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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에 빠져 돈 바치고 가족 단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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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에 빠져 돈 바치고 가족 단절"
  • 정윤석
  • 승인 2007.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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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미혹됐다는 부모들 주장…P원장 "난 관련없다"

   ▲ C기도원 전경
“손녀들도 못 보게 문을 안 열어주네. 여 사람들 문 좀 열어 주소!!”
기자가 경북에 위치한 K모텔을 찾은 3월 29일, 60대의 한 여성이 모텔 2층 앞에서 문을 열어 달라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 모텔은 C기도원의 P원장(감리교회 출석 장로)이 운영하는 곳이다. 자신을 C기도원에 다니는 한 신도의 어머니라고 밝힌 이 여성은 “아들이 C기도원에 빠져 직업도 갖지 않고 혈육의 정을 끊고 살고 있다”며 “부모와 상의 한마디 없이 이곳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해 자녀를 낳았는데 한번도 부모를 찾아오지 않은 것은 물론 이제는 손녀들도 못 보게 막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날도 이 여성은 손녀들을 보기 위해 그들이 기거하는 모텔을 찾아왔지만 만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녀들이 경북의 C기도원에 빠져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깨졌다는 사람들은 이 여성만이 아니다. C씨(62), K씨(60), L씨(61), G씨(58) 등은 이 여성과 동일한 ‘한’을 가슴속에 품고 있다. C씨는 자신이 당한 일을 회상하며 한숨부터 쉰다.

   ▲ 자녀들이 C기도원에 들어가면서 관계가 단절됐다고 주장하는 부모들
“좋은 기도원이 있다는 선배의 권유를 받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던 아들이 C기도원에 발을 들여 놓게 됐는데 이곳이 사이비 종교와 유사한 방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줄은 몰랐어요.”

▲ 자신의 아들이 C기도원에서 노예처럼 생활한다고 주장하는 C씨
C씨는 자신의 아들이 1998년 기도원에 들어간 이후 입소비 명목으로 1천만원을 기도원에 내야 한다는 등 집에 올 때마다 돈을 달라고 심하게 졸랐다고 말한다. 그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서슴지 않고 부모를 ‘마귀’라고 질타했고 그 후 부모와 상의 한마디 없이 기도원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C기도원측에 방세 명목으로 2천만원을 내야 한다며 돈을 가져갔다고 한다. 그 후로도 아들이 돈을 달라고 수시로 요구하자 C씨는 기도원 P원장에게 전화해 항의를 하면서 서로 언성을 높이며 크게 싸우기도 했다. 그 후로 C씨의 아들은 손자·손녀가 3명이 될 때까지도 명절이나 부모 환갑 등 집안 행사에 한번도 오지 않고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C씨는 자신의 아들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공휴일에는 농사일을 하는 등 P원장의 노예같이 살고 있다”며 “금융기관에 수억원 대의 빚도 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걱정했다.

C씨는 “세상이 C기도원과 관련한 피해자들의 애닳는 마음을 알아 주고 더 이상 그곳에 빠지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K씨는 아들이 고3 때부터 C기도원에 들어간 후로 월급을 기도원에 모두 갖다 주는 것은 물론 건축사 사무실을 내겠다며 부모에게 총 7천500여 만원을 가져 간 후 사무실도 개업하지 않고 기도원에서 만난 여자와 상의도 없이 결혼한 후 7년간 기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K씨는 “아들이 ‘기도원에서 영적부모를 만났다’고 주장한다”며 “부모에게 하나뿐인 손녀조차 마음 편히 보게 하지 않고 연락도 끊고 살고 있다”고 마음 아파했다.

▲ 지금도 아내와 자녀들이 옆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L씨
L씨(60)는 “아들이 C기도원에 15년 동안 다니며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노예처럼 잡일을 하며 살고 있다”며 “결혼도 상의 없이 했고 아들 셋을 낳도록 집에 온 적이 한번도 없다”며 원통해했다. L씨는 △아들이 부모 생신, 명절, 가족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기도원의 잡일을 하면서 오른손가락 두 번째 마디가 잘렸는데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절단됐다 △ 2000년도에 여신전문금융범으로 교도소에서 징역 2년형을 살았는데 실제 돈을 사용한 사람은 P원장이므로 철저하게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씨(58)가 받았다는 피해사례도 비슷하다.
“1997년 기도원에 들어간 아이가 수년간 연락을 끊고 사는 것은 물론 결혼도 상의 한마디 없이 기도원에 있는 여자랑 하더라. 애를 낳았을 때도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손녀를 안아보고 싶어 기도원에 가면 사람들이 아이들을 안아보지도 못하게 했다.”

▲ 손자들을 보기 위해 기도원에 가도 안아 보지도 못하게 한다고 주장하는 G씨
G씨는 “기도원에 가서 18개월된 손녀를 잠시 업고 있었는데 P원장이 보더니 ‘당장 아기를 내려 놓으소’라고 호통을 쳤다”며 “손녀를 안아보지도 못하게 하는 곳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며 반문했다. G 씨는 “예수 믿는다고 하는 곳이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이웃과 화합하고 바로 가르치지는 못할망정 부모 자녀 사이를 절단내서야 되겠는가?”라며 “P 원장이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도록 신도들을 가르치고 부모 생일에 오가고 평소에 연락하고 살 수 있도록만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0년도에 이미 C기도원을 이탈한 L씨(40)는 지금도 밤에 잠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아내와 아이들이 옆에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와 자녀들의 모습을 보면 ‘휴···’ 하는 안도의 한숨부터 내쉰다. 지금도 그는 아내와 자녀들이 자신의 옆에 있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하마터면 아내도, 자식들도 송두리째 C기도원에 뺏길 뻔한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도에 C기도원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하고 혼자서 나왔다. 당시 아내는 내가 잘못 판단한 거라며 나를 따르지 않았다. 2년을 아내와 별거생활을 했는데 그 과정 중에 겪었던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아내는 내가 기도원을 떠나자 4살배기 아들과 8개월된 아들을 집으로 데려와 ‘네 자식들이니 네가 돌보라’며 내버려 두고 기도원으로 올라가버렸다. 그리고 기도원을 나간 나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다 외가 친척들의 도움으로 아내도 2002년도에 기도원을 나오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가 기도원에 있으면서 5천만원 대에 이르는 카드빚을 졌다는 것이다. 아내는 카드신청은 자신이 했지만 카드를 자신이 직접 수령한 적도, 써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기도원의 누군가가 카드를 받아 필요할 때 썼다는 얘기다. 하늘이 노래지는 충격을 받았다. 기도원에서 나온 후 기도원측에서 매달 돈을 보내주긴 했지만 이 중 1천7백만원의 돈은 끝까지 갚지 않아 스스로 돈을 메웠다.”

L씨는 “자녀들을 내팽개치듯 방치하고 기도원으로 올라간 일, 나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수천만원 대의 카드 빚을 졌던 일들에 대해서 지금도 아내가 미안해 한다”며 “그러나 C기도원을 나온 지금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C기도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자들은 공통적으로 혈육간에 교류가 단절되는 아픔과 금전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 배후에는 모두 기도원 원장인 P씨가 있다는 공통된 지적을 하고 있다. 모두 기도원에 올라가기 전에는 착하고 순종적이었던 자식들이 기도원에 가면서부터 돈을 갖다 바치고 가족간의 인연을 끊는 모습으로 변해갔다는 주장들이다.

기자는 이러한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한 C기도원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3월 29일 K모텔을 찾았다. K모텔은 기도원 원장인 P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24객실에 6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과 주차장 등을 갖춘 곳으로서 1998년 세워졌다. P원장은 이 건물 3층에 기거했다. 방안에서 그물을 짜고 있던 P원장은 기자를 만나 자신의 인생은 덤으로 살게 된 인생이고 이웃을 위해 살고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기도원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있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달갑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기도원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대해 P원장은 △가족간의 문제이지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다 △가족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 것인데 언론이나 삼자가 개입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모텔 등을 지을 때 많은 돈이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신도들의 돈은 한 푼도 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자녀와 부모간의 갈등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항변하는 P원장.
P 원장은 기도원에 들어간 사람들과 부모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자신과 전혀 관계가 없이 가족간에 벌어진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내가 부모들과 화합하라고 신도들에게 조언을 해줘도 가족간에 쉽게 감정을 풀지 않는다”며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내가 대학 이상을 나온 성인 신도들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그럴 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P원장은 “자녀들이 부모들과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자녀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데도 부모들이 자꾸 나를 비방하니까 ‘잘 해주지는 못할망정 왜 그러느냐’고 자녀들이 반발하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답변했다.

P원장은 ‘자녀들이 기도원 원장의 영적 노예가 돼 있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기도원이 1988년에 세워진 후 왔다 간 사람들이 1만 명은 넘는데 그들이 올라오고 싶을 때 올라왔고 내려가고 싶을 때 내려갔다”며 “맘대로 오갈 수 있는 곳에서 어떻게 영적 노예로 삼는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그는 “기도원 신도들이 가족들과 알게 모르게 연락을 다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고 혈육간의 정을 끊고 사는 게 아니다”며 “문제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일에 제 3자들은 끼어 들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P원장은 피해자 부모들이 ‘자녀들이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우려하는 것에 대해 “신도들끼리 사업하다가 일어난 일이지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빚을 지고 있다는 당사자들에게 직접 물어 보라”며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A기도원측의 한 관계자는 “기도원에 사는 신도들끼리 돈을 빌려 사업을 하다가 큰 손실을 봤는데 채무를 해결하도록 부모들은 하나도 돕지 않고 있다”며 “P원장은 오히려 먹여 주고 재워주며 채무를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빚을 졌다는 당사자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기도원과 관련한 기사가 나오는 것을 더이상 원치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 관계자는 “기도원에 대한 비판적 보도 때문에 굉장히 힘들다”며 “기도원과 관련한 비판 기사가 계속 나오면 부모들과 기도원에 있는 자녀들의 관계가 끊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C기도원측은 피해자라는 부모들의 문제제기가 P원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은 C기도원이 정상적 기도원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언론에 알리는 등의 일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양측간의 진실 공방은 적잖은 시일 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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