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02-24 02:46 (월)
신학교 졸업생이 너무 많다
상태바
신학교 졸업생이 너무 많다
  • 정윤석
  • 승인 2003.0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심각 교회마다 ‘좁은 문’

 

서울에 위치한 성도 600~700 명 정도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S교회. 담임목사가 조기 은퇴해 후임 목회자 한 명을 공개 청빙했다. 이력서를 낸 사람은 약 100여 명. 이 중 절반 이상이 박사학위 소지자였다.
추리고 추려 절반을 서류심사에서 떨어뜨렸다. 20명을 추린 다음 설교 비디오 테이프를 보고 인사청빙위원회에서 테스트했다. 이렇게 해서 6명을 골랐고 차례로 교회로 초청해 면접을 봤다.

결국 뽑힌 최후의 1인은 몇 년 목회를 잘 해왔으나 이 사람도 결국 장로들과 갈등을 일으켜 목회지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에 있는 중형교회의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고 또 임지를 얻어도 목회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예장 고신측의 A 목사는 오랜 동안 임지를 얻을 수가 없어 무임 목회자로 있다가 생계마저 곤란해지게 됐다. 교회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일해도 좋으니 ‘자리’를 알아봐달라고 지인들에게 부탁하며 다니고 있다. 여의치 않자 A 목사의 사모가 직접 나서기도 했다. ‘사찰집사’를 해도 좋다며 일을 찾아다니고 있을 정도다.

생계 유지를 위해 택시 운전을 하는 목회자, 파출부로 나서는 사모까지 생기고 있다. 전호진 목사(예장 고신 총무)는 “생계유지를 위해 목사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비참하게 사는 목사들이 많다”며 “모두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 불러온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결국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 사역지가 없는 무임 목회자들을 증가시켰고 이들은 생활고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주요 교단 목회자 수의 증가와 교회 수의 증가를 살펴보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국교회의 예장 합동, 통합 등 주요 교단들의 통계(도표 참조)에 따르면 목회자는 매년 10% 가까이 증가한 반면 교회숫자의 증가는 매년 1%에서 3%대에 머물고 있다. 목회자가 교회 수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9배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황성철 교수(총신대학교신학대학원 실천신학)는 예장 합동측의 경우 “지난 10년 간 목회자 수의 증가율은 교회 수의 증가율보다 평균 2.3배, 교인 수의 증가율보다는 평균 5.6배나 높았다”며 “목회자의 수요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데 반해 공급은 과잉상태다”고 지적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은 고급인력의 낭비는 물론 목회지를 놓고 목회자간의 과잉 경쟁을 부추기고 목회자의 권위까지 실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상남도 울산에서 목회하는 예장 합동측의 김현권 목사는 “당장 임지가 없는 무임 목회자들이 노회마다 넘쳐나고 있다”며 “자리가 하나 나면 이력서를 수 십 명이 내는 바람에 서로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안타까워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으로 파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과 목회자들은 신학교 정원을 줄이고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남발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방에 흘러 넘치는 수돗물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꼭지부터 잠그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방법이라는 얘기다. 해외 선교나, 군목, 문화사역 등 사역의 방향을 넓힐 뿐만 아니라 신학교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장 합동측의 경우 매년 필요한 목회자 수요가 200명 남짓한 상황에서 강도사 고시를 치르는 사람은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기도 수지에서 목회를 하는 정재현 목사(예장 통합)는 “마음만 먹으면 목회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수 없다”며 “당회와 노회가 목회자 후보생들의 추천을 철저하게 해서 목회자 과잉 공급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교회 교육의 변화도 해결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 가평에서 목회를 하는 최덕규 목사(예장 합동)는 “목회만 주의 일이고 사회생활은 ‘세상 일’이라는 이원론적 인식을 극복하도록 성도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회자 수급 불균형 문제와 무임 목회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단차원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이를 위한 개선의 노력들이 개교회와 인터넷을 통해 펼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여의도순복음교회(조용기 목사)는 교회개척학교를 무료 운영하여 개척을 희망하는 목회자들을 3개월 과정으로 훈련한다.

이 과정을 수료한 목회자에게는 개척자금을 융자해주기도 한다. 로뎀선교회(회장 김유정 목사)에서는 무임 목사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이들을 위한 신앙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인터넷 상에서의 노력들도 돋보인다. 선지사명목회사관학교(교장 윤금중 목사·합동정통 http://cafe.daum.net/mog21)는 무임 목회자들이 합숙으로 40일을 훈련하며 목회를 할 수 있도록 훈련지원을 하고 있다. 감리교선교학연구소(http://www.missiology.or.kr)의 경우 목회자의 수급 문제가 직장선교 활성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