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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노인 수발 7년째. 비헤른 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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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탁 노인 수발 7년째. 비헤른 상 수상
  • 정윤석
  • 승인 2002.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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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루터교회 문경원 권사

 

문경원 권사(71, 옥수동루터교회)는 요즘 가슴이 떨리고 두근거려 잠을 못 이룰 때가 많다. 며칠 전 친구가 전화를 했다.

“축하해!”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문 권사가 22회 비헤른봉사상(독일의 요한 비헤른 목사의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식이 기독교 방송에 나왔다고 말했다.

문 권사는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 봉사를 하는데 내가 수상자가 되어 부끄럽고도 죄송스럽다”며 수줍어 했다.
문 권사가 봉사를 시작한 것은 1996년 초다. 교회에서 무의탁노인을 위해 봉사할 사람을 모집했다.

문 권사는 주저없이 봉사를 하겠다고 신청했고 이 때부터 성도 10여 명이 경기도 벽제 인근에 있는 정원양로원에서 노인들을 돕기 시작했다.
무의탁 노인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온 첫날도 문 권사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대·소변 받아내다보면 역겹기도 했다. 목욕 시키는 일도 쉽지 않았다. 노인들의 옷을 벗기면 비듬같은 흰 가루가 몸에서 떨어져 나와 지저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치매 노인을 목욕시키고 나서 “내 반지가 없어졌다”며 “당장 내놓으라”는 호통을 듣기도 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고 고민하다가 문 권사는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제가 다른 것은 몰라도 냄새가 나는 것은 잘 못 견뎌요. 계속 봉사하기를 원하시면 냄새를 참을 수 있게 해 주세요.”
기도를 하고 두번째 갈 때부터는 냄새가 견딜 만했다.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오히려 또래의 노인들이 불쌍했다.

7년여 봉사를 하며 보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목욕을 시켜 줄 때 은근히 내 손을 잡고 가슴에 갖다 대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어요. 몰래 음식을 감춰뒀다가 건네 주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분들도 있고요.”
문 권사는 이 때가 가장 뿌듯하다.

하나님이 건강을 주시는 날까지 봉사를 끊임없이 하겠다는 문 권사지만 며느리인 조선호 집사(45)는 “사실 어머니가 봉사를 다녀오신 다음 날은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하세요”라며 걱정을 한다. 그래도 문 권사는 “마음은 아직 ‘낭랑 18’세”라며 “남은 생애를 하나님의 사랑의 전달자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문 권사의 비헤른 봉사상 시상식은 오는 12월 2일 6시30분 중앙루터교회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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