌써, 역사 차원에서 상식으로 확인되는 오류와 굴절이 섞여 나오기에 그런 바탕 위에 쌓은 신학적 평가는 타당한 것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원자료라는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검증·분석해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까지 ‘이용도 이단’에 대한 비판은 원자료 선택에 심각한 맹점을 보였다는 것이다.
박정규 소장(서울교회사연구소)은 ‘교회사학자가 본 시무언 이용도 목사’라는 발제문에서 “고(苦)는 나의 선생, 빈(貧)은 나의 애처, 비(卑)는 나의 궁전, 고와 빈과 비는 그가 지향했던 영성의 핵심이었다”며 “종교의 본질이요, 성결의 본질로서 그는 말씀을 몸으로 육화하는데 선봉에 섰고 실천했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시무언 이용도 목사는 감리교회로부터 장로교회로부터 비난과 비방을 당했으나 그들을 향하여 같이 비난하거나 한마디라도 저주하지 않고 인왕산에 올라가 밤이 새는 줄 모르고 하얀 눈을 덮어 쓰고 엎드려 조선교회를 위해 눈물로 기도했”다며 “그 이유는 간단하고 단순했다, 주님을 사랑하고 조선교회를 불쌍히 여기고 조선교회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이단자로 지목당한 가장 큰 이유도 주님을 너무 사랑했던 탓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용도 목사 심포지엄은 사실상 그와 관련한 이단시비 종식을 위해 감리교단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2016년 5월 3일(제목: ‘이용도, 희생제물에서 새 역사의 주역으로’)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행사에서 황건구 목사(감리교 이단대책분과위원장)는 “오늘날의 시대에 (이용도 목사는) 성직자로서 혹은 예수님을 영접한 이들로서 시대의 귀감으로 살아야 할 정도로 소개할 분”이라며 “훌륭한 목사가 당시의 미비한 신학적 판단과 검증되지 못한 풍설로 인해 오히려 이단의 효시로 치부되는 오명까지 갖게”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심포지엄에 앞서 진행한 예배에서 전명구 감독회장이 ‘성령님께 붙들린 사람’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전 목사는 “이용도 목사가 이 시대에 와서 사역하면 이단이라고 할 사람 누가 있을까? 그때와 지금은 또다른 세계적 교회, 세계적 목사로 새롭게 평가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용도 목사님을 재조명하고 그가 경험한 하나님을 경험하고 잃어버린 기도 줄을 다시 붙잡는 개신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낙환 목사(교육국 총무)는 “이용도 목사가 보여준 하나님에 대한 절대적 신앙과 기도 생활, 자기 부정의 삶은 오늘날 감리교회가 본받아야 할 우리의 신앙적 유산이다”고 평가했다. 유승훈 목사(이용도 기념사업회 회장)는 “1999년 감리교 서울연회에서 이용도 목사 복권운동을 시작했고 복권을 기점으로 이용도 기념사업회가 열렸다”며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용도 목사처럼 살아갈 것인가 고민한다, 마포중앙교회에서 ‘이용도 목사 영성학교’라는 걸 열었는데 개인 이름을 넣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예수영성학교를 개설했다. 본질은 ‘이용도 영성’을 본 받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