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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도 대찬 여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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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도 대찬 여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 정윤석
  • 승인 2010.07.29 0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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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여대를 지나가는 OOO번 버스 안. 출근시간이라 콩나물 시루같았다. 많은 여대생이 탔고 직장인들도 함께 탔다. 나도 그 버스 안에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는데 느닷없이 여대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이 XX야! 늙으려면 곱게 늙어!” 이 여대생의 매운 호통은 버스 안에 다 들렸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 여성을 향했다. 그 여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씩씩대며 뒤에 있는 중년 남성을 쏘아보고 있었다. 그녀의 기세에 눌렸는지 중년 남성은 눈길을 피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슬금슬금 그 자리를 피해 가는게 눈에 띄었다.

“와, 대차다!” “괜히 손 잘못 놀렸다가 개쪽당했다.”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그 여성은 내가 기억하는 대찬 여성이다.

정몽준 의원이 성희롱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사건은 이러했다. 2008년도 18대 총선 때 정 의원이 거리유세에 나섰다. MBC방송사의 여기자가 다가와 정 의원에게 당시 이슈가 됐던 뉴타운 개발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답변할 내용이 궁했는지 정 의원은 특별한 대답 없이 왼손으로 여 기자의 오른쪽 뺨을 쓸어내린 뒤 뺨을 툭툭 건드리고 비켜갔다. 이 때 여기자 왈 “지금 성희롱 하신 겁니다!” 정 의원은 그 자리를 황급히 피했고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나중에 정식으로 사과까지 하게 된다.

이런 대찬 여성이 교회에도 많아졌으면 좋겠다.

부산에서 목회하는 B씨는 교인들을 딸처럼 대했다. 교회 여자 청년들 또한 그를 아버지 대하듯 친숙하게 대했다. 매일 철야기도회가 활성화됐던 이 교회에선 종종 여자 자매들이 기도회를 마치고 교회에서 잤다. 장의자에 이불을 덮고 잤고 깨어나면 교회에서 밥을 먹기도 했다. 이런 청년들을 교회에선 교숙자라고 불렀다. 교회에서 숙식을 해결한다는 의미에서다. 철야가 끝난 후 자매들이 피곤에 지쳐 스러질 때쯤이면 아버지 같은 B 씨가 나타난다.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기 위해서다. 남들이 보면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자매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다. A자매가 여느 때처럼 철야를 마쳤고 잠자리에 누웠다. B씨가 다가왔다. 이마에 키스를 해주는 줄 알았는데 그날은 B씨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와 닿았다. ···

그 순간 A자매가 위에 언급한 대찬 여성들처럼 “지금 어디에 키스를 하신 겁니까?” 또는 “지금 성추행하신 겁니다”라고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것도 큰 소리로 말이다. 대차게! 물론 교회 안의 목사와 자매와의 특수한 관계성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결국 A자매는 B 씨에게 성폭행까지 당한다. 일생 가슴에서 지우지 못할 상처를 받게 됐고 교회에서 자신이 당한 일을 폭로하자 교인들은 ‘마귀에 들렸다’며 환자 취급을 했다. A자매는 지금 그 교회에서 쫓겨났다.

있어서는 안되는 얘기들이 기자에게 종종 제보된다. 더 쓰고 싶어도 못 쓸 글들도 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기자는 교회에도 대찬 여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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