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아이들 교회가 맡았으면
11월 6일 저녁 7시, 부산 수정동에 때 아닌 ‘번개’가 쳤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입양부모들의 정기모임 갖고는 성이 안 찼는지 이 날은 황수섭 목사(47, 호산나교회) 집에서 부대찌게를 한번 푸지게 먹어보자는 이종해 집사(43, 호산나교회)의 제안으로 입양 부모들이 갑작스런 모임을 가졌다.
일란성 쌍둥이 대한이와 민국이를 입양해 8년째 키우는 황 목사의 빌라가 순식간에 6, 7가정의 입양 부모들과 아이들로 왁자지껄한 잔치 한마당이 됐다. ‘입양부모들의 저녁식사’가 시작된 것이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이를 갖는 방법에는 낳는 것만이 아니라 또 다른 방법이 있다고.
김진중 집사(40, 부곡중앙교회)와 이윤희 집사(40) 부부는 초등학교 4학년인 근환이를 키우면서 규리를 입양해 14개월째 키우고 있다.
“처음 입양을 제안 받았을 때 무척 기분이 나빴어요. 멀쩡한 내 아이를 놔두고 왜 입양까지 하느냐는 거였죠.” 이러던 두 부부가 입양부모들의 모임에 갔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를 갖는 또 다른 방법에 눈을 뜬 것이다.
물론 입양 전에는 많이 망설였다. 혹시라도 ‘입양했다가 아이 인생 망치는 거 아닌갗, ‘배 아파 낳은 근환이를 사랑하는 것만큼 규리를 품어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 그러나 그야말로 기우였다. 두 부부는 “못난 부모이지만 부모가 없는 것보다 낫고 지금은 내 아이 하나 더 낳았다는 생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특별하게 보는 시선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말한다.
첫날 밤의 정
입양 부모들에게 입양 전과 후는 B.C.와 A.D.처럼 큰 차이가 있다. 주향이 엄마로도 불리는 박상선 집사(39, 호산나교회)는 입양한 아이가 내 아이가 되는 시점을 ‘첫날밤’으로 꼽는다.
부부가 첫날밤을 함께 보내야 진짜 부부가 되듯 아이와 첫날밤을 지내고 나면 입양부모와 입양아의 관계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급진전한다는 설명이다. 박 집사가 주향이를 품에 안고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주향이는 남의 아이가 아니었다. ‘아이가 나를 보고 있으니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열심히 살아서 잘 키워야지’라는 인생에 대한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된것이다. 박 집사는 “주향이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말한다.
하미란 집사는 입양을 통해 16년만에 은진이와 은총이의 엄마가 됐다. 아이를 갖기 위해 100일기도, 철야기도, 그야말로 한나의 기도를 한 그녀에게 하나님은 다른 방법으로 응답해 주셨다. 요즘 양육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는 하 집사는 “어른들이 불이익을 당하면 바로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것처럼 아기들이 자신들의 불이익을 하소연하고 나선다면 이 땅에는 매일 ‘왜 날 버리냐’는 아기들의 데모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버려지는 아이들을 한국의 5만여 교회가 한 명씩만이라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황수섭 목사는 부산에만 입양을 한 가족들은 100가정이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기 모임에서는 20여 가정이 모이고 웹 사이트(http://ad.logos. co.kr)도 운영한다.
김인혜 사모는 현재 황 목사와 ‘아름다운 대한민국 만세’를 이룰 생각이라고 귀띔한다. 두 딸인 아름이와 다운이, 두 아들인 대한이와 민국이 외에 아이를 한 명 더 입양해 ‘만세’라는 이름을 주어서 ‘아름다운 대한민국 만세’를 부르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