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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도 ‘유기농 목회’를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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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도 ‘유기농 목회’를 하렵니다”
  • 정윤석
  • 승인 2012.01.01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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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제자들교회 유진관 목사


 

유진관 목사(38, 경기도 광주 제자들교회 담임)를 경기도 광주에서 만났다. 그는 이제 38세다. 꽤 젊은 목회자다. 그러나 담임 목회 경력은 7년째에 이른다. 2005년 5월 처음 교회 개척을 했다. 지금은 개척교회를 어느 정도 졸업했다. 많은 난관을 이겨오며 이제 장년성도 70~80여 명으로 교회가 성장했다.

처음 교회 개척을 하려 할 때 많은 고민을 했다. 강도사 생활, 부목사 생활을 하면서 한계를 경험했다. 전임 사역을 할 때 주로 전도파트를 맡았다. 거의 영업사원처럼 뛰어 다녔다. 아파트 전도는 입에 단내가 나도록 했다. 일주일에 40집~50집을 들렀다. 1년이 되면 그 집이 문을 열든지, 아니면 유 목사가 포기 하든지 였다. 메모지를 붙여 놓기도 하고 선물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교회 일은 교회 일대로 했다. 부서가 유초등부였다. 교회 행정도 맡았었다. 시간이 갈수록 만족감보다는 회의감이 찾아왔다.

말씀의 깊이에 빠져 그 감동을 전달하고 성도들과 상담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보다 늘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봐야 했다. 결심하게 됐다. 젊을 때 양육에 힘쓰자는 것이었다. 말씀의 깊이를 느끼고 그 감동으로 제자훈련의 기초를 닦아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40대가 되면 그것을 기초로 더 활발한 사역을 하자고 결심하게 됐다.

아내를 설득했다. 5년만 고생하자고. 나를 믿어달라고, 지금 나는 영적으로 너무 탈진했다고 고백했다. 아내는 유 목사의 말을 믿고 따랐다. 그렇게 경기도 광주에서 시작한 목회가 이제 7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는 출발이 꽤 빠른 편에 속한다. 유 목사의 동기들은 이제 교회를 개척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는 기자를 만나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2012년에도 지치지 않고 사역을 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목사는 '부흥'보다는 잘 ‘생존’하고 교회를 잘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개척교회를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유 목사의 교회가 있는지 없는지도 제대로 몰랐다. 큰 교회가 아니라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5년동안 한 자리에 있자 사람들이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서 최소한 5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어야 ‘아, 교회가 있구나’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더군요.”

목회자들이 대부분 개척을 시작하게 되면 뜬 구름을 많이 잡는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부흥을 꿈꾸기도 한다. 야망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평생 개척교회 하다가 인생을 끝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목회자들의 속 마음은 개척교회 인테리어를 어떻게 했는지를 보면 안다고 한다.

“친구가 교회 개척을 하면서 7천여만원을 들여 교회를 꾸몄어요. 제가 말렸어요. ‘야, 제발 교회 시설에 올인 하지 말아라. 임대 건물에서 나갈 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처음 개척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 목사의 말은 들리지 않는 법이다. 큰 꿈을 꾸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교회 개척하고 1년 지나보면 그 모든게 소용없다는 것을 절절히 경험하게 된다.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하나님이 주시는대로 채우시고 개척할 때는 최소한의 단위로 시작하세요. 인테리어 비용에 수천만원 들였는데 교인들은 오지 않으면 얼마나 초라하고 처량한대요. 게다가 임대기간 만료되서 교회를 비워야 한다고 생각해봐요. 그러면 인테리어를 모두 철거하고 원상복귀를 시켜야 하거든요. 피눈물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교회도 있어요. 개척교회의 목적을 분명히 하세요. 부흥이 목적이다는 생각보다, 생존과 유지가 목적이다라고 생각하는게 좋을 거 같아요.”

일년안에 몇 명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은 유지라는 얘기다. 계속 어려움을 잘 버텨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1~2년은 계속되는 재정적 위기를 겪어야 한다. 처음에는 설교가 뜨겁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뜨거운 설교를 자신의 가족들만 듣는다. 많아야 5사람, 더 많아봐야 10사람이다.

“그런 설교를 2년~3년하면 김이 다 빠져요. 그럼에도 그 부분을 포기하지 않고 잘 유지할 수 있겠는가라고 자문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 청년들과 함께한 유진관 목사(가장 왼쪽)


유 목사는 2012년에도 결심한다. 교인 숫자가 10명이냐, 100명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목사로서 목회의 본질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에게 2011년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뭘까? 신천지에 빠졌던 한 성도가 다시 교회로 돌아온 것이다. 그 성도를 통해 유 목사는 목회의 본질이 뭔지를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저 성도들 잘 섬기고, 받들고, 귀한 줄 알고, 만일 탈선하는 사람이 있으면 목숨을 걸고 다시 되찾고 인도하는 목회의 본질, 그걸 붙들겠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신학교 시절 목사들을 많이 비판했다. 큰 교회는 권위적이라고 비판하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스로 개척교회를 경험하면서 많이 바뀌었다. 교회가 크냐, 작으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하나님이 주신 목회의 사명을 감당하시는 목회자, 자신의 분량대로 교회를 끌어가시는 목사들은 모두 존경스러워졌다.

“목회는 사람의 힘이 아니고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때 되는 거라는 걸 개척교회를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약품 많이 치고 비료를 줘서 빨리 억지로 자라게 하는 목회가 아니라 조금 더디더라도 꿋꿋이 교인을 성장시키는 유기농 목회를 하고 싶어요. 처음에 부흥하고 풍년이 들면 좋긴 하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토양이 약해져요. 전도기술을 의도적으로 도입해서 억지로 성장시킨 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복음을 알려주고 성경을 제대로 전하면 교회 성장이 더디어도 결국 그 교회가 더욱 건강한 교회로 자리잡을 거예요. 2012년도 그런 목회를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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