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개 시온주의를 성지 귀환을 위한 민족주의운동으로 보고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독교인들이 시온주의 운동 90%를 주도했습니다. 운동 자금도 유대인이 1을 담당했다면 기독교인들이 10을 조달했습니다. 지지자도 유대인이 600만명이라면 기독교인이 5000만∼6000만명이었습니다”
시온주의는 19세기 무렵 전 세계에 흩어진 유대인들이 ‘약속의 땅’으로 돌아오기 위한 염원을 담은 정치적 운동이다. 이 시온주의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유대인 귀환운동을 비롯해 성전 건설 등의 움직임이다. 기독교 안에도 시온주의를 지지하는 분파가 있는데 바로 기독교 시온주의다.
영국 성공회 목회자인 ‘기독교 시온주의(Christian zionism)’, ‘시온의 크리스천 군사들?’의 저자 스테판 사이저(60) 박사는 기독교인들이 유대인들의 시온주의운동을 지지하는 이유는 잘못된 성경해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경에 대한 오역이 시온주의를 지지하게 되고 그 결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갈등을 지속시킬 뿐 아니라 기독교·이슬람 간 갈등까지 초래한다는 것이다. 최근 방한해 총신대와 아세아연합신대 등에서 강의한 사이저 박사를 만났다.
그에 따르면 기독교 시온주의가 표방하는 주장은 성전 재건을 비롯해 아마겟돈 전쟁 직전 휴거, 유대인만을 위한 약속의 땅 개념 등이다. 사이저 박사는 창세기 12장 3절 약속의 말씀을 예로 들었다. 기독교 시온주의는 이 구절을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축복하는 자들을 복 주시고 이스라엘을 저주하는 자들을 저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이저 박사는 “약속의 대상은 아브라함이었지 그 밖의 어느 누구도 아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신약성경에서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약속들은 예수를 구세주로 인정하는 사람들에게 성취됐으며 하나님의 복은 행위나 혈통이 아니라 은혜에 의한 믿음에 기초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기독교 시온주의의 성경 해석과 그에 따른 이스라엘 지지 행동은 1967년 ‘6일전쟁’ 이후 급부상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끊이지 않는 갈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중동의 무슬림들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를 심었다는 게 사이저 박사의 관찰이다.
그는 “중동의 무슬림들은 모든 기독교인을 시온주의자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무슬림들은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간주하고 크리스천 국가인 미국이 시온주의자를 지원하기 때문에 전 세계 기독교인 역시 시온주의를 지지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시절 성지순례에 가면서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성지에서 만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현지 교회 성도들은 유대인과 무슬림 양측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구교회는 이스라엘을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그런 가운데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박해를 당했다. 기독교 시온주의 연구는 여기서 시작됐다.
그렇다고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연구 동기는 신구약 성경으로 정확하게 ‘성지’를 보자는 것이다. 그는 로마서 9∼11장을 인용, “다른 인종과 마찬가지로 유대인들을 위한 하나님의 목적은 명백하다”며 “유대인과 이방인 모두가 구원을 받아 한 백성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교회 사이에는 분리가 아닌 연속성이 있으며 약속의 땅은 믿음에 근거해 하나님의 백성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2013년 11월 25일 신상목 기자의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