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공격 목적 사용은 문제
‘∼스럽다’ 시리즈가 네티즌들 사이에 널리 통용되며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직후에 네티즌들이 그 사건의 핵심 인물이나 직업군의 이름 뒤에 ‘스럽다’라는 접미사를 붙여 사용하고 있는 어법인데 일종의 ‘풍자’이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것은 ‘패널스럽다’ ‘부시스럽다’, ‘놈현스럽다’, ‘검사스럽다’ 등이다.
가장 최근에 나온 ‘패널스럽다’는 5월 1일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출연한 MBC-TV ‘100분 토론’에서 보인 일부 패널들의 태도를 문제삼아 네티즌들이 만든 것이다. 노 대통령의 말을 중간에 끊는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못한 패널들을 빗대 “질문 하나 하는 데도 잘난 척하려고 장황한 사족을 붙이는 사람”, “윗사람을 말이 많다고 갈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적 반전여론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라크를 침공했던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비꼬아서 만든 ‘부시스럽다’도 네티즌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자기 맘대로 악을 선이라 우기고 선을 악으로 몰아세움”, “말이 안 되는 논리를 말이 되는 논리인 양 따름”, “남의 바른 소리는 듣지 않고 자기 고집대로 함”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스럽다’의 풍자 대상은 제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풍자 대상의 언행의 변화에 따라 뜻도 같이 변하는 특성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당시 네티즌들은 ‘노무현스럽다’를 “항상 가시밭길로 가서 안타깝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부터는 “무슨 말을 해도 ‘맞습니다, 맞고요’를 외치다가 다른 행동을 하는 사오정같은 행동을 일컫는 말”, “가끔 눈물로 땜질하면서 상대를 현혹시킨다”는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외에 ‘검사스럽다’(아버지에게 대드는 버릇없는 자식), ‘몽준스럽다’(자기 밥그릇도 못 챙기는 사람) 등도 네티즌들의 화법에 주요 단어로 꾸준히 쓰이고 있다. 예를 들면, ‘검사스럽다’의 경우 “아버지에게 검사스럽게 대들다가 매를 벌었다”는 등으로 쓰이는 것이다.
‘스럽다’ 어법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세대적·정치적 편향성이 지적되기도 하지만, 네티즌들은 ‘스럽다’가 현 세태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풍자 미학이 가미된 것이라고 좋게 평가하는 편이다.
박영근 아담재 대표(전 한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스럽다’ 현상에 대해 “처음에는 노무현 대통령측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비꼬는 것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노무현 현직 대통령까지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풍자 대상에 위·아래가 없어졌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정신에 입각해서 보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런 어록들을 종합하면 시대상과 사회상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반짝하며 인신공격적인 용도로 쓰이고 쉽게 용도 폐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