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숙 집사(67·용산노숙자선교회)의 주걱을 든 손도 바빠지는 시간이다. 노숙자들이 내미는 식기에 일단 고봉으로 밥을 퍼준다. 그래도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밥을 더 달라는 무언의 표시다. 몇 주걱 더 퍼준다. 밥을 먹고 별도로 비닐을 내미는 사람들도 있다. 받아 놓은 밥을 저녁 때나 다른 곳에 가서 먹겠다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도 한 주걱씩 밥을 담아 준다.
“많이 퍼 줘!” 노숙자가 요구하면 강 집사는 더 큰 소리로 말한다. “다 쉬어!” 이미 그들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해진 강 집사는 그들의 누이인양 익숙하게 실랑이를 벌이며 답변한다. 밥을 퍼 주고 오후 1시 정도가 되면 마무리를 할 시간이다. 식기를 나르고 정리한 다음 선교회 사무실로 가서 노숙자들이 먹었던 똑같은 밥과 반찬으로 점심을 먹는다. 하루 봉사가 끝났다.
강 집사는 현재 하는 봉사에 아주 만족해 했다. 자신의 손으로 배 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해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는 것이다.
봉사를 시작한지 1년째, 매주 토요일이면 새벽부터 일어나 노숙자들에게 제공할 반찬과 밥을 준비해야 한다. 비오는 날이면 관절과 허리가 아프지만 나눌 수 있다는 기쁨에 아직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강 집사는 잘라 말했다.
용산노숙자선교회 대표인 최성원 목사는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선교회에서 내 일처럼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분”이라며 강 집사의 봉사에 큰 힘을 얻는다고 소개한다.
도리어 강 집사는 “선교회의 최성원 목사와 정은혜 사모가 고생하지 자신은 하는 일이 없다”며 겸손해 했다.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계속 봉사를 하겠다는 강 집사는 선교회가 사글세를 얻어 사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좀더 노숙자들을 잘 섬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또한 올해는 노숙자들을 위해 밥을 해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묵을 수 있는 조그마한 ‘쉼터’라도 마련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골몰하고 있다. 봉사는 매주 토요일에 하지만 강 집사의 마음은 늘 집없이 떠도는 노숙자들에게 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