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이후 계속 늘어 가는 범죄, 재소자들의 급격한 증가, 50%를 상회하는 재범률 등 한국 사회의 심각한 범죄 문제에 대한 해법 중의 하나로 한국교회가 제시해 왔던 민영교도소의 윤곽이 드러났다.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최성규 목사(순복음인천교회), 김일수 장로(고려대학교 법학과 교수) 등 기독교계 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재단법인 아가페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기독교교도소는 2005년 완공 예정이다. 아가페는 지난 2월 법무부와 민영교도소 설칟운영 등 교정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경기도 여주군에 6만5천여 평 규모(수용인원 500명)로 들어설 예정인 한국기독교교도소는 민영교도소 한국 제 1호이자 아시아 최초가 된다. 총 공사비는 300억. 설립 비용은 재단법인 아가페가 부담하지만 그 후 운영되는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된다. 아가페측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지난 4월 22일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기독교계 주요 인사 등 7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민영교도소 보고대회’를 갖는 등 막바지 홍보작업까지 진행했다.
김일수 교수는 “현재의 교정시설은 범죄인을 확대, 재생산해 내는 범죄학교와 같은 구실을 하고 있다”며 “교정 시설을 한 번 거쳐 간 사람들이 개과천선되어 사회에 적응하기는커녕 아직도 높은 재범률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부가 정확한 수치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출소자들의 재범률은 50%를 상회한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IMF 이후 재소자들은 갈수록 늘어 현재 국내에 재소자들은 6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 교정 시설은 전국에 44개밖에 되지 않아 5만8천여 명의 수용자를 187개에 수용하는 프랑스나 7만5천여 명의 수용자를 221개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독일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김 교수는 이런 과밀 수요 상태에서는 출소자들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기독교계가 민영교도소인 기독교교도소 설립에 박차를 가해 온 것이다.
김 교수는 “응보형(應報刑) 이념에 찌든 폐쇄적이고 형식적인 행형이 아니라, 인간 존중의 정신에 입각한 교육형 이념과 그것을 효과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열린 실질적 행형이 실행되어야 한다”며 “재소자들을 거듭나게 하고 인격을 변화시키는 체험을 하게 하는 것만이 재범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이다”고 강조한다.
강원철 행정팀장(재단법인 아가페)은 “재소자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못 견뎌 하는 시간은 하루 일과가 끝난 저녁 6시부터 취침 전인 밤 10시까지이고 이 때 범죄의 확대 재생산이 이뤄지는 시간”이라며 “이 시간 대에 멘토링과 성경공부를 통해 재소자들의 거듭남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기독교교도소는 출소자 재범률 5%와 사회 공동체로의 관계 회복에 매진하게 된다.
황교안 검사(부산동부지청, 아가페 이사)는 기독교교도소에 대해 “교정교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시대”라며 “또 하나의 교도소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인과 신앙인을 양산하는 곳으로 기독교교도소가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독교교도소의 설립과 때를 같이 하여 이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종교 문제 등 수용자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면서 “행형은 민간이 아닌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며 민영교도소의 설립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법인 아가페측은 “오히려 포화 상태인 교도소에 대한 아무 대안도 없이 그대로 방치하는 것이 인권침해”라며 “기독교교도소는 이 사회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반박했다.
인터뷰
김삼환 목사/ ‘아가페’ 이사장
“교회가 죄인 찾아가야 한다”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재단법인 아가페 이사장)는 한국 제 1호 민영교도소인 기독교교도소에 대해 말할 때면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평소보다 약간 흥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만큼 2005년 완공예정인 기독교교도소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남다르다.
기독교교도소만큼 성경에 부합하는 사역이 없다는 게 김 목사의 생각이다. 김 목사는 최근 열린 재단법인 아가페 민영교도소 보고대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예수님이 죄인을 구원하러 오셨던 것처럼 교회도 죄인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며 “죄인들이 있는 곳은 바로 교도소”라고 얘기했다. 이 자리에서 김 목사는 교회가 사회의 무거운 짐을 져야 한다며 기독교교도소를 세우고 이를 통해 재소자들을 효과적으로 교화하고 재범률을 줄여 간다면 사회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족 선교의 또 다른 차원의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말 준공예정인 아가페 기독교교도소의 설립 비용은 300억여 원이다. 이미 여의도순복음교회(조용기 목사)에서 30억, 금란교회(김홍도 목사)에서 10억, 인천순복음교회(최성규 목사)에서 10억을 쾌척하기로 했다.
김 목사는 “다른 장소에서 ‘억’소리 내면 이상하지만 교회가 이런 일을 위해서는 ‘억’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며 “큰 교회는 큰 교회대로, 작은 교회는 작은 교회대로 기독교교도소에 대한 관심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김 목사는 그리스도의 사랑만이 재소자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한국교회가 기독교교도소의 설립뿐만 아니라 재소자들의 출소 이후 문제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기독교교도소의 재범률 목표 수치인 5%에 근접하려면 재소자들이 출소한 이후에도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현재의 교정 시설은 재소자들의 죄에 대해 형을 집행하고 죄값을 치르게 하는 기능은 있지만 그들을 교화하는 기능은 약하다”고 지적하며 “재소자들의 고통을 나누고 그들에게 사랑을 나누어줄 때 그들에게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기독교교도소 설립에 한국교회의 동참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