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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리는 교회’ 결국 사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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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리는 교회’ 결국 사람 잡았다
  • 정윤석
  • 승인 2008.12.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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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쫓는다며 폭행 중 목사 부인 목뼈 부러져 사망

 

‘귀신을 쫓는다’는 이유로 한 신도를 집중 구타하여 숨지게 한 후 ‘하나님이 다시 살리신다’며 사체와 함께 18일간 생활했던 교회 신도 등 8명이 12월 4일 안산 상록경찰서에 일제히 검거됐다. 이들은 본 사이트 <교회와신앙>(www.amennews.com)과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에서 8월경 보도한 교회의 신도들이다.

 

이들은 <교회와신앙> 보도 당시 자신들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 부인에게 붙은 귀신을 쫓아낸다며 폭행을 해서 문제가 됐었다. 심지어 딸이 어머니를 폭행하는 패륜적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던 이들이다. 언론매체의 비판적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신도에 대한 폭행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사람이 죽는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폭행의 희생자는 이 교회의 담임목사 ‘사모’다.

기자는 12월 5일 사건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의 상록경찰서로 향했다. 상록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귀신을 쫓는다며 이 모 집사의 주도하에 신도들이 구타를 하자 여성 신도가 몸부림을 치며 도망가려고 했다”며 “그러자 신도들은 항거를 못하게 여신도의 팔·다리를 붙들고 폭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신의 온 몸이 멍투성이였다”며 “폭행을 하던 중 발로 목을 밟아 목뼈가 부러진 것이 직접적 사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신도들은 목사의 부인이 죽은 후에도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살려 주실 것’이라며 18일을 기다렸다”며 “처음에는 이런 진술을 순순히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묵비권을 행사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교주격인 이 모 집사를 감싸려고 거짓진술을 하는 등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있다”며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어 주변 사람들을 현혹시킬 우려가 있어 전원 폭행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 생활 중 종교를 빙자해서 이렇게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은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 상록경찰서에 연행된 8명의 신도들. 이중 7명이 여성이다.
기자가 상록경찰서 형사과에 들어갔을 때 수감 중인 8명은 20대~70대의 여성 7명과 40대 후반의 목사라는 남성 1명이었다. 이들은 수갑을 찬 채로 말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기자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사건과 관련, 어떤 입장도 말하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피의자의 가족들만이 한 여성을 지목하며 “사람 죽인 ×”이라고 비난하고 언성을 높일 뿐이었다. 소란을 피우자 이들은 경찰에 의해서 형사과 밖으로 밀려 나갔다. 이들을 따라 나선 기자의 질문에 피의자 가족이 되는 한 사람은 “A 여자집사에게 목사가 속아 저 지경이 된 것”이라며 “언론에서 이 문제를 편향되게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목사’라는 사람이 ‘교주격’인 A 집사에게 속아 문제가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외에는 이들도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꺼렸다.

 

 

   ▲ 여신도 한명을 지목하며 비난하는 피의자의 가족들을 경찰이 몰아내고 있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는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보았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교회가 아닌 여성 신도의 집이었다. 이 주택은 70대의 노파와 딸 셋이 함께 살았던 곳이다. 이 집에서 신도들이 모여 목사의 부인을 집중 구타하다가 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 집 203호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지역 주민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그것도 종교인들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역 주민 중 B 씨는 “11월 중순 경부터 썩는 냄새가 203호 주변에 진동했다”며 “김장을 담그다가 남은 젓갈이 썩는 건 줄로만 알았다”며 어이없어 했다.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다른 주민은 “저 집에 사는 노파의 얼굴에 멍이 들었고 밤이면 악을 쓰고 고함을 치고 사람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었다”며 “저렇게 폭행하다가 누가 죽어도 죽지”라며 염려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적극 개입했으면 사람이 죽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다.

 

▲ 신도 사망사건이 발생한 주택가와 사건이 발생한 203호. 이 집에서 사체와 18일 동안 일부 신도들이 기거했다.
그런데도 이 신도들의 모습은 지역 주민들에게 ‘착한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이들은 검거되기 이틀 전 방세나 공과금을 모두 정리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아무런 죄의식도 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에 의하면 현장 감식을 하는 순간에도 이들은 태연히 사건 당시 상황을 재현했다는 것이다.

 

 

   ▲ 교회 집회시간 알림판
지역 주민 D 씨는 “많은 교회들이 선행을 베푸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저런 사건을 보면 교회 다니는 자녀들의 앞을 가로막고 싶은 심정이다”며 “시간이 지나야 악몽같은 일을 잊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것만 같다”고 불안해 했다.

 

현재 이 교회 신도들이 다녔던 교회의 전화번호와 담임인 이 모 목사의 휴대폰은 절번된 상태다. 교회 문도 굳게 닫혀 있다. 문 앞에는 홍보물만 어지럽게 흩어져있다. 경찰의 수사 결과 대로라면 이 교회 신도들이 살인사건을 낸 주요한 이유는 ‘귀신이 붙은 사람은 때려야 한다’는 교주격 여신도의 잘못된 신앙과 그에 경도된 목사와 신도들 때문일 것이다. 그런 결과가 얼마나 불행한 것인지, 전화번호도 끊기고 쓰레기만 어지럽게 놓여 있는 지하 교회의 을씨년스런 모습이 잘 보여 주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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