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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불 받은 사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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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불 받은 사모 이야기
  • 정윤석
  • 승인 2009.11.09 0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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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는 한 대형교회의 부목사 부인이 있었다. 대교회 특성상 부목사 부인이 나서서 봉사를 하거나 교육을 하거나 헌신을 하기가 어려운 구조였다. 그녀는 마치 관상목 같았다. 그저 교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면 됐다. 조용히 예배에 참석해서 조용히 사라지기만 해도 됐다. 그래도 문제는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그녀가 그렇게 조용히 살아주기를 바랐다. ‘여자는’이 아니라 ‘부목사 사모는 교회에서 잠잠하라’였다.

그런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몇 가지 사정으로 부목사가 그 대형교회를 사임하게 됐다. 수원에 있는 한 건물의 지하공간을 빌려 개척목회를 시작했다. 10여 명의 신도들이 개척한 지 석 달만에 교회를 찾아왔다. 맨 땅에 헤딩하기로 세운 교회, 목사의 부인은 부흥·성장을 위해서 몸을 사려서는 안됐다.

그녀는 그제야 위기감을 느꼈다. 부목사 사모로서 이전 교회에서 배운 게 별로 없었다. 훈련의 기회도 없었다. 실력을 쌓을 여건도 되지 않았다. 그녀에겐 신앙적으로 신도들을 리드할 만한 아무것도 없었다. 걱정이 됐다. 신도들은 오는데 그들을 훈련할 인력은 부족한데 목사 부인이 가진게 없다니···. 무척이나 두려워졌다. 그런 그녀에게 희소식이 전해졌다. 인천에 있는 모 집회 장소에 가면 ‘불의 능력을 전달해 준다’는 소식이었다.

발 벗고 뛰어갔다. 매일 철야에 참석했다. 손을 내밀어서 불을 전이시켜 준다는 의식에 참석도 해봤다. 손이 뜨끈뜨끈해지는 것 같았다. 시간이 갈수록 손에는 성령의 능력이 임한 것 같았고 그 불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 주지 않으면 손이 뜨거워 미칠 거 같은 체험을 했다. 그리고 때로 손이 마음대로 올라가고 내려가고 몸이 주체를 못하도록 움직였다. 이런 체험을 인천의 그곳에서는 성령불 체험, 성령춤 체험이라고 했다.

교회에 돌아와 신도들을 심방하면서 남편 몰래 불을 넣어줘 봤다. 신도들도 손이 뜨거워지고 찌릿찌릿하다는 반응이다. 이 목사의 부인은 남몰래 기뻤다. 성도들을 리드할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집회 참석 한달만에 성도들에게 나눠줄 확실한 뭔가를 소유하게 된 거 같았다. 계속 성도들을 상대로 이 행위를 하던 차에 결국 이 얘기가 남편 귀에 들어갔다.

예전같지 않은 부인의 행위를 수상하게 여긴 남편이 호통을 쳤다. “당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거야? 교인들이 당신 이상하대!” “뭐가 이상하대요? 내가 체험한 성령 불을 나눠주는데 뭐가 문제예요!” “성령 불이 그런거야?” “성령의 역사를 막으면 성령훼방하는 거예욧!”

나름대로 목회자 부부로서 좋은 금슬의 그 집안. 성령 불 때문에 성령훼방이다, 아니다 논쟁이 한창이다. 그 사모가 이렇게 된 데는 과연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큰 걸까? 사모를 관상수처럼 있게 한 그 대형교회인가, 성도들의 신앙에는 신경쓰면서 사모는 방치한 남편인가, 아니면 짧은 시간에 자신의 영적 무기력을 해결하려 했던 사모의 잘못인가? 한국교회의 한 단면을 보는 거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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