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측(총회장 한명수 목사)이 ‘비성경적인 영성사상’이라고 규정하며 교류금지를 결의한 박철수 목사에 대해 최근 예장 통합측(총회장 최병곤 목사)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가 면죄부를 주려는 쪽으로 논의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통합측 이대위(위원장 이수영 목사)는 7월 18일 총회 회의실에서 모임을 갖고 박철수 목사(새생활영성훈련원)에 대해 ‘예의주시’를 철회하자는 박철수조사분과위원회(위원장 김항안 목사, 조사위)의 보고를 받았다. 지난해 총회에서 ‘박 목사에 대해 연구조사를 한 회기 연장하고 상황을 지켜 본 후 처리하자’고 했던 소위 예의주시 조치를 철회하자는 것이다.
조사위는 보고에서 “박철수 목사가 스스로 모든 문제를 시인하고 책을 회수폐기하고 계속적인 지도편달을 부탁한 점과 합동측 총회결의 등을 고려하여 앞으로 문제가 되면 언제든지 다시 재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주시를 철회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위의 이 같은 보고 사실이 교계에 알려지자 곧바로 “피해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보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목사의 영성운동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본지에 제보한 통합측 여수노회의 A 목사는 “목사라도 영성 훈련을 안 받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 단계인 ‘애굽단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며 “‘박철수 영성’을 배운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고 있는 지역 교회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해 당사자인 박 목사의 해명만 듣고 ‘예의 주시’를 철회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조사위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사위의 한 관계자는 “그 동안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헌의나 제보를) 올린 교회가 없었다”며 “제보가 들어오거나 피해입은 교회가 파악된다면 조사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사위가 합동측 이대위의 보고서를 86회기 총회결의라며 참고했다는 보고내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조사위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회가 86회기를 통하여 박철수 목사의 문제를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한 점을 참고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마치 합동측 이대위의 ‘이단시비 종결’이란 보고대로 총회가 결의한 것처럼 보고했다. 그러나 통합측 조사위의 보고와는 달리 합동측은 지난해 총회 때 박 목사에 대한 이단성 시비를 종결하자는 이대위의 보고서를 폐기하고 박 목사와 교류하지 않기로 다시 결의했다. 총회 조치를 의식해 형식적으로는 두루뭉실한 몇 마디 표현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듯해놓고 실제로는 핵심적인 사상을 버리지 않고 고집한 사실 등이 드러난 박 목사의 ‘이중행보’와 교회들의 피해현실이 반영된 결과였다.
합동측 이대위 총무인 이경원 목사는 “박 목사에 대한 합동 총회의 ‘교류 금지’ 결의는 현재도 유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합측 조사위 김항안 위원장은 “합동 총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보고서인 줄 몰라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통합측 이단사이비상담소 정행업 소장은 “조사위의 보고는 ‘예의 주시를 철회하자’는 내용으로 받았지만 오는 9월 5일 이대위의 모임에서 최종적인 결정이 이뤄진다”며 “이 때 합동측이 이단시비를 종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로 해서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합동측은 2000년 85회 총회에서 박 목사에 대해 △개혁신학을 따른다지만 실제로는 체험을 중시하는 교리체계 △영을 또 하나의 몸으로 설명해서 영도 눈과 귀, 입, 사지백체를 가지고 있다는 인간론 △영성상담을 통해 중생의 여부를 판단해서 기존 신자들과 기존 목회자들은 참된 중생이 없는 것으로 판정하는 영성상담 등을 지적하며 관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