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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취재]성락교인들, ‘번개’ 기도회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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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취재]성락교인들, ‘번개’ 기도회에서 생긴 일
  • 정윤석
  • 승인 2017.03.15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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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신도 “전도사·직원·애들까지 OO의 도구로 쓴 거냐?”···부글부글 끓는 베뢰아
▲ 기도회에서 2시간10분여 동안 발언한 A목사

X파일 공개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기동 원로감독(원감)의 최측근 A목사가 김성현 전감독(당시만 해도 현감이어서 이하 ‘현감’) 사임 발표 하루 전날, 2017년 3월 11일(토) 안산성락교회 예배당에서 ‘번개’ 기도회를 진행했다. 이 기도회는 당시만 해도 김기동 원감과 김성현 현감의 퇴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던 중에 열린 것이어서 주목 받았다. 이 기도회를 연 다음날 김 현감이 사퇴를 선언했을 정도다. 과연 사퇴 전날 열린 번개 기도회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X파일을 공개할 것인가, A목사가 어떤 발언을 할 것인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집회 중간 중간 A목사는 보안 유지에 신경을 쓰는 듯, “여러분들 옆에, 성락교회 교인들 같지 않고, 외부에서 오신 분들 같고, 녹음을 하거나, 언론사에 있는 분들 같으면 지금 나가주시고, 다른 분들에게 얘기해서 나가도록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성락교회 평신도들, X파일이 궁금하다
오후 2시부터 ‘교회를 교회되게, 예배를 예배되게’라는 찬양을 한 후 A목사는 2시 10분경부터 곧바로 마이크를 넘겨 받았다. 초반 30여분간은 교인들의 질문을 받았다. 기자가 갖는 궁금증들이 교인들의 질문에서도 대부분 나왔다. 총 11명이 마이크를 잡고 질문했다. 신도들은 대략 △원감의 ‘도덕적 문제’가 나오는데 진실은 무엇인가 △말씀과 상관없이 살아도 표적 보여주는 게 가능한가 △김 현감은 정말 프리메이슨인가 △현감이 법적 대응을 시사했는데 그래도 ‘개혁은’ 끝까지 할 건가 △우리가 들었던 원감의 ‘하나님의 의도’까지 부인해야 하는 상황인가 △원감·현감이 재산을 공개한 적이 없는데 이걸 밝히고 교회를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등 세간에 떠도는 의혹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신도 1은 다음과 같이 물었다.
“OO문제, OOO, OOO 이런 단어를 써가면서 그런 표현을 하고 있는데 그 진위들, 저는 신앙생활하면서 하나님 뜻대로 불순종하고 말씀과 상관없이 사는데 능력과 표적은 안 따른다는 게 신앙생활의 기준입니다. 원감이 만일 그런 문제가 있었다면 어떻게 끝까지 나이 들어서도 안수해서 병을 고치며 본을 보일 수 있는 건가요? 매치가 안 됩니다. 꼭 알고 싶습니다.”

신도들은 중복되는 질문임에도 반복해서 물었다. 그만큼 도덕적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였다. 신도 2는 "도덕적 문제를 지적했을 때 원감이 인정했다는 말도 있지만 목회서신에선 공식적으로는 부인했다, 도대체 사실이 뭔가", 심지어 신도 3은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인데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부흥사 사모·전도사·직원들·애들까지 OO의 도구로 사용했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질문이 나왔을 때 A목사가 즉각 나섰다. 그는 “과한 표현이니 여러분들이 한단계 낮춰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면서도 모종의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원감의 도덕성 문제제기가 핵심 사안임에도 은근히 현감의 문제로만 몰고 가는 신도도 있었다. 신도 4는 “도덕적 문제가 있어도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을 하고는 “현감이 프리메이슨이라는 주장은 꼭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도들은 “한달 사례가 원감이 6천이요, 현감이 5천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진실은 뭔가?”, “한번도 원감·현감이 재산 공개를 한 적이 없는데 이거 당연히 공개하고 성도들이 확인할 사항 아닌가?”, “원감 통해 진리의 말씀을 들었는데 엄청난 죄악을 범했음에도 저 분을 사용했다는 말인가, 내가 들은 진리의 말씀을 부인해야 하는 상황인건가”라고 반문했다.

▲ 기도회에 모인 신도들

A 목사 “성락교회 좋아질 수 있다면 X파일 묻고 어르신 지키겠다”
30여분간 이어진 신도들의 질문에 A 목사는 2시간 이상, 오후 2시 40분부터 오후 4시 50분 경까지 답변을 했다. 의미있는 발언 몇 가지가 나오긴 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구체성도 떨어졌다. 성락교회의 책임자인 김원감·현감에 대한 팩트에 기초한 비판보다는 특정 여성을 거론하며 ‘이세벨’(아합의 아내로서 성경 인물 중 악인으로 꼽힘)이라고 하는 등 한 여성에 대한 분노를 가장 강력하게 내비쳤다. A목사가 서울 성락교회를 바로 세우고 개혁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본질을 짚고 있는 것인지 의아하기까지 했다. 여러모로 A목사의 답변은 아쉬웠다.

그가 이날 기도회에서 말한 요점은 “솔직히 여러분 X파일 보는 게 목적이에요, 교회가 좋아지자는 게 목적이에요?”라는 말에서 잘 드러났다. X파일 터뜨리지도 않고 교회가 좋아질 수 있다면 그는 모든 걸 감수하고 갈 마음이 있다고 발언했다.

“협박죄, 모욕죄로 감옥가도 입 뻥긋하지 않을 거예요. 그게 시무언에게 배운 거예요. 국외로 도피하라면 도피할 겁니다.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이건 목적이 성락교회되기 위한 것이고 가슴앓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하겠다는 거예요.···(X파일)입에 쳐 넣고라도 할 수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X파일의 진위 여부가 궁금한 신도들에게 그는, X파일은 존재하지만, 성락인들이 존경하는 스승 김기동 원감과 관련한 문제를 터트리지 않고도 성락교회가 건강하게 바뀔 수만 있다면 자신이 묻고 가고 어르신은 지키겠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 말에 신도들은 박수로 지지를 나타냈다.

그는 김기동 목사를 향해 이런 마음까지 내비쳤다. “목사님, 이런 소문이 도는데 모든 걸 덮고, 감출 테니까, 문제는 성도들이 예배 때 말씀을 못 들어 굶주려 간다고 합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저 사람(김 현감) 내려 주세요.”

A목사가 서울로 가야 한다며 자리를 떠나자 B장로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오히려 B장로를 통해 X파일에 담긴 내용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잘 설명됐다. 그리고 B장로는 오히려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과거에 이OO 장로, 김OO 장로가 똑같은 문제를 알고 부딪치다가 나갔어요. 그 당시에 김 장로님이 전화해서 ‘B집사(B장로가 당시는 집사였다), 김기동 목사가 OO문제가 어떻고···’ 마구 비난을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들어줬죠. 그 양반은 장로고 저는 집사니까. ‘알았어요.’하고 말았는데 일주일 뒤에 또 전화가 와서 똑같은 얘기를 해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냐 하면, 돈 문제는 제가 잘 모르겠는데 OO 문제는 장로님이 거짓말하는 거 같습니다.

아니, 목사님이 3시간 반 주무시고, 책 쓰고, 설교 준비하고, 그러면 무슨 정신에 OO를 합니까? 여러분 그렇게 생각 안합니까? 그랬는데 그게 정상적인 생각인데, 원감이 지금까지 행한 짓은 그런 게 아니예요. 내가 A목사님 글을 보고, 이거, 글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해서 만나자고 해서 제가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듣다가(한숨을 깊게 내쉬며) 이게 너무 기가 막힌 얘기를 들어서 밥이 넘어가질 않는 거예요. 속에서 울분이 치솟는 거예요. 왜 그랬느냐 하면 내가 그렇게 믿고, 김OO 장로에게 내가 그렇게 얘기했던, 그 신뢰가 한꺼번에 확 쏟아져 없어지는 거예요.”

B장로는 “우리가 존경하는 김기동 목사님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며 “그걸 또 어떡하든지, 명예롭게 퇴진시키려고 여러분에게 호소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제 마음으로는 용서가 되지 않아요.··· 김기동 목사님의 영혼이 구원 받기를 정말 기도 많이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날 3시간에 걸쳐 진행된 성락교회 일부 교인들의 번개 기도회를 주도한 A목사에게서 보인 건 그거였다. 개혁을 위한 거세고 굳은 의지도 있지만 그의 가슴에 더 크게 자리한 건 김기동 원감에게서 받은 한량없는 은혜(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다), 그것을 끊어내기 어려운 인간적 교감과 정(情)이었다. 그 마음,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A목사는 개혁의 가장 적임자인 동시에 한계점 또한 명백한 인물이었다. 과연 A목사는 그 한계점을 넘어설 것인가, 아니면 과거, 김기동 원감으로부터 받고 누렸던 인정에 매어 있을 것인가. 서울 성락교회의 향방이 여기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지금 베뢰아, 상당수 교인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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