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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통해 수감자 회복 꿈꾸는 상도동의 에너자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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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통해 수감자 회복 꿈꾸는 상도동의 에너자이저
  • 정연희 기자
  • 승인 2018.11.22 0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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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기독교세진회 이사장 정지건 장로
▲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이화 피부과

서울 상도역 5번 출구를 나와 6분 정도를 걷다 보면 이화약국을 만날 수 있다. 이화약국은 약사들 사이에서도 ‘꿈의 직장’이라 불리며 매년 수많은 약사들이 지원하는 곳이다. 또한 환자들 사이에서도 이화약국은 약사들의 실력 또한 출중하기로 소문나 매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화약국 건물 1층에는 이화약국, 이화한의원, 이화치과가 있고 2층에 이화 피부과가 있어, 한 건물에 병원과 약국이 모두 모여 있는 구조다. 그는 최근, 설립 50주년을 맞은 (사)기독교세진회의 이사장이다.

▲ 70대에도 프로급 테니스 실력을 갖고 이화테니스클럽에서 활동하는 정지건 장로

정 장로를 만나기 위해 우선 피부과로 향했다. 기자가 찾은 2018년 11월 12일, 병원 안은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붐볐다. 안내데스크로 가서 정 장로를 뵙기 위해 왔다고 하니, 병원 뒤쪽의 집무실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안내받아 간 곳은 사실 집무실이라기엔 한 가정이 살 것 같은 2층짜리 독립주택이었다. 정지건 장로는 1946년생으로 올해로 일흔 셋이지만,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건강한 마음과 체력을 가졌다. 큰 키와 꼿꼿한 허리, 바른 자세에서 나오는 건강한 에너지가 정 장로를 더 젊게 느껴지게 했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하니 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화요일과 금요일, 일주일에 두 번 테니스는 꼭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뷰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던 정 장로는 유일하게 카메라 앞에선 약한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 기사를 위해 정 장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야 했는데, 사진 찍기를 청하니 부끄러워했다. “내가 일흔이 넘어서니까, 아무리 잘 찍어도 인물이 안 나와요.” 인터뷰 내내 소탈한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카메라만 들이대면 긴장하는 것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정 장로의 이야기 곳곳에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났다. 덕분에 훈훈한 분위기 가운데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화: 1. 성질, 양식, 사상 따위가 변화함
2. 다스려 깨우침
3. ‘이치대로 살아간다.’

▲세진회 이사장과 CBMC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지건 장로

올해로 74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화약국은 일제시대 때 이화제약회사에서 일했던 정 장로의 선친(故정광웅 집사)이 세웠다. 그 후 의약 분업으로 인해 이화 피부과는 따로 설립되었다. 피부과가 세워진 지는 올해로 20년 정도 됐다. 정 장로는 성균관대학교 약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이화약국과 이화피부과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화약국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상도교회가 있는데, 이화약국 만큼이나 상도교회와 정 장로의 인연 또한 깊다. 그도 그럴 것이 이화약국과 상도교회가 있는 이곳 상도동은 그가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곳이다. 본래 상도동과 함께 근접한 흑석동과 노량진은 무덤으로 가득했다. 그 장례를 지내기 위해 무당들이 들끓었던 동네였다. 충청도에서 상경한 정 장로와 할머니는 20명 남짓한 사람들과 힘을 합쳐 이곳 상도동에 상도교회를 세웠다. 적은 사람들끼리 마음 맞춰 시작한 교회가 지금에 이른 것이다.

정 장로는 47세라는 젊은 나이에 상도교회의 장로로 임직했다. 그와 함께 23년간 성가대장을 했다. 그 가운데서도 재정부장, 당회서기, 관리부장을 도맡아하며 오롯이 한 교회를 위해 헌신했다. 장로가 되고나서 처음 한 일은 주변의 다른 교회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그만큼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고, ‘하나됨’과 ‘연합됨’에 대해 늘 고민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걱정이 맺혔다. 이러한 관심과 고민 가운데서 정 장로의 사역들은 꽃피기 시작했다.

‘할렐루야’(하나님을 찬양하자)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잖아요.
그래서 ‘할렐루야’라는 주제로 함께 모여 찬양하기 시작했어요.

▲ 상도교회 알루스 중창단(사진 상도교회 제공)

주일예배가 마치면 곧장 돌아가는 교인들을 붙잡아 함께 교제하고 찬양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상도교회 알루스 중창단이 됐다. 올해로 23주년을 맞이하는 알루스 중창단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리고 호주 이민교회들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한호 기독문화협회 이사장이 되어 ‘할렐루야 찬양단’을 조직하고 10년 이상을 호주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2009년 10월까지 호주에서 <Sydney Phil Master Choir Concert>를 개최했다.

▲ 청주여자교도소의 예배 모습(사진 세진회 제공)

사회에서 소외되는 수감자와 피해자의 가정들에 눈을 돌리게 된 것 또한 ‘하나됨’과 ‘연합됨’을 위한 고민의 연장선이었을 것이다. 정 장로는 노량진교회 강신원 목사의 소개로 세진회(법무법인 인가 사단법인 기독교 세진회)에 몸담게 된지도 10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 CBMC(한국기독실업인회)에 부회장이자 기독사업인으로써 청년창업과 크리스천 리더양성에도 관심이 많다. CBMC에서는 매주 기독사업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을 기쁘시게, 가정과 일터를 행복하게”(마6:33)라는 표어 아래 함께 기독교가정과 일터의 미래를 고민한다.

이 가운데서도 이화테니스협회장과 서울시테니스협회장을 지내며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거나 회원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것 또한 빼먹지 않는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다’는 말은 정 장로와 같은 삶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40년 넘게 테니스를 쳐 온 정 장로는 ‘한국 대 중국 친선 테니스대회’에서 70대 연령 대표로 출전할 만큼 실력자이다. 대체 이러한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Q. 정말 바쁜 생활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이곳 집무실에서 생활하시나요?
- 네 아침 일찍 집에서 나오면, 거의 밤늦게 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요.

Q. 바쁜 생활가운데서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역시 테니스이신가요?
- 그런가. (웃음) 별다른 식이조절을 하지도 않으니. 그리고 제가 테니스를 좀 오래치긴 했죠. 40년 넘게 테니스를 친 건데, 요즘도 화요일이랑 금요일은 아무리 바빠도 테니스를 치려고 노력해요. 사실 제가 이화테니스협회장으로 있어요. 지난주 상하이에서 테니스대회가 열렸는데, 70대 대표로 출전해서 우리 팀이 우승했어요.

Q. 세진회가 50주년을 맞는다구요. 늦었지만 세진회 이사장 임직(18년 2월 18일)도 축하드립니다.
- 네. 벌써 그렇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Q. 교정선교에 대해 잘 모르시는 독자 분들이 많을 텐데요. 세진회는 어떤 곳인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세진회는 여태까지의 응보적인 관점이 아닌 회복적 사법의 정의 가운데서 사회의 범죄자들과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교정사역이에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가입했는데, 10년간 가만히 보니 이건 꼭 해야겠더라구요. 쉽게 말하면 세진회는 어떤 곳이냐면요. 나라에서 죄를 짓잖아요. 그러면 너는 10년이다 20년이다 판결을 내려 감옥을 보내놔요. 그런데요. 그 뒤끝은 어떤가요. 남편이 감옥에 가면 부인은 뭐먹고 살아요? 애들은 어떻게 되고 교육은 어떻게 되나요? 이런 책임은 아무도지지 않으니, 교회 다니는 양심 있는 판검사들이 이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만든 것이 세진회에요. 제일 높은 대법원장 같은 사람들이 세진회를 만든 거에요.

세진회 사역의 쟁점은 재범률을 낮추는 것과 자녀들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가에 있습니다. 특히나 청소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안 계실 때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희들이 주로 교도소에 가거나 가족들을 돌보는 일들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교도소에 예배를 드리러 갈 때마다 놀라운 것은 교회에서의 예배를 볼 때보다도 교도소에서 예배를 볼 때 수감자들의 눈이 반짝반짝거리는 거에요. 그곳에 가면 기사에 나온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너무도 순수하게 예배에 집중하는걸 봐요. 예배에 대한 태도는 보통 교회들보다 더 나을 때가 많아요. 게다가 그 사람들(수감자들)이 와서 찬양하는걸 보면 아주 감격스럽고 감동적이에요. 예배가 끝나고 악수를 하면 몸 이곳저곳에 난 문신들을 보며 제가 ‘아유 이거 뵈기 싫어. 그만해.’하면 그들이 쑥스러워하며 ‘죄송합니다.’해요. 이런 순수한 모습들이 참 아이러니하죠. 그래서 전 아무리 죄를 졌어도 (물론 죄값을 받는 것과 별개로) 예배에서 만큼은요, 찬송하고 말씀을 듣는 것을 모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죄만 보면 괘씸할 수 있지만, 예배를 통한 회복이 이후에 일어날 수 있는 재범을 막을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안양 소년원의 수형자들과 진행한 가족캠프(사진 세진회 제공)

Q. 세진음악회, 세진회에서도 음악회가 열린다구요?
-네. 세진회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세진회 50주년이 되는 해인 올해는 세진 음악회가 제 39회를 맞아 12월 4일 오후 7시 반에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음악회를 열게 됩니다. 남자 한 팀, 여자 한 팀이 참여하는데 남자 팀은 여주 소망교도소에서 35-40명, 여자 팀은 청주여자교도소에서 40명 정도가 나옵니다. 나머지 사회에서도 나사로청소년의집 레인보우, 서울 바로크 싱어즈, 이화 챔버 콰이어, 명지참빛 선교단이 참여합니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학생들, 특히 신학생들이 많이 와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곳에서 재소자들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다면 찬양이라는 것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수형자들의 노래이지만, 전문성악가들의 노래와는 또 다른 감동이 있을 거예요. 아무리 음악을 전문적으로 잘해도 감동을 줄 수 없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작년 음악회에서도 “나는 훨훨 날아가고 싶어요.” 여자 죄수들이 노래를 하니까, 보는 사람들 모두가 눈물을 흘리는 거에요. 죄수들 가운데 뛰어난 음대생 하나 없지만, 그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어요. ‘아 이런 음악도 있구나!’ 발견하게 될 거에요.

▲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한국대회에서 강연하는 정지건 장로

# 세진회 정 이사장은 성균관대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고 이화약국 대표, 이화피부과 대표, 서울바로크싱어즈 단장, 한국기독실업인회(CBMC)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기독교세진회는 1968년 발족돼 교정시설 수용자와 그 가족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있는 교정복지 전문기관이다. 올해 50주년을 맞아 2018년 11월 18일 상도교회에서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날 정 장로는 감사의 글을 남겼다.

세진회 50주년 감사의 글

우리에게 많은 꿈, 큰 꿈은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꿈이 있습니다.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을 품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저들과 동행하는 한꿈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큰 꿈은 없습니다.
범죄로 인해 잃어버린 삶 깨어진 가정 홀로 울고 있는 수용자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고 다독거려
창조의 목적대로 쓰임 받아 평범한 일상을 누리게 하는 한꿈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큰 꿈은 없습니다. 수용자 자녀, 수용자 가족이라는 주홍글씨로 인해
숨 죽여 살아가는 저들이 환하게 웃으며 가슴 활짝 펴고 이 땅을 당당히 살아가는 한 꿈이 있습니다.

지난 50년 하나님이 주신 한 꿈을 붙들고 뚜벅뚜벅 걸어 왔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였고 많은 분들의 동역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주님 다시 오시는 날까지
주의 부르심 따라 주님 주시는 한꿈으로 인해
가슴 뛰며, 그 사랑으로 주님이 명령하신 ‘땅끝’
수용자와 그 가족들, 출발선이 다른 위기 청소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이 길을 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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