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예장통합(총회장 안영로 목사)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장으로 임명된 이형기 소장(장신대 명예교수)이 11월 3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임기동안 이단에 대한 예방교육 활동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 소장이 말하는 ‘이단 예방교육’에는 기독교의 기본 교리에 대한 교육, 현재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에 대한 정보제공, 이단관련 세미나를 포괄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 한국적 상황에서 이단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교회사에서 이단 논쟁은 계몽주의 이전 시대의 산물이다. 18~19세기 이후 교회들은 가능한한 복음의 기본적인 메시지와 교리를 함께하는 교파와 교단과는 폭넓은 연합체를 구성해 온 실정이라는 것. 이로 인해 오늘날 이단 비판과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이 소장은 "한국적 상황에서 이단 문제는 아직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유치한 이단 단체들이 난립하고 성경을 개인을 위해 곡해하거나 인위적으로 해석하는 이단들이 수없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단에서 배운 사람들이 또 다른 이단단체를 차려서 사람들을 미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현실에서 이단비판과 논쟁, 그리고 교단적 규정은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교단에서의 이단 비판 및 규정 등의 활동은 교단의 신학을 바로 세우고 교리적인 건강도를 높이고 기여한다는 것이 이 소장의 견해다. 이 소장은 이런 의미에서 각 교단의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이단상담소)와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가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단상담소와 이대위의 역할은 신약성경에서부터 그 맥을 찾을 수 있는 교회의 중대한 책무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고린도교회의 부활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바울이 지적하는 목소리를 냈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종말론적 차원에서 잘못된 주장을 하고 변질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했다는 뜻이다. 갈라디아서는 복음을 유대교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거짓 복음, 다른 복음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고, 요한1서 등에서는 잘못된 영지주의에 대해 비판했다. 신약성경뿐만 아니라 사도적 공동체 안에서도 복음을 변질시키려는 빗나간 사람들에 대한 경고가 계속된다. 4세기 경에는 대대적인 공의회를 통해 정통적, 보편적, 사도적 신조의 확립이 마련되는데 모두 이단과의 논쟁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설명이다.
이 소장은 "교회역사 속에서 교회의 건강을 망가뜨리는 시도들에 대해 믿음의 선조들이 철저하게 경계했듯이 오늘날 이단상담소와 이대위가 이런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며 "사도들의 전통에 입각한 기본교리의 전통을 깨고 무너뜨리려는 단체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대처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소장은 이단에 대한 대처에는 여러 가지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책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도 유기체이기 때문에 아픈 곳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아픈 곳이 생기면 때론 진단을 하고, 약을 먹으면서 치료도 하고, 때론 잘라낼 곳은 과감히 잘라내야 합니다. 교단의 이대위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치료책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 소장은 이단단체들에 다니는 신도들의 상당수가 예전에는 우리와 함께 신앙생활하던 기성교인들이었다며 기성교인들에 대한 교리교육이 좀더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한국교회가 개신교의 신앙적 전통과 믿음의 선조들이 지켜온 신앙의 유산들이 무엇인지 성도들에게 자세히 가르쳐야 한다는 권면이다.
이 소장이 말하는 신앙의 유산에는 고대의 4개 공의회(니케아, 콘스탄티노플, 에베소, 칼케돈)의 신조들, 개혁교회의 신앙고백과 세계개혁교회의 신학적 전통과 표준, 통합측이 1983년도와 2001년에 각각 마련한 신앙고백지침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등 교리적인 내용들이 다수 포함된다. 목회자들이 이러한 교리적 전통을 성도들에게 충분히 교육하는 것이 이단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본교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이단에 대한 분별도 가능하다는 뜻.
"한국교회가 미국 교회로부터 복음을 전해 받아서 경건주의적 전통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어요. 바른 설교와 바른 생활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바른 교리에 대한 교육을 약화시키거나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바른 기독교교리를 알려 줘야 잘못된 교리가 뭔지 분별하는 눈이 생깁니다. 그러면 이단으로부터 미혹을 당해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는 면역 체계가 갖춰지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이 소장은 목회자들의 책임이 무겁다고 말했다. 교리를 교육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자신이 교리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가져야 할 뿐만 아니라 교회 교육의 각 과정에 교리 교육을 포함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목사님들이 기본적인 교리교육을 세례자 교육 과정에 포함시키고 세례받은 이후에도 교육을 철저히 했으면 좋겠어요. 20~30분 설교한 것을 갖고 교인들을 교육시켰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설교에 교리의 다양성을 담기도 쉽지가 않아요. 교회 나름대로 연구를 통해 교리를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효과적 이단대처를 위해서는 교리교육과 함께 교단적으로 이단 또는 사이비, 문제성 단체 등으로 지목한 단체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또 왜 그들이 그런 규정을 받았는지, 그들의 포교전략과 기성교회를 향한 도전이 무엇인지 정보를 알려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단들의 포교방식이 새로워지고 교단들은 거의 매년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이단 단체들을 분별하며 전국교회에 주의를 촉구해왔기에 이에 대한 교육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최근 이단단체들이 가가호호 방문전도하는 방식의 포교에서 벗어나 아예 교회 내부로 신도를 파송해서 교인들을 빼내오는 수법이나, 신학교 침투 등 다양한 포교방법을 가동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목사님들이 경각심을 갖고 대처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역설했다. 이단단체의 포교전략 변화에 대해 이 소장은 사회적인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고 진단했다.
전사회적으로 참여하는 정신이 발달하면서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들도 자신들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활발하게 반박논리를 개발하고 대응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단단체의 포교방법은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더욱 다양해지고 대범해질 것이라고 이 소장은 내다봤다.
이런 문제에 있어서 이 소장은 기독교언론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판적 안목에서의 이단 대책, 이단단체의 새로운 포교전략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서 한국교회가 경계하도록 파수꾼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 소장은 교회가 스스로를 건강하게 세워가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음전도에 힘쓰고 지역사회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회의 유기체적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의 메마른 심령에 교회가 사랑의 공동체로서 자리해야 이단단체의 준동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 소장은 교회 안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대한 신학적인 자기 반성을 할 것도 요구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이러한 프로그램과 방법론이 우리 교회에 맞는 것인지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진단을 빼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이곳저곳에서 유익하다는 프로그램을 배우겠다고 쫓아다니고 휘둘리다 보면 교회에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돼 있습니다."이 소장은 일부 단체에 대해 교단별로 규정하는 내용이 달라지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 교단이 참여금지한 단체를 다른 교단이 문제없다며 받아주는 것 등의 서로 다른 대응 태도에 대해 이 소장은 타 교단 이대위 관계자들과의 연석회의나 철저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연대 방법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기구를 통해 이단대처를 하는 것과 주요 교단의 이대위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교류하는 것이다. 이 소장은 “이단문제에 대해서 교단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 말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타교단의 교리적 규정을 존중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를 통해 이단 대처를 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빼놓지 않았다. 교권있는 강자가 교권에서 밀려난 약자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이단들은 그런 요소를 확대 과장해 이단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단 규정을 위한 연구 작업은 철저하게 학문적, 신학적 깊이가 병행돼야 하며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서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상담소장으로서의 구체적인 일정을 12월 9일 이대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상히 세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