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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직분 사모, 차라리 폐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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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한 직분 사모, 차라리 폐지할까?
  • 정윤석
  • 승인 2006.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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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기획②

A교회의 B사모가 외국인 근로자 선교행사에 참석하고자 어떤 공단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공단 문 앞의 경비가 B사모를 불러 세웠다. “어느 교회에서 오셨나요? 성함은 뭐고, 직분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A교회에서 왔고 사모입니다.” 순간 경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모가 직분인가요? 뭐하는 사람이죠?” 경비가 재차 묻자 B사모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 안에서는 설명이 불필요한 ‘직분’이지만 사회로 나오자마자 그 직분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았다.

‘사모’는 일반인들에게 MBC의 개그夜에서 보는 것과 같은 이미지다. VIP석에 앉아 “운전해~”라고 말하는, 회사 CEO의 아내로서 모피를 입고 큰 차를 타고 기사의 시중을 받는 존재처럼 묘사되기 십상이다. 국어사전에서 정의하는 사모(師母)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이다. 사전에서는 사모를 스승의 부인, 또는 <기독교>목사의 부인을 의미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스승의 부인들과 목사의 부인은 많은 차이가 있다. 스승의 부인들은 자신을 소개할 때 ‘사모’라고 하지 않는다. 남편과 독립된 자신의 존재성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목회자의 부인은 이런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외부모임에서도 자신을 ‘사모’라고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교회에서는 신학을 했든, 안했든 목사와 결혼한 부인은 자동으로 사모가 된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사모로 호칭한다. 하나의 직분으로 교회에 정착한 것이다.

사모라는 호칭은 감독, 목사, 장로, 집사처럼 성경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독교를 받아들인 세계 각국에서 목사 부인을 ‘사모’라고 호칭하는 곳도 대한민국이 유일하다시피하다. 미국에서는 목사는 물론 그 부인에게 사모의 이름을 부른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한 목사는 “그런 점에서 미국 교회의 목사와 사모는 성도들과 아무런 허물없이 친구처럼 친하게 지낸다”며 “사모로서 교회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제약이나 눈치 봐야 할 일이 없다”고 말한다. 사모도 일반 성도와 하등 다를 게 없는 한 성도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남자가 목사면 여성은 자동으로 교회에서 ‘사모’라는 직분 아닌 직분을 갖게 된다. 이것은 여자가 목사가 됐을 때로 바꿔 생각하면 다소 불평등(?)한 면모가 있다. 여자가 목사인 경우 남편에 대한 호칭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남자들은 아내가 목사가 돼도 교회에서 받은 ‘집사’, ‘장로’라는 직분을 그대로 사용하고 교회에서도 그렇게 부른다. 목회자가 교회의 지도자로서 존경을 받아야 하고 그 반려자 또한 그런 의미에서 ‘사모’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라면 여자 목회자의 남편들에게도 교회 직제를 줄 것이 아니라 ‘사부’(師夫)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논리상 맞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결국 ‘사모’라는 호칭이 가부장적 유교 문화와 남성중심주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주어진 직분이 전적으로 남자의 직분에 의한 것이고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다보니 사모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국민일보사가 한국가정상담연구소와 두란노바이블칼리지 사모대학 등에 있는 사모 90명에게 물은 결과 54명(60%)의 사모들이 ‘사모라는 책임과 위치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책임은 큰데 목회자 중심의 한국 교회에서 사모들은 자기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나서서 무슨 일이라도 할라치면 성도들의 반감도 만만치가 않다. 보수적인 성도들이 많은 교회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십’ 때문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옷을 잘 입고 교회에 가면 ‘사치스럽다’고 수군대고, 옷을 못 입으면 ‘감각이 없다’고 쑥덕댄다. 남편을 도와 열심히 사역하면 ‘목사보다 더 설친다’는 말이 나오고, 가만히 있으면 ‘사모가 뭐하고 있냐’고 비난한다. 예배당 앞에 앉으면 너무 나선다고 빈정대고, 뒤에 앉으면 성도들을 감시한다고 투덜댄다. 오죽했으면 이런 말이 나왔을까.

성도들뿐만 아니라 사모의 가장 큰 지지자이자 응원자가 돼야 할 목회자 남편이 이를 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송길원 목사가 쓴 <사모의 심장>에 등장하는 한 목회자의 예다. 그는 사모에게 “당신이 ‘죄송합니다’, ‘전 잘 모르겠습니다’, ‘목사님께 물어보세요’라고 세 마디만 하면 교회가 평안하다”고 가르쳤다고 한다. 일부 목회자 중에는 사모를 목회자의 부속물로 보는 사람도 없지 않다.

이러한 모호한 직분에서 비롯되는 정체성의 문제, 사역에 있어서 사모를 백안시하는 성도들, 사모를 목회의 부속물로 생각하는 목회자의 의식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이 사모를 이해하고 사역을 위해 설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목사 자신부터 사모의 사역에 대해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모로서의 독특한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를 교회안에서의 한 동역자요, 사역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미영 사모는 “사모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어떤 일에 도전함으로 자신을 찾는다면 자기 상실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삶이 보다 능동적이 될 수 있다”며 “자신의 일을 찾아 도전함으로 자기 상실의 늪에서 벗어나 자기 만족감, 자기 성취감을 얻어 적극적인 삶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맹 사모는 남편 목회자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교회 교육관을 이용해서 유치원을 운영했다.

남편은 교인들을 이해시키고 배려를 해서 새벽기도나 교인 심방은 안 해도 괜찮다고 배려까지 해줬다. 이런 일을 갖자 맹 사모는 유치원을 10년 동안 운영하며 많은 성취감도 얻었고 남편도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해 나가는 사모를 보면서 늘 감사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제 1의 종교개혁은 평신도들에게 성경을 돌려 준 것이고, 제 2의 종교개혁은 평신도들에게 사역을 들려 준 것이란 말이 있다. 그러나 평신도들에게조차 돌아가는 사역이 일부 사모들에선 먼 나라 얘기가 되고 있다.

사모들은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0%(63명)가 ‘사모가 교회에서 일정한 사역을 담당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사모들은 상담(52.2%) 성경공부(31.1%) 찬양대 및 교사(27.8%) 심방(20%) 등의 사역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교회안에서 사모들이 주일학교 교사를 한다든가, 성가대로 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성도들도 그것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책임과 부담은 크고 자신의 능력을 펼칠 자리나 길이 없으니 힘들어지는 것이다.

목회자의 부속물처럼 여겨지고 교회에서의 사역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사모들을 생각하면 아예 사모라는 직제를 폐지하고 그에게 성경에서 말씀하는 항존직을 부여하고 교회에서 맘껏 봉사하게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라는 견해가 나올만도 하다. 여자 목회자들의 남편들이 ‘집사, 장로’ 직분을 받아 교회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사역하는 것처럼 말이다.

성결대 전요섭 교수는 “사모가 하나님께서 자신을 목회자의 아내로 부르셨다는 확고한 사명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사모다워진다”며 “사모는 교회에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거나 가만히 있어야 하는 사람, 혹은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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