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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우상화 현상 ‘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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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우상화 현상 ‘요주의’
  • 정윤석
  • 승인 200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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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단체는 물론 일부 기성교회도 갈수록 심각

“목사님 사진을 집에 걸어 놓고 있으면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는다.”
서울 구로동에 위치한 A교회에 출석하는 K교인의 집에는 그 교회 담임 목사의 사진이 문 바로 위에 걸려 있다. 문 위뿐만 아니라 교회 달력에도 담임목사의 얼굴이 크게 새겨져있고 액자에도 담겨 있다. 심지어 지갑에 넣을 만한 작은 사진도 따로 지참하고 다닌다. 출가한 K 교인의 딸이 가끔 집에 오면 갈등이 시작된다.

“담임 목사가 아빠를 구원해 줬어요? 차라리 돌덩어리로 그 얼굴을 새겨서 모셔 놓지 그러세요!”

화가 난 딸의 말에도 K교인은 요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담임목사는 못 고치는 병이 없고, 결국 그를 따르면 새예루살렘이라는 곳으로 인도받을 것이라는 절대적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서 대표적 이단으로 분류하고 있는 A교회의 목회자 우상화의 한 단면이다.
비단 목회자 우상화는 이단으로 분류한 이 교회의 모습만은 아니다. 이와 유사한 ‘목사 우상화’의 모습들이 극히 일부지만 기성교회 내부에서도 병폐로 나타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것은 목회자들을 대접하고 배려하고 예우하는 아름다운 한국교회의 전통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런 아름다운 예우를 뛰어넘어 기성교회 안에서도 목회자를 ‘복의 통로’로 여기며 하나님과 성도간의 매개자로 우상화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이다. 여기에는 성도들의 책임도 있지만 목회자 자신부터 그것을 강조한 결과로 불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기도에 위치한 B교회 담임목사는 설교 본문의 모든 초점을 자신에게 맞춘다. 요지는 “목사를 섬기면 복을 받고 순종하지 않으면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C교회도 마찬가지다. 이 교회의 담임인 K 목사는 가끔 협박성 설교를 하기도 한다.

“함부로 나한테 대적하고, 함부로 나한테 해를 끼치는 사람들이… 나중에 그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비극을 제가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파요.… 지난번에 어느 교회 집회 갔는데 왜 그렇게 필요 이상으로 나에 대해 반대하는지.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지나서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그 난리치던 여자들이 전부 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물론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의 리더를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교인들을 선동하는 악한 행위들도 없지 않다. 이런 일들은 하나님 앞에서 심판 받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런 정당한 이유가 아닌, 목회자의 권위주의를 위해 자신의 말에 신적 권위를 부여하고 불순종하는 교인들을 저주하는 일은 문제라는 것이다.
종교개혁자 칼빈이 초안을 작성한 개혁자들의 제네바 신앙고백서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충실한 목사 이외에는 어떠한 목사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유혹하는 모든 거짓 선지자들 즉 복음의 순수성을 버리고 그들 자신들이 조작한 교리를 가르치는 자들은 고난을 당하거니와 백성들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목사로 행세하지만 실은 목사가 아니다.”

예배시간을 이용해 교회 목회자의 공적을 크게 부각하는 행위도 목회자 우상화로 변질될 수 있다. 서울의 D교회는 11시 예배가 시작되기 10분 전 해외에서 대대적으로 집회를 하고 돌아온 담임 목회자의 행적을 낱낱이 소개한다. 주로 병고침의 기적을 베풀었다는 내용인데 예배 10분 전부터 스크린에 담임목사의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방영하는 것이다.

이것은 예배의 본질과도 어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목회자 우상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학생신앙운동 단체인 KOSTA의 강사인 박성호 목사는 젊은 유학생들에게 예배시의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자꾸 커져만 가는 설교자의 얼굴도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러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개 목사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반드시 거두어 들여야만 할 것이다. 물론 워십 리더의 모습도 마찬가지이고. 종교 개혁 당시의 지적처럼 누군가의 모습이 우상화되어 버리는 현상을 정말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의 정체성이 왜곡된 상태로 우상화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목회자의 ‘보스화’, ‘계급화’가 그것이다.

주일 오후 예배가 끝나고 교인들이 대부분 교회를 떠난 시간. 서울의 E교회 정문 앞에는 주로 검은색 싱글 정장을 입은 교역자 10여 명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잠시 뒤 풍채가 당당한 목회자 한명이 현관을 빠져나왔다. 일제히 교역자 10여 명은 깍듯이 인사를 했다. 검은색 대형차량이 그 목사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도열했던 교역자 중 한명이 차문을 열어 주었다. 담임으로 보이는 목회자는 대형차량에 몸을 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뒤를 향해 또다시 교역자들은 일제히 90도 각도로 인사를 했다. 이 교회의 한 청년은 그 모습을 보고 “조직의 보스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목사’보다 ‘당회장’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스타 목회자들, 교계 신문이나 부흥회 광고에 항상 얼굴 사진이 크게 나오는 것을 즐겨하는 목회자들의 의식도 문제다. 어쩌면 자기 우상화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목회자 우상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인천 반석교회 이경섭 목사는 “참다운 영성생활에 있어서 자기부인적인 영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기부인이 없으면 자기 성취, 자아 도취, 곧 자기 우상화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담심리학자인 정동섭 교수(가족관계연구소 소장)는 목회자 우상화의 대안으로 ‘평신도 제자화’를 내세웠다.
“목사만 사역의 주체로 생각하고 나아가 그를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매개자로 보는 생각이 변질되면 목회자 우상화가 일어나고 잘못될 경우 교주 신격화 현상으로까지 극단화될 수 있다.”

목회자의 자기 부인적 영성과 전교인제자화 훈련 등을 통한 평신도 사역의 극대화가 결국 한국교회 목회자의 우상화를 막고 기독교의 변질을 막을 수 있다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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