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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테러를 이해하기 위한 세권의 도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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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과 테러를 이해하기 위한 세권의 도서[2]
  • Narroway
  • 승인 2016.01.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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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책 - <이슬람 전사의 탄생>

필자 Narroway는 이슬람 연구와 아랍어 공부를 목적으로 중동의 한 국가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서 전도사로 사역하던 그에게 담임인 A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네가 목회할 때는 이슬람 모르고서는 힘들 거다. 그 중요성에 비해 한국교계에 이슬람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 주어진 기간 열심히 공부하고 무슬림들도 많이 만나 보거라.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글로컬한 리더가 되어야 한다.” 담임 목사의 이런 염원을 따라 그는 중동의 한 국가에 거주하며 시리아 난민으로부터 아랍어를 배우고 있다. 필자는 “이슬람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며 “세 권의 책을 읽고 나면 국제 분야의 뉴스들이 이제 기도제목이 될 것이다. 수염을 기르고 히잡을 쓰고 우리 곁을 지나가는 무슬림들이 다르게 보일 것이다”고 제안한다. 3회에 걸쳐 ‘이슬람 이해’에 도움을 주는 필자의 추천 도서를 연재한다.[편집자주]

▲ 이 책은 기자가 썼지만 007영화만큼이나 재미있다.

두 번째 소개할 책은 [이슬람 전사의 탄생]이다. 이 책의 부제는 ‘분쟁으로 보는 중동현대사’이다. 저자는 한국사람이고 무슬림도 아니지만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의 뒷부분을 그대로 잇고 있어 함께 보면 좋을 책이다. 저자 정의길 씨는 한겨레신문사의 국제분야 기자로 평소 독자들로부터 맥락 없이 보도되는 중동 등 이슬람권 분쟁을 체계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부탁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특히 9.11 전후로 이슬람 무장세력의 활동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소개된 책이 국내에 전무하다는 현실에 놀라, 그간 연재하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충격적인 말을 써내려 간다. “이슬람 세계는 지금도 전쟁 중이다. 화해할 수 없는 세계관의 차이가 오늘날 이슬람권 분쟁의 배경이다. 이슬람권 분쟁으로 세계는 지금 3차 대전을 치르고 있다는 말까지 하고 싶다.’ 그러면서 예를 드는 것이 1975년부터 이어진 레바논 내전이다. ‘레바논 내전에서는 기독교 대 이슬람 종교 분쟁, 수니파 대 시아파 종파 분쟁, 아랍 대 서방 및 이스라엘의 반외세 분쟁, 세속주의 대 이슬람주의 분쟁, 독재정권 등 권위주의 세력 대 민중들의 민주화 분쟁, 다수민족 대 소수민족의 민족분쟁, 중동 역내 국가 사이의 국가 분쟁이라는 7대 분쟁이 모두 벌어진다.” 이 모든 분쟁의 역학을 이해하시려면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먼저 탐독하시길 추천드린다.

이 책은 기자가 썼지만 007영화만큼이나 재미있다. 현재 중동의 지형이 결정된 2차 세계대전이후부터 최근 IS까지의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이 책은 국제테러리즘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꼽는다. 저자는 이 전쟁이 마호메트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근거지를 옮겨 이슬람을 창시한 ‘헤지라’에 비견할 만하다고 제목을 붙였다. 이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과연 미국이 테러의 피해자이기만 한 걸까 의문이 든다. 6.25전쟁이 초강대국의 전쟁무대가 되었던 것처럼, 아프가니스탄도 동일한 처지에 놓여있었다. 미국은 소련이 아프간을 점령하고, 석유가 묻힌 최고 전략 자원인 걸프지역까지 영향력을 확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련은 미국이 아프간을 넘어서 중앙아시아로 진출할 것을 우려했다. 결국 소련은 공산당 정부를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아프간을 침공했고, 미국은 소련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반군으로 활동하던 무자헤딘(아프가니스탄의 무장 게릴라 조직. 아랍어로 '성스러운 이슬람 전사'를 뜻하며, 모자헤딘(Mojahedin)·무자히딘이라고도 한다)을 비밀리에 돕기 시작한다.

이미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통해 세력화된 이슬람주의자들이 아프간을 팔레스타인에 이은 제2의 성전(지하드)이 벌어지는 전장으로 여기고,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집트를 기반으로 한 무슬림형제단과 사우디의 오일머니와 와하비야 운동,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겹쳐지면서 아프간자체의 민족적 반외세 투쟁이 점차 극단적 이슬람주의로 변화한다. 10여년의 지속적인 공방 끝에 소련군이 물러나게 되고, 이어진 내전에서 결국 이슬람 과격파 탈레반이 정권을 잡고, 오사마 빈 라덴은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를 조직하기에 이른다.

CIA에게 폭탄제조와 암살, 테러훈련을 받은 수많은 무슬림들이 그들의 무기를 가진 채로 전 세계로 흩어졌다. 이런 반동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탈레반이 자신들의 종교경찰 청사 앞에 붙인 ‘이성은 개에게나 던져줘라’라는 구호는 참극을 빚어낸 인간의 이성을 조롱하는 대표적인 어구이다. 이슬람주의는 17세기 이후 유럽에서 발원해 인류의 절대적 가치가 된 인간 이성과 그 힘에 대한 반동일지도 모른다. 인간이 신봉하는 이성이 빚어낸 사회와 그 현실은 결코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았다. 이슬람권의 현실은 더욱 그랬다. 그 속에서 절망한 대중이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신의 섭리와 의지로 회귀하려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한때 동지였던 미국과 오사마 빈 라덴은 걸프전을 거치면서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되고, 서방세계 전체를 성전의 대상으로 규정한 알 카에다는 드디어 2001년 9월 11일 서구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상징하는 쌍둥이 빌딩과 펜타콘에 사상 유례 없는 테러를 감행한다. 이후 이어진 아프간 공습과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승리를 거두지만, 게릴라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전후 복구나 치안유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채 황급히 빠져나온다. 그렇게 생긴 권력의 공백을 차지한 것은 이슬람주의였고, 그 열매 중 하나가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IS이다.

아랍의 봄이라 불린 자스민혁명이 북아프리카와 중동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혼란을 거치면서 이슬람주의가 과격화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현재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 역시 이런 흐름의 반복이다. “시리아 내전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어 지하디스트 세력에 또 하나의 성전 무대가 됐다.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세력뿐만 아니라 이슬람권, 더 나아가 전 세계 지하디스트 세력이 이곳으로 다시 몰려들었다. 무장 투쟁 공간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자금과 무기가 그들에게 제공됐다. 시리아 내전이 강대국과 중동 지역 국가 및 세력의 대리전쟁으로 격화됐기 때문이다.” 시리아 내전이 좀처럼 종지부를 찍지 못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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