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가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무궁화에 둘러 쌓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올라가 있다.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서울나들목교회에서 2013년 10월 25일 오후 7시 고 박정희 대통령 추모예배가 드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참 그리스도인인지의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십자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고인의 대형 초상화가 올려지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은 모습이 나왔다는 여론이다. 참석자 중에는 2009년 10월 14일 통일교측 국제합동결혼식을 한 박근령 씨(전 육영재단이사, 고 박대통령의 차녀)와 남편 신동욱 씨 등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 씨는 합동결혼식 후 이렇다 할 회개 발표가 없이 기독교인이 된 사람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교회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주요 참석자로 이름을 올려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10월 25일 오후 7시 30분경 포털사이트 ‘다음’에 “제1회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가 올라갔다. 기사를 본 대다수 네티즌들은 비난 댓글을 달고 있다. suj×××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게 대한민국 기독교 현 주소입니다. 참담합니다”라고 탄식했다. 대화명 올리×는 “예수님이 살아계셨으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채찍 휘두르셨을 거다”, 아이디 ‘lovew×××’는 “나 역시 한 사람의 크리스천으로서... 비통하다. 이런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된다... 정의와 공의를 분별치 못하고서, 어떻게 기독교의 이름으로, 이런 일을 행한단 말인가”, “주여 용서하소서.. 아니 용서치 마옵소서!!”라고 한탄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도 비난은 마찬가지다. “도대체 2013년 이 시대에 유신의 잔재가 밀려오는 불안감, 나혼자 느끼는 것일까”, “누가 대통령되니 잘 보이려고 발광을 하는구만 제발 교회 욕먹이지말고 가만히 좀 계시고요. 종교는 제발 좀 정치에 중립 좀 지켜주세요··· 기독교인으로 쪽팔려 죽겠습니다”, “세상으로부터 교회가 욕먹고 하나님을 조롱하게 만드는 건 결국 인간 탓이구나 새삼 느낍니다. 교회는 정말 비난과 조롱을 당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등 수많은 댓글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중잣대'라고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교계 추모위원회'가 2012년 8월 28일 발족돼 서울 창천감리교회에서 추모예배를 드렸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그 때는 우상숭배라고 지적하지 않더니 고 박 대통령에 대한 추모예배만 비난하냐는 것이다.
이번 행사의 주최측 또한 박대통령의 추모예배를 드릴만한 타당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6년 조선호텔에서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를 창립하여, 2회부터 13회까지 기도회에 참석함으로써 한국의 기독교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데 공헌했다 △박 대통령은 1976년 신앙전력화(信仰戰力化)라는 친필휘호를 군부대마다 하달하여 군종 목사를 통해 장병들의 신앙부흥에 공헌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한국대학생선교(CCC)를 설립할 때, 그 당시 본부 대지였던 정동회관의 자리를 기증하여 한국대학생선교의 발전에 공헌했다 △박 대통령은 마태복음 4장, 이사야 9장의 “가난 자를 부하게, 눈 먼 자를 보게, 억눌 자를 해방시키고 병든 자를 낳게 하시고”라는 복음을 새마을운동에 접목함으로써 성령을 증명하는데 공헌했다는 것이다.
이날 예배는 10·26 34주년을 맞아 서울나들목교회(박원형 목사), 잠실동교회(백광진 목사) 등이 중심이 돼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