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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 사생활 공개도 사실상 ‘종교적 비판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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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 사생활 공개도 사실상 ‘종교적 비판행위’
  • 정윤석
  • 승인 2012.10.08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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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이단 비판의 특수성 외면하면 안되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이단단체의 소송에 휘말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강단에서 이단 교주의 문제점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이단단체가 고소·고발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교회에서 이단을 비판하는 설교나 강의 내용이 어떤 경로로 이단자들 손에 넘어갔는지 그 내막이 궁금하긴 하다. 그러나 일단 소송이 벌어진 이상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다. 이단 교주의 문제점을, 다른 장소도 아닌 교회에서, 그것도 성도들을 신앙적으로 보호할 목적으로 언급했다면 사법부는 이단비판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판결해야 한다.

먼저 사법부는 교회 강단에서 진행하는 목회자의 이단단체에 대한 비판 설교나 특강이 최대한 보장받아야 할 종교의 자유의 영역에 속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한다. 신앙의 자유에는 자신의 종교를 홍보하는 자유도 있지만 타종교를 비판하는 자유도 있다. 이를 인정해온 사법부는 그동안 목회자들의 표현에 다소 과장되고 부적절한 표현이 사용된다 해도 이단단체에 대한 비판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해왔다(대법원 사건 2008다84236).

언론은 물론 목회자가 설교하는 중에 특정 단체의 교리와 주장을 비판하고 그 명예를 침해하는 내용을 포함시킨다 해도 이는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최대한 보장 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표현 행위 내지 학문연구, 신학연구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판단이다(서울고법 선고2007나 27979판결).

다음으로 사법부는 목회자가 특정 이단단체를 비판하다가 설령 교주의 개인 전력이나 도덕적 문제를 언급한다 하더라도 이를 단순하게 비방, 비난으로 판단해선 안된다. 교주의 개인 전력, 도덕적 문제에 대한 언급조차 그 단체의 실체를 판단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서 제시되지는 않았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교주가 누구의 첩이었다든가, 몇 번째 부인이었다든가, 누가 냉면(라면?)을 먹다가 죽었다든가 하는 언급들을 비방의도를 지닌 것으로 단순하게 판단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냉면인지, 라면인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첩이 있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위의 발언들을 하게 된 배경은 하나님, 또는 예수격 목자 등으로 신격화된 교주가 사실상 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단 교주들이 신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예로 제시되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그런 이유에서 신격화되고 있는 특정 이단 교주의 개인전력, 도덕적 문제에 대한 언급은 고도로 보장받아야 할 종교적 비판의 권리에 해당한다. 교주의 사적인 전력을 언급했다고 ‘명예훼손’이나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할 행위로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가 해당 사안이 갖고 있는 종교적 특수성을 외면하고 기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마지막으로 이단단체 비판행위가 다른 장소가 아닌 대부분 ‘교회’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기독교인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특정 단체가 이단이냐, 아니냐, 이단 교주가 도덕적 문제가 있으냐 없느냐다. 그런 점에서 이단 비판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의 공적 관심 사안이다. 이에 부응하여 교회 강단에서 목회자들이 특정 단체를 비판하는 것은 공공성과 사회성을 갖춘 공익적 행위로서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6다19246, 19253 판결). 사법부가 이마저도 불법한 행위로 몰아가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된다.

이단단체 교주에 대해 교회 강단에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몇 몇 목회자들이 경찰조사를 받고 법원을 다니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때 사법부는 이단 비판의 특수성을 충분히 숙지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교회라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종교적 비판 행위조차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종교의 자유를 논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법부가 이단에 대해 종교적 비판행위를 하는 목회자를 대상으로 어떤 판결을 내릴지 860만 기독교인들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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