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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퀴어 축제 반대를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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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퀴어 축제 반대를 넘어서
  • 정윤석
  • 승인 2015.06.0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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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큰 죄라면 목회자의 성윤리는?
▲ 퀴어 축제 반대 1인 시위를 하는 양병희 대표회장(한교연)

동성애자들의 시청 앞에서의 축제(퀴어 축제)를 앞두고 한국교회가 연합된 힘을 보여줬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미래목회포럼(이윤재 대표),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 등 5개 단체는 2015년 6월 1일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종교는 한국 사회의 ‘공기 청정기’가 돼야 한다. 부도덕한 문화에 대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것은 종교인으로서 가져야 할 본질적인 자세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회가 퀴어 축제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매우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여기서 그쳐서는 안된다. 한국교회는 도덕적 집단 행동과 관련, 진일보한 모습을 시민사회에 보여줘야 한다.

성경에서는 동성애만 천하의 죽을 죄처럼 지목하지 않는다. 성경을 통해 우리는 작은 죄나 큰 죄나 – 예를 들어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것이나, 실제로 간음한 것이나 동일한 죄라고 배워왔다. 하나님 앞에서는 작은 죄조차도 하찮게 여겨지는 게 아니라는 것도 배웠다. 동성애라고 하나님께서 특별히 분노하시는 게 아니다. 목회자의 성추행 문제라고 ‘주의 종’의 문제니 작게 여기시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처럼 목회자의 성추행 문제 등 한국교회 내부적 범죄 행위와 부도덕함에 대해 동성애 문제만큼의 적극성을 보이길 기대한다. 하나님께서 동성애만 죄라고 하셨는가? 동성애만이 민족과 국가를 멸망시키는 죄인가?

소돔과 고모로가 멸망한 이유는 동성애나 성적 문제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유독 소돔·고모라의 멸망 이유를 거기에서만 찾는 모습을 보여왔다. 소돔 고모라 문제에 고아와 과부의 문제를 빼놓으면 안된다. 동부침례교신학교(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의 기독교윤리학자였던 로날드 사이더는 늘 이 문제를 상기시키곤 했다. 소돔과 고모라의 문제는 구약 성경 에스겔서에서 보면 가난하고 궁핍한 자, 고아와 과부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고(에스겔 19:49-50절) 말이다. 한국교회가 퀴어 축제에 연합된 힘을 보여준 것처럼 탈북자/ 외국인 노동자/ 강제 철거민 등 고아와 과부를 위해 하나된 힘을 보여 줄 의지가 있느냐는 점은 또다른 관심사안이다. 한국교회가 퀴어 축제에 대해서만 연합된 힘을 보이고 일부 목회자의 성적 타락의 문제와 교회와 목회자의 부도덕성, 소외된 자들에 대한 구조적 핍박에 대해 침묵한다면 이번, 한국교회의 하나됨은 패거리 문화로 비쳐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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