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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은 이단 바이러스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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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영혼은 이단 바이러스 온상
  • 정윤석
  • 승인 200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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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3주년(인터넷신문 전환 1주년) 특집
이단 왜 이렇게 활개치나/ 교회 편의 요인 ①

풀러신학대학교의 잭 볼스윅 교수는 “허용적이거나 방임적이며 권위주의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이단에 미혹된다”고 말한 바 있다. 개인적인 아픔들, 특히 가정에서 적잖은 상처를 받고 아픔을 경험한 사람들이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보다 이단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과도기적인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 이단에 미혹될 수 있고 입시에 실패하거나, 실직, 실연, 입원 등으로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들 역시 이단에 미혹되기 쉽다. 심지어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조차 이단의 미혹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폴 마틴은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이 이단에 현혹되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퍼져 있는 신화다”고 말한 바 있다. 때로는 하나님의 어린양도 얼마든지 길을 잃을 수 있고 영적인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교회나 가족에게 상처받으면 쉽게 미혹

▲ 이단에 빠져 들어가고 미혹되는 사람에게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깊은 상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단에 빠져 들어가고 미혹되는 것은 성도들의 깊은 상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아픔을 주는 대상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교회가 되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아픔과 고통을 겪다가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이단의 미혹이 찾아 올 때 그곳에서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선뜻 발을 딛게 되는 것이다. 이단이 흥왕하고 득세하며 활개치는 데는 현대인들의 많은 아픔과 그것을 해결 못한 개인의 문제가 자리한다. 이러한 아픔들이 결국 이단에 빠지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상처 받은 인격을 치유하지 못했거나 아예 그러한 일에 무관심했던 정통교회의 무기력이다. 현재 이단이 활개치는 데는 개인의 아픔과 함께 일부 교회답지 못한 교회들의 무기력함이 함께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단체에 2년간 빠졌다가 나온 하솔이 씨(가명, 22)는 이단에 가기 전만 해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6살 때부터 교회생활이 즐거웠고 말씀 듣는 게 좋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말씀에 대한 열렬한 갈급함과 타는 목마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목사님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설교를 듣고 나서도 남는 게 없었다. 영적 욕구를 채우는 데 한계가 느껴졌다. ‘목사님에게 말씀의 은사가 없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교회로 옮겨야겠다고 결심했다. 메일을 보내며 솔직하게 목사님께 마음을 고백했다.

“목사님, 말씀에 몇 년 째 은혜를 못 받겠어요. 교회를 떠나겠어요.”
목사님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그 내용은 하 씨가 교회에서 큰 상처를 받고 방황하다가 이단으로 빠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네가 교회를 떠나면 평생 저주를 받게 될 것이다!!!”
하 씨는 목사님의 이 답변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영적 지도자라고 생각한 목회자의 저주는 곧 영적 방황으로 이어졌다.
“목사님께 메일을 차라리 보내지 않았다면 좋았을 뻔했어요.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가 목사님이 저주하는 말을 듣고 영적으로 방황하며 다른 교회에도 정착을 하지 못하고 이 교회 저 교회를 전전하다가 이단단체의 미혹에 말려 든 거예요.”

기성 교회 문제점 부각하며 접근

이단 단체는 기성교회의 문제점과 타락상을 비판하며 하 씨에게 접근했다. ‘저주를 받는다’는 목사님의 말에 너무 큰 충격을 받고 있었던 터라 기성교회에 대해 비판하는 이단단체의 논리에 어렵지 않게 빠져 들어갔다. 3개월을 이단단체에서 공부한 하 씨는 기성교회를 타락한 소굴로 생각하게 됐고 반면 교주는 이 시대의 구원자요 메시아라고 믿게 됐다. 단 3개월 만의 공부로 13년 동안 교회에서 배운 것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전적으로 목회자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영혼이 이단으로 빠지는 데 소위 정통교회의 목회자가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다. 교회에서 받은 상처가 이단으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이다.

가정에서 소속감을 경험하지 못하고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도 사춘기와 청년기에 이단에 빠지기 쉽다. 이단 교주는 안전감과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에 ‘육적’ 가정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젊은이들은 ‘영적’ 가정에서 소속감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이민서 씨(가명, 24)는 시골에서 자라다가 어머니의 교육열로 혼자 서울로 올라오면서 친척집에서 생활하며 많은 문화적 충격을 받고 상처를 입은 경우다. 이 씨는 시골에서 올라온 탓에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촌뜨기’로 불렸다. 수업이 끝나고 친척 집에 들어와도 마찬가지였다. 조카들과 싸움이라도 할라치면 “촌뜨기 주제엘·· 여긴 네 집이 아니야, 우리 집에서 나갚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 말들은 이 씨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줬다. 중학교 시절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왔지만 맞벌이를 하였기 때문에 대화할 시간도 없었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부모님과의 관계는 서먹서먹해졌다.

게다가 부모님이 서울 생활에 실패하면서 생활고와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부모님들의 싸움은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이 씨가 피해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부모님은 욕설과 함께 매를 대고 심하게 이 씨를 때렸는데 집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거리, 친구들 앞에서까지 가리지 않았다. 이 씨는 점점 내성적인 성격에 두려움과 수치심을 갖고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삭이는 데 익숙한 사람으로 자라갔다. 그런 이 씨는 캠퍼스에서 교주를 보혜사라고 주장하는 단체의 미혹을 받게 된다.

▲ 이단이 활개치는 데는 개인의 아픔과 함께 일부 교회답지 못한 교회들의 무기력함이 함께 공존한다. 분란 중인 한 교회

따뜻한 인간적 환대에 마음 끌려

그러나 사람을 신격화하는 이 단체의 문제점은 이 씨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가족들보다 그들이 자신을 따스하게 맞아줬다는 점이었다. 이 씨에게 이 단체는 새로운 영적 가족이었다. 성경을 공부하다가 정통교회는 영적 암흑에 빠져 있는 반면 자신은 구원의 반열에 들게 될 것이며 뭔가 특별한 일을 경험해도 크게 할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이렇게 구원받은 사람들이 이 곳 말고는 없다고 생각하니 다른 사람과는 말이 안 통했다. 내부 사람들과만 원활한 대화가 가능했고 ‘우리만이 진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씨는 더욱 그 단체에 몰입해갔다.

이단은 신도들에게 ‘대체가정’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일부 이단 단체에서 가출 사태가 벌어져 사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아버지보다 더욱 권위가 강한 영적 가정의 권위자가 가출을 은근히 부추기거나 가출자를 영웅시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단에 빠진 사람은 부모의 권위보다 소위 영적 가정의 리더들의 권위를 더욱 높게 여긴다.

가정에서 상처를 경험하고 이단에 빠진 대표적인 경우로 정동섭 교수(전 대전침례신학대학교, 가정경영아카데미원장)를 들 수 있다. 정 교수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역기능 가정에서 자라며 정서적 아픔과 상처를 겪다가 구원파 이단에 빠졌다. 정 교수는 ‘문제성 종교의 폐해와 극복방안’이란 글에서 “집단에 들어가기 전에 삶의 어려움으로 인해 심리적 고통이 컸던 사람이 이단에 미혹되기 쉽다”며 “설령 건강한 가정 출신이라 하더라도 실직이나 이혼과 같은 개인적인 위기로 방향감각을 잃고 있을 때 이단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는 동서를 막론하고 동일한 현상이다. 미국의 이단문제 전문가 로널드 인로스 교수(시카고대학 사회학)는 ‘많은 상처를 받고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문제있는 단체에 잘 들어갈 뿐만 아니라 쉽게 나오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인로스 교수는 그의 책 <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두란노 역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반적으로 볼 때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이단 종교집단에 잘 빨려 들지 않는다. 설사 그러한 교회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문제를 인식한 후 교회를 떠났을 때, 교회로부터 거부당한 것 때문에 무기력해지지 않는다. 한편 정서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 종교 집단에 오기 전까지 겪어 온 삶에 대한 깊은 공허감과 고통 때문에 두 팔을 활짝 펴고 구원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거부에 대한 두려움, 권위적인 인물에 대한 두려움, 개인적 불안감 때문에 문제가 있는 이단 단체를 떠나지 못하며, 이단 단체 내에 그러한 문제가 있는지조차도 인식하지 못한다.”

아픔 얼룩진 개인사가 큰 이유

이단에 빠져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들이 활개치는 데는 그곳에 빠져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아픔으로 얼룩진 개인사와 가정사가 한몫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아픔 중에는 상처를 싸매며 어루만져야 할 교회가 오히려 상처를 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단 대처에 있어서 이단자들을 피하고 백안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이유다. 그들도 한 때는 기성교회 신자였으며 그들이 이단으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에는 정통교회의 일원이었던 성도들이 상처를 주는 ‘악역’을 담당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이단에 빠졌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와의 상담이다. 그것도 그 단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서희진 씨(가명, 24)는 다음과 같은 일을 회상한다.

“이단에 빠졌을 때 어머니가 정통교회 목사님 앞으로 저를 데려갔어요. 그분과 상담을 했는데 말이 안 통했어요. 그 이유는 정통교회 목사님은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정통신학이라는 잣대를 갖고 저의 생각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지적한 거였고 저는 제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이단단체의 지식만을 갖고 논리를 폈기 때문이에요. 접촉점이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단문제 전문가들을 만나자 달랐어요. 그들은 우리 단체의 주장을 제가 아는 것 이상으로 꽤 뚫고 있었어요. 내가 다니는 이단단체의 사상을 제게 말해준 다음 문제점을 지적하자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음이 열리더군요.”

이단단체의 교리를 정확히 알고 성경적으로 깨뜨리는 ‘파해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이단에서 빠져 나온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단에 빠진 사람들은 많은 경우 아픔과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로널드 인로스 교수는 “소그룹이나 교회에서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따뜻하게 대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치유는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단단체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들을 상대로 정통교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킨 대표적인 교회가 경기도 안산의 상록교회다.

▲ 이단에 빠졌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려면 이단문제 전문가와의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상처뿐인 삶이 회복돼야 이단 완전 극복

이 교회에는 이단에 빠졌다가 다시 정통교회로 돌아온 백여 명 정도의 성도들이 있다. 이들은 함께 교회 생활을 하거나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정통교회로 회복되는 1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사후조치 없이는 이단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이 다시 이단단체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이단으로 빠져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단에 빠져 들 수밖에 없었던 상처투성이인 삶이 회복되고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새롭게 빚어지기까지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대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정통교회가 많아질수록, 그래서 교회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우리 주변에서 활개치는 이단들은 점점 자취를 감춰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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