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말씀하는 가장 큰 선물은 ‘믿음으로 말미암는 구원’(엡 2:8~9)이다. 구원 외에도 성경에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주고받는 선물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주로 잠언에 등장하는데 다음과 같은 말씀이다. “선물은 그 사람의 길을 너그럽게 하며 또 존귀한 자의 앞으로 그를 인도하느니라”(잠 18:16), “너그러운 사람에게는 은혜를 구하는 자가 많고 선물을 주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사람마다 친구가 되느니라”(잠 19: 6), “은밀한 선물은 노를 쉬게 하고 품의 뇌물은 맹렬한 분을 그치게 하느니라”(잠 21:14).
선물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서로 간에 골이 깊고 원한이 있는 사이라도 단숨에 ‘무장해제’시키는 놀라운 힘이 숨어 있다고 말씀한다. 선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친구도 끊이지 않는다고 말씀한다. 그러나 선물이라고 모두 그런 능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어떤 선물은 평생 잊히지 않는 감동을 주지만 또 어떤 사람은 받는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하니까!
일년 중에 가장 많은 선물이 오가는 명절 추석이 됐다.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그동안 감사했던 사람들에게 선물을 한다. 그중 성도들은 목사님들에게 선물하기를 잊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목사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는데다 영의 양식을 매주 받아먹으며 매주 감사한 마음을 갖다 보니 목사님에게 선물을 하나씩 준비하는 걸 당연시한다. 그런데 목사들은 가장 많은 선물을 받는 날이 추석이 되다보니 선물을 받아도 잊기가 십상이다. 이들도 인간인지라 어떤 선물은 기억에 남기도 하고 어떤 선물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목회자들은 어떤 선물에 감동할까?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가 가정 사역을 하는 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에게 ‘지금까지 받은 선물 중 가장 감동을 준 것은 무엇이었나’라고 질문을 던졌다. 받았던 선물이 참으로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 그의 대답은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나왔다. “어떤 가족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낸 엽서”라고 그는 답했다. 선물의 가치가 있고 없음을 떠나 물질로 전할 수 없는 마음을, 가족들이 한 엽서에 담아 감사를 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내용은 “한가위만큼 행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신 목사님, 앞으로도 그렇게 우리 곁에 있어 주세요”라는 것이었다.
카드가 감동적인 이유에 대해 송 목사는 ‘의외성’, ‘희귀성’에 있었다고 말한다. “성탄 카드나 설에 보내는 카드는 으레 보내는 카드라 생각하게 마련이다”며 “추석 카드는 받고 나서 아주 의외였고 그 내용 또한 마음에 감동을 줬다”고 말한다. 가족들이 만든 추석 카드. 송 목사는 이런 카드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며 흔했다면 감동도 덜 했을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선물 자체보다 그 선물을 보내는 가족들의 마음이 오롯이 담긴 엽서에 더 감동했다.
목포에서 견실한 목회를 하는 이요셉 목사(새목포교회)도 마찬가지다. 그는 선물의 가격이나 가치보다 그 속에 담긴 편지들 때문에 많이 울고 감동했다고 말한다. 다음과 같은 내용에 가슴이 찡했다. “목사님, 사랑합니다. 늘 기도하고 있습니다”, “목사님 덕에 예수님을 알고 내 인생의 전환점이 왔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기도하며 신앙생활하는 게 제게 큰 행복입니다.”이 목사는 “나는 아내에게 ‘울보’로 불린다”며 “이런 편지가 담긴 선물을 받고 많이 울었고, 또 그런 구절들은 내 가슴 깊이 절절이 남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런 편지가 담긴 선물은 건강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그는 “선물을 받은 후 성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목회자가 돼야겠다는 다짐과 결심을 하게 됐다”며 “그런 편지를 받으면 목회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씻은 듯이 사라지게 되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날마다 큐티하는 여자’ 김양재 목사(우리들교회)는 “항상 극한 가난 가운데 있던 마게도냐 교인들이 풍성한 연보를 한 것처럼 가끔 온 마음으로 전하는 선물을 받는다”며 “매실을 하나하나 기도하며 말리면서 ‘우리 목사님 건강하게 해 주세요’라고 몇 달을 걸려서 베개를 선물하신 분이 있는데 이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어떤 목회자들도 정성이 담긴 선물, 그것도 마음을 담아 선물할 때 감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물은 목회를 하는데 건전한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같은 선물을 하더라도 마음을 울리는 선물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난처했던 선물은 없었을까? 목회자들은 ‘실수로 온 선물’을 주로 언급한다. 즉, 성도가 자신이 받은 선물을 뜯지도 않고 목회자에게 보내는 경우다. 그런데 그 선물 안에는 그 성도를 특정하는 내용의 편지가 담겨 있었다. 과일을 받았는데 아래에 깔린 내용물이 곯아서 못 먹고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상을 연상시키는 조형물 같은 것도 목회자를 난처하게 하는 선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선물은 목회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내용일 것이다. 선물을 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상대와는 전혀 맞지 않는 선물, 선물을 할 때 가격을 떠나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는 의미다.
몇몇 목회자들에게 이번 추석을 맞아 성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를 물었다.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김해성 목사(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는 한국교회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베품의 사역을 활발히 하는 추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명절을 맞아 고향을 가거나 가족들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딱한 처지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손길과 정성이나 행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송길원 목사도 추석이 다가올수록 우리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송 목사는 목회자들이 추석 때 많은 선물을 받는 편이지만 전문사역을 하는 사람들, 신학대 교수들, 선교단체 간사 등 목양하는 성도들이 특별히 없어 소외된 사역자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좀더 관심을 갖고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류영모 목사(한소망교회)는 “추석 때 자신의 가족만 가족이 아니라 교회의 공동체의 성도들도 같은 가족이라는 개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교회의 교인들도 한가족이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조금이라도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고 말한다. 구역원들, 속회원들, 셀 모임의 성도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 시간을 함께하면 교회의 성도들이 ‘우리는 한가족이다’는 의식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석으로 “자녀들이 어렸을 때 내게 들어온 선물과 준비한 물품을 갖고 고아원과 장애인 시설을 방문한 것”을 꼽는다. 이날 류 목사는 이들에게 추석 때 준비한 과일과 떡으로 대접했다고 한다. 이날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눌수록 풍성해진다는 말씀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들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추석이다. 그러나 조금만 지혜를 짜내면 감동 어린 선물을 사람들에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작은 나눔으로도 우리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줄 수 없는 풍성함을 맛 볼 수도 있다. 그런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