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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이탈자 3인 인터뷰
멀쩡한 사람이 왜 이단에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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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이탈자 3인 인터뷰
멀쩡한 사람이 왜 이단에 빠질까?
  • 정윤석
  • 승인 2005.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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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의 꿈·선민의식·끈끈한 결속력에 맘뺏겨

 

목회자들은 헌신하지 않는 신자들로 인해 고민이 많다. 그래서 교회를 ‘축구장’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22명의 선수들이 뛰고 대다수는 구경만 하는 것처럼, 소수의 일꾼들만 헌신하고 다수의 사람들은 교회에 구경꾼처럼 참석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 중 하나는 기성교회에서는 미지근하던 사람도 이단에 빠지면 목숨이라도 걸 듯 열성분자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이단의 그 무엇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도대체 이단단체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사람들은 그곳에 목숨을 걸까?

이런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단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들이다. 3명의 이탈자를 만나보았다. 장호민 씨(가명, 남 26), 오정민 집사(가명, 여 36), 조수연 집사(가명, 여 34)는 한국교회가 공식적으로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에 빠졌다가 각각 7개월, 1년 반, 2년만에 그곳을 이탈한 사람들이다.

경험한 단체도 차이가 있다. 소위 모태신앙인 장 씨는 전국적으로 신학원을 운영하며 교주를 보혜사요, 재림예수라고 주장하는 곳에 출석했다. 오 집사는 기성교회에 2년 남짓 출석한 경험이 있었지만 종말을 주장하며 교주를 하나님으로 믿는 단체에 빠진 과거가 있다. 조 집사는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이단단체에 다니다가 나온 후 또 다른 이단단체를 전전했다.

이들의 체험을 정리하면 이단단체가 가진 매력은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그들은 비록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영생의 세계가 이 땅에 도래할 것이라는 꿈을 확실하게 심어줬다. 자신들을 통해 이 땅에 새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둘째, 자신들만 구원이 있다는 우월감과 엘리트 의식을 심어줬다. 다른 단체에는 구원이 없고, 자신들에게만 구원이 있다는 교육을 통해 회원들은 소중한 보화를 지니게 됐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

셋째는 1:1 관계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매우 강력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이들 이단단체들은 철저하게 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리를 했다. 그 결속력이 너무나 단단해서 이것을 ‘사랑’이라고 체험하고 느낀 사람은 빠져나오기가 어렵다는 공통된 아픔을 얘기했다. 집안 대소사는 물론, 개인의 신앙과 관련한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을 져주려는 모습에 감동했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경험담이 이단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어느 정도 목회적 시사점을 제공하는 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열심히 포교해야 높은 등급 영생"

장호민 씨(26)

장 씨가 다녔던 A단체는 전국적으로 신학원을 운영하며 그것을 매개체로 기성교인들을 미혹하는 곳이었다. 장 씨는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A단체 포교자를 만났다. 포교자는 처음에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신학생이라며 장 씨에게 설문조사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인적사항을 기재한 것이 화근이었다. 기입한 메일 주소를 통해 포교자의 안부메일이 왔다. 처음에는 평범한 안부메일이었다. 장 씨가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자 나중에는 간단한 문답식 성경공부 내용이 첨부파일 형태로 날아왔다. 모두 A단체의 극단적 입장이 담기지 않은 내용이었다. 성경 말씀을 알아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만 강조한 내용이었기에 모태신앙인이었던 장 씨도 공감하면서 메일에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개월을 지내면서 장 씨가 성경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쯤 포교자는 본격적으로 성경공부를 해 보자고 제의해왔다. 그 제의를 받아들인 후 장 씨는 5개월 동안 서울 안암동에서 신학원이 있는 경기도 성남까지 주 4회, 하루 2시간씩 진행하는 수업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모태신앙이었고 당시 교회도 출석하고 있었지만 5개월 정도를 공부하자 도저히 기존 교회에 다닐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신학원측에서 기성교회를 다녀서는 안 된다고 강요한 것도 아니다. 다만 참여자들은 교리교육의 과정을 밟다보면 자연스럽게 기성교회에 다닐 마음을 갖지 않게 됐다.

배운 바에 따르면 기성교회 목회자들은 삯꾼이요, 서기관, 바리새인이었다. 이렇게 배우니 기성교회를 가면 목사님들의 설교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학원에서는 구원관까지 건드렸다. ‘나더러 주여, 주여하는 자마다 천국에 가는 게 아니라 내 아버지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간다’며 아버지의 뜻인 성경말씀을 알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성교회를 다녀서는 말씀을 알 수 없다는 주장에 장 씨는 쏙 빠져 들어갔다. 결국 장 씨는 기성교회 출석을 중단하게 됐다.

짧지만 7개월의 기간 동안 장 씨가 접한 A단체 내부인사들의 헌신도는 보통사람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직장이나, 결혼 등 그 나이 때에 생각해야 할 부분에 대해 그들은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모든 인생을 걸고 포교자로서 살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맞이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들은 요한계시록에서 예언한 ‘14만4천’의 숫자가 곧 차고 하늘에 있는 순교의 영들이 임해 이 땅에서 혼인잔치가 열릴 것이며 지금까지 없었던 영생의 세계가 도래할 것이라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 영생의 세계에서 기쁨을 누리는 무리들에게는 등급이 존재했다. 더 좋은 세상을 꿈꾸며 준비한 알곡들은 제사장 반열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흰무리’들이라고 해서 제사장 반열보다는 낮은 등급에 속하게 된다. 그래서 회원들은 포교자로서 헌신하며 살다가 ‘제사장 반열’에 들어가 영생을 누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포교가 구원의 등급과 관련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 명을 얻었다고 생각하면 절대 놓치지 않으려는 ‘진돗개’ 같은 지독함이 자연스레 A단체의 특성이 됐다. 아마도 한 사람을 기성교회에서 빼내 자신들의 단체에 등록시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작업인지 잘 알기 때문인 듯했다. A단체에 다니는 동안 처음 장 씨를 인도한 포교자는 늘 장 씨의 안부를 물으며 신학원측에 그를 잘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신학원측은 캠퍼스 안에서도 1:1로 사람을 붙여줘서 장 씨를 돌보게 했고, 신학원 학습이 마치는 시간이면 장 씨와 비슷한 방향의 사람을 연결시켜줘서 늘 집에 갈 때면 동승하도록 했다. 이 사람이 지하철 비용도 대신 처리해 주는 등 새로 온 신자와 기존 신자간의 ‘네트워크’를 아주 견고하게 유지시켰다.

신자들 상호간의 튼실한 교제는 말씀에 대한 특권의식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장 씨는 말한다.

“메시지와 말씀공부를 하다보면 기성교회는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는 반면 이 신학원 안에서는 뭔가 큰일이 이뤄져도 이뤄질 것이란 기대와 확신을 갖게 돼요. 이것은 강력한 소속감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꿈을 가진 사람들, 이런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곳에는 없다고 생각하다 보니 다른 사람과는 말이 안 통하게 돼요. 내부 사람들과 원활한 대화가 가능해지고 ‘우리만이 진리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교제는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반면 기성교회에 대한 ‘무시’와 ‘반목’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진다. 신학원에서 가장 먼저 하는 강의는 참목자와 거짓목자를 구분하는 방법이었다. 강연하다가 거짓 목자 부분에 들어서면 기성교회에 대한 비판을 첨부했다. 강사가 일부러 ‘기성교회는 다 가짜야!’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강의를 듣는 사람은 자연스레 ‘기성교회 목회자들은 거짓 목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방식이었다. 장로교·감리교·성결교 등 기성교회에 대한 비판을 너무나 많이 듣고 접하기 때문에 이단을 빠져 나와도 일반교회에 적응하기가 힘들게 된다.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이 목사님은 거짓 목자가 아닐까?”,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기 때문이다.

A단체를 빠져 나온 신도가 ‘기성교회는 내가 갈 곳이 못 된다’며 또 다른 이단단체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장 씨는 기성교회에 몇 가지 바람을 갖고 있다. 정통교회가 성도들에게 교회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해 주고 참진리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성교회가 이단에 대해 뚜렷이 말해주지 않고 교리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이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과거 진리라고 생각하며 매달렸던 이단단체에 대해 다시 갈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신학원을 떠난 작년 5월부터 3개월 동안 전화가 빗발치듯 했어요. 처음 나에게 포교했던 사람이 끊임없이 문자도 보냈습니다. 문자에는 거부할 수 없는 따스함이 배어 있었어요. 즉 신앙인으로서 저를 축복하고 위로하는 문자 일색이었죠. 제가 분명히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A단체 출석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도 그 포교자의 집착은 강력했어요.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말리지 않는다’는 식의 일부 기성교회와는 자세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성경공부 하다보니 교주를 하나님으로

오정민 집사(가명, 36)

오 집사는 하나님 교주를 믿는 B단체를 다녔던 사람이다. 그는 B단체에서 십자가는 우상이기 때문에 그것을 세워 놓은 건물은 사탄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배웠다. 기성교회는 악한 곳이고, 자신들은 초대교회의 종교개혁을 부르짖는 참된 단체라는 교육을 받은 것이다.

그녀가 B단체에 빠진 것도 역시 설문조사가 계기가 됐다. 우연한 기회에 가가호호 방문 전도하는 포교자들을 만났고 그들의 설문조사에 응했다가 성경공부까지 하게 됐다. 먼저 안식일이 토요일이라는 것부터 배웠다. 그 당시 그녀는 무척이나 놀랐다. 그 전에 다니던 기성교회에서는 ‘주일이 안식일’이라고 가르쳤는데 포교자들은 성경과 역사책을 근거로 ‘토요일이 안식일’이라고 확인시켜 줬다. 오 집사의 마음속에 ‘기성교회에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구약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

물론 기존교회를 다닐 때 성경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 특히 요한계시록은 특별 강해까지 들었다. 그러나 당시 그 내용이 무척이나 어려웠고 강사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강의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럽게 가르쳤다. 가르치는 사람도 잘 모르는 상태로 가르치니 배우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이 단체에서는 그 어렵다던 요한계시록은 물론 구약의 예언서들을, 그것도 평신도들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줬다. 그리고 그 내용에 극단적 주장들이 많지 않았다. 그것을 배우다보면 마치 퍼즐조각을 맞춰가듯이 신기했고, 그것을 다 배우고 나자 비로소 하나의 그림이 완성됐다는 기쁨이 생길 정도로 짜임새가 있었다. 한달 동안 거의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성경공부를 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임했는지 그 시간은 단 한번도 쉬지 않은 것은 물론 밥도 먹지 않고 성경공부에 깊게 몰입해갔다.

한 달을 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재림예수가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두 번째 오실 메시아가 누구실까? 마지막에 그들은 “그분은 이미 오셨다”며 성경을 통해 확인하자고 했다. 마음 한켠에 ‘이 단체 좀 이상하다’ 생각이 떠오르긴 했다. 그런데 그 교주의 이름을 들었을 때 상당히 귀에 익은 이름이었다. 거부감이 생기지 않았다. 악령의 역사였을까.

B단체에서는 그 이름을 말해 준 다음 오 집사에게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결정을 내리라”고 말했다.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지혜를 구해도 이미 선지식이 자리하고 있었기에 결과는 뻔했다. 한 달 동안 성경공부를 했기 때문에 결정은 이미 내려진 상태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때부터 B단체의 집회에 본격적인 참여가 가능해졌다.

B단체는 안식일에 집회를 3번이나 진행했다. 바쁜 사람은 물론 1번만 드리기도 했는데 B단체는 복을 받고 하늘에 상급을 쌓으려면 3번을 빠지지 않고 드리라고 권유했다. 이런 말을 듣고 지키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그곳의 구원론 중에도 14만4천의 교리가 있었다. ‘큰무리’는 천국에 갈 수는 있지만 천국의 영광을 모두 가지는 자들이 아니다. ‘작은무리’가 있는데 그들이 14만4천으로서 천국에서 모든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모두 이 작은 무리 안에 들려고 안식일 집회도 3번 다 참석하고 매일 포교에 나서는 등 피눈물 나게 노력했다. 직업이 있어도 작은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무리하게 포교에 나서기도 한다. 오 집사도 포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포교자들은 대부분 주부였고 이들은 오전 10시 30분에 모여 점심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4시까지 포교활동을 했다. 걸어다니면서 가가호호 포교하기 때문에 포교를 한 이후에는 파김치처럼 늘어졌다. 이렇게 되면서 사실상 살림을 등한히 할 수밖에 없었다. 등한히 한 것은 살림뿐만 아니었다. 아이들 교육도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포교활동을 하느라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2012년에 세상멸망이 온다고 배워서 ‘세상멸망이 오는데 아이들 공부는 뭐 하러 시키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B단체 사람들은 포교에도 열성이었지만 단체 내부의 잔일에도 헌신적이었다. 궂은일도 서로 도맡아 하려고 했다. ‘내가 먼저’라는 생각이 모두에게 있었다. 집회 장소에는 머리카락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지저분하거나 어지럽혀진 것은 손으로 다 줍고 정리하면서 다녔다.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하면 앞 다퉈 나섰다. 예를 들어 단체 회원이 김장을 한다고 하면 모두 몰려가서 도왔다. 이사한다고 하면 말할 것도 없었다.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으로 뭉친 공동체였던 것이다.

부부가 같은 공동체 안에 있을 경우 신앙생활은 더욱 열성적이 됐다. 부부가 함께 신앙생활하는 사람 중에 집을 매입한 것을 오 집사는 본 적이 없다. 집을 샀더라도 금방 팔고 일부러 전세나 월세를 자청했다. 지구의 멸망이 오는데 내가 소유를 늘이는 것은 하나님 앞에 죄악이라는 의식이 있었다. 단출하게 생활하면서 B단체가 건물을 이전하면 언제나 같이 떠날 준비를 하면서 생활한 것이다.

그런데 혼자서 신앙을 가진 사람의 경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포교 활동을 위해서 남편에게 수시로 거짓말을 해야 했다. B단체는 이런 신도들에게 ‘뱀처럼 지혜로우라’며 격려 아닌 격려를 해줬다. 오 집사는 진리를 지키고 하나님을 섬긴다는 마음으로 남편을 속이고 포교활동을 다녀야 했다. 신도들은 이 포교를 위해서 어떤 희생도 감수했다. 시간, 물질, 가족, 심지어 아이들까지도 포기한다.

일반적으로 주부들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이들조차 그들에겐 2차적인 문제였다. 어머니 믿음 여부에 따라 아이가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어떤 신도는 아이가 아파서 슬피 울어도 절대 병원부터 먼저 가지 않았다. 포교활동이 끝나고 나서야 병원에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오 집사가 그곳에 다닐 때 신도들 대부분이 30대 초중반의 주부였다. 아이들은 4, 5살, 어머니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령대가 대다수였다. 이들을 유아실에 단체로 맡겨 놓고 포교를 다녔다. 그런데 어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3살 짜리 아이였는데 엄마가 아이를 그 단체 교역자 부인에게 맡기고 전도활동을 다녔다. 이것이 수개월 이어지자 아이가 교역자 부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좇아다녔다. 이 단체 교역자들은 한 교회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2, 3년에 한번 정도씩 다른 지역 집회소로 옮기는 방식을 취했는데 이 교역자와 부인이 집회소를 옮기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정붙인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자 자신의 진짜 어머니가 곁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정도로 신도들은 포교에 열성적이다.

힘든 상황속에서도 그들은 포교를 잘 해서 상을 받는 것을 말할 수 없는 영광으로 생각했다. 상 자체는 미미하지만 총회에서 교주로부터 상을 직접 받는 것이기에 그 가치를 대단한 것으로 여겼다.

B단체는 조직이 아주 단순하면서도 게릴라식 기동성을 강점으로 갖고 있다. 구조가 교역자-지역장-구역장-구역원이라는 구조였다. 교역자 한 명이 5명 정도의 지역장을 관리했고, 5명의 지역장은 각각 2, 3명씩의 구역장을 맡았다. 또 이 구역장들은 그 아래로 구역원 2, 3명씩 배정받아서 양육했다. 이곳에선 구역장이 전도인이면서 심방과 양육 등 모든 관리를 도맡아 했다. 구역장 밑에는 구역원이 2, 3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신앙을 점검하고 돌보는 것이 가능했다. 이것을 철저하게 했다. 전도하다 지칠 때도 있다. 그러면 그것을 기가 막히게 간파해서 구역장이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 줬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로 관심을 갖고 구역원의 무엇을 섬겨야 할지 구역장들은 철저하게 파악하고 관리했다.

그러나 오 집사는 B단체의 잘못된 점을 알고 나오게 됐다. 하지만 만일 구원의 확신도 없고, 단지 신앙생활하기가 힘들어서 나오게 된 것이라면 그 후에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오 집사는 B단체가 이단임을 알았음에도 1년 반 이상 가족보다 더 친하게 지내왔던 사람들과 교제를 단절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 단체가 거짓된 곳이지만 그럼에도 거짓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적도 있어요. B단체로 처음 나를 인도해 준 사람이 교리를 가르쳐 준 것은 물론 신앙생활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몸소 몸으로 보여줬어요.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보고 배운 거예요. 신도들이 몸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을 따라하니까 신앙생활하기가 어려운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단단체 신도들의 헌신이 율법주의적 바탕에서 나온다지만 그럼에도 자발성을 띄는 것은 앞선 사람들의 헌신된 모범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단체를 빠져 나왔을 당시 삶의 모든 기초가 무너지는 느낌도 들었죠. 만일 말씀에 기초한 신앙을 철저하게 재훈련하지 않았다면 다시 돌아가게 됐을 거예요. 이렇게 이단에 빠졌다가 기성교회로 돌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붙들 만한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오 집사는 이단단체에 빠지기 전 기성교회에서 구원의 확신이 있었던 사람이다. 그 얘기를 들으면 기성교회 사람들은 이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오 집사는 분명하게 말한다.

“일반교회에 처음 출석할 때 초기 한 달 동안은 내내 구원상담을 받았어요. 복음서를 보고 에베소서를 읽고 말씀을 통해 구원의 확신을 얻었어요. 그런데 그 후에 이단단체에 빠진 거예요. 왜냐하면 구원의 확신을 얻은 이후 2년 동안 구원에 대한 말씀을 교회에서 접하지 못했어요. 구원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교육도 없었어요. 교리교육도 받지 못했어요. 목사님들은 ‘일반신도들이 성경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성경말씀에 대해 너무도 갈급해 있었어요. 그러나 충족의 길을 몰랐어요. 성경을 알고 싶었고, 듣고, 배우고 싶었는데 그 필요를 내가 다니는 교회가 채워주지 못하니까 이단단체가 성경공부를 하자며 접근할 때 당하게 된 거예요.”

교회에서 기본적인 교리와 성경과 관련한 다양한 신학적 지식을 교육하고 교인들의 필요를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오 집사는 이단 문제를 접하는 목사님들 대다수가 꼭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교회 성도를 이단단체에 잃고 나서야 이단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얘기다.

그녀는 “이단들이 성경을 갖고 성경을 토대로 기성교인을 공격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다”며 “교회들마다 예방차원에서 이단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성도들에게 알리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도 따뜻한' 신도들과의 교제

조수연 집사(34)

조 집사는 여호와 하나님만을 유일신으로 믿고 예수는 피조물로, 성령은 하나님의 활동력으로 믿는 C단체에 다녔던 사람이다. C단체는 십자가는 우상숭배의 산물이라며 단체 내에 십자가를 걸지 않았다. 또한 지옥은 없고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무의 상태로 간다고 가르쳤다.

조 집사는 교회를 다닌 적이 없다. 그런데 가가호호 방문하며 포교하는 사람들의 ‘성경공부하자’는 제의를 쉽게 뿌리치지 못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미 중학생 때 C단체를 접한 적이 있기 때문에 20대 초반에 다시 그 단체를 접하는 것이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다. 6개월 과정의 책을 일주일에 1회씩 공부를 했고 6개월을 공부하고 나면 비로소 침례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그리고 침례를 받은 이후에라야 비로소 그 단체에 제대로 소속한 사람이라는 자격을 얻게 됐다. 그 전까지의 사람들에 대해 그들은 ‘관심자’라고 호칭했다.

그런데 침례를 받기 전까지 배우는 교리 내용이 너무도 쉽고 재미있었다. 한마디로 ‘달디 단 말씀’으로 여겨졌다. 말씀을 배우면서 ‘나는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란 자부심이 가슴 한 복판에 차오르기 시작하자 자신이 믿는 바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쳤다. 이런 마음속의 요구를 가진 상태에서 C단체가 세상의 종말을 강조하며 포교활동에 빠지지 않고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신도들도 대부분 종말을 대비하고 알리기 위해 자원하는 마음으로 포교활동에 참여했다. 둘이 짝지어서 포교하는 C단체 사람들을 유독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다.

C단체의 사람들은 너무도 점잖고, 따뜻했다. 단체내에서는 수준 높은 도덕성을 강조했기에 법 없이도 살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정말 세상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점이 있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여겨졌다. 조 집사의 마음에 ‘정말 이 사람들처럼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들이 믿는 종교라면 신뢰할 수 있겠다’는 안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C단체 내부에서의 신앙생활은 더욱 탄탄대로를 걸었다. 일반교회 사람들은 성경보는 것을 힘들어한다. 직장에 다닌다고, 일 때문에, 여러 가지 핑계거리를 댄다. 그러나 C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성경공부를 대단히 열심히 했다. 그것을 또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데도 주저함이 없었고 자원하는 마음으로 했다. 성경을 많이 안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최대의 강점이었다. 그리고 성경과 함께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변증하는 것도 철저하게 익혔다. 포교를 할 때 사회적 인식이 안 좋은 C단체의 약점을 변증하기 위해 준비하며 학습했다. 변증을 위한 책자가 따로 한 권 정도 준비돼 있을 정도다.

조 집사는 잘못된 지식이지만 그들 나름대로 지식이 깊고, 정이 많고, 가족같이 도와주고,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질서와 도덕을 반듯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면서 C단체에 매력을 느껴갔다. 그러나 남편의 적극적인 제지로 C단체를 결국 나오게 된다. 이 당시에는 C단체가 잘못됐다는 인식보다는 남편의 말에 순종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했다. 조 집사는 C단체를 나왔지만 정통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지는 안았다. 그런 조 집사에게 교계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B단체가 접근했다. 이들과 성경공부를 하며 조 집사는 또다른 이단인 B단체에 미혹당하게 된다.

그러다가 조 집사는 남편의 도움과 전문적인 상담기관과 연결되어 성경을 공부하면서 구원론을 배운 후 B단체를 나오게 된다. 전문적인 상담기관을 통해 진리를 알았다는 마음과 구원을 얻었다는 감격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조 집사가 기성교회 안에서 얻은 그 감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교회안에서의 교제는 한마디로 밋밋했다. 신도들이 함께 대화하고 깊게 사귈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점점 이단단체에서 맛보았던 강력한 매력이 기성교회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밋밋하게 2년을 기성교회에서 생활하자 조 집사는 어느덧 나약해졌다. 구원의 감격은 사라지고 기초적인 신앙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일이 기다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주일이 되면 교회를 가는 것조차 싫어졌다.

이런 상태에서 C단체 사람들이 조 집사에게 접근하자 그녀는 다시 C단체로 돌아가게 된다.

“다른 초신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이단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들은 말씀으로 계속 양육시켜줘야 해요. 신앙이 성장하도록 도와줘야 해요. 그런데 기성교회에서는 그것을 채워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성교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니 다시 이단단체로 돌아가게 된 거예요.”

기성교회 내에서 구원의 확신을 새겨주는 것과 동시에 신앙을 성장시킬 수 있는 양육체계가 확고히 자리잡아야 함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더욱이 초신자나 이단단체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의 경우 1:1 등 교제의 끈을 확실하게 맺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집사는 “이단들은 기성교인들이 잘 모르는 것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가 그런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기성교인들을 당혹스럽게 한다”고 말한다. 이단 단체 회원들의 질문들은 기성교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기성교회에서 이단에 대한 예방차원에서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요즘 목사님들이 설교하실 때 성경 말씀, 복음보다는 세상 처세술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아요. 외람되지만 목사님들이 복음적으로 설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구원받는 길에 대한 말씀이 지속돼야 하고 구원의 확신 이후에는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말씀과 양육으로 철저히 신자들이 훈련될 때 이단들은 발붙일 틈을 얻지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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