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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복음 전하는 발레리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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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복음 전하는 발레리나입니다”
  • 정윤석
  • 승인 2009.12.24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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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발레앙상블 예술감독 신은경 교수


영화 타짜에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주연 배우 김혜수가 경찰에 자신의 도박 하우스를 수색당한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김혜수는 항의하면서 한마디 던진다. “×형사 이거 왜 이래!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수많은 동문이 있고 그들이 나의 배경으로 있으니 내게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들리고, 이대 나올 정도의 엘리트인데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는 말로도 들린다. 어쨌든 이화여대, 그 이대에는 무용학과가 있고 발레를 전공하는 이들이 이화발레앙상블(예술감독 신은경 교수)을 결성해 예배발레를 선보이고 있어서 화제다.

이화발레앙상블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발레를 통해 복음을 전해서만이 아니다. 무대에 올리는 작품 작품들이 감동과 도전을 주는데다 예술적으로 완성도까지 높다는 평가가 잇달아서다. 무용평론가인 송종건 씨는 이화발레앙상블의 공연을 관람한 후 “종교적 메시지를 최전방에 담고 있었지만 전혀 종교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 그리고 종교적인 무용은 바로 이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또한 종교 춤이 결코 무용의 중요한 한 장르가 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겠구나 하는 확신을 던져 준 작품”이라고 평한바 있다.

이화발레앙상블을 이끌고 있는 신은경 교수를 12월 18일 이화여대 대학교회에서 3시에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 교수는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이자 복음 전하는 발레리나로도 유명하다. 신 교수는 이화발레앙상블의 예술감독 겸 안무를 맡는다. 그녀가 안무를 담당한 대표적인 작품은 ‘메시아 예수’, ‘욥’, ‘돌아온 아들’ 등이다. 단순히 성경 말씀을 발레로 만들었다기 보다 작품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CBS의 <새롭게 하소서>에서 간증을 하기도 했다.

그녀가 이화발레앙상블을 조직하게 된 계기는 ‘이화여대 채플’ 때문이었다. 이화여대에선 채플 학점 8학기를 이수해야 한다. 그런데 3/4을 차지하는 비기독교인 학생들이 채플을 여간 부담스러워하는 게 아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 채플 시간에 이어폰을 꽂고 들어오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였다. 채플에 뭔가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채플발레였다. 발레로 복음적 메시지를 전하며 예배를 드렸다. 한 학기 중 일주일을 그렇게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여간 좋지 않았다.

그 발레 작품들이 하나둘 쌓이게 됐다. 고난을 그린 ‘욥’, 돌아온 탕자를 바탕으로 한 ‘돌아온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부활까지를 그린 ‘메시아 예수’ 등이 그것이다. 이 공연들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예배 발레를 보고 감동을 받은 사람 중에는 재학생도 있었고 졸업한 동문들도 있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요구했다. ‘이런 귀한 작품을 학교에서만 할 게 아니라 우리가 있는 곳에서도 함께 나누자!’ 그래서 미국을 가게 됐고 캄보디아을 가게 됐다. 연세대, 숭실대, 한동대 등 대학캠퍼스에서 초청을 받아 공연도 했다.

“미국에 가서 공연할 때 어떤 사람이 말했어요. ‘방학이 되면 한국에서 공연팀이 많이 와요’ 우리가 하는 공연을 워십댄스 정도로 여긴 겁니다. 그런데 공연을 하고 나면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더군요. 그 수준과 실력과 신앙적 메시지에 모두 입을 쩍 벌리고 감동을 받는다는 거예요. 미국인 노부부가 ‘욥’을 보고는 다가와 말했어요. 자신들이 복음을 전한 대한민국 국민이 이젠 미국으로 건너와 발레로 복음을 전하는 것을 보면서 너무 큰 감동을 받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이 아프대요. 미국인들의 신앙이 많이 해이해졌기 때문이라는 거였어요.”

▲ 메시아예수의 한 장면

이화발레앙상블에 대한 신은경 교수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신앙은 물론 실력에 있어서도 최고라는 마음이다. 신 교수는 자신의 선교무용이 ‘씨 뿌리는 사역’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화발레앙상블의 발레를 본다고 사람들이 곧바로 예수를 믿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에게 복음의 씨가 뿌려지고 있다고 믿는다. 특별히 발레를 통해 신 교수는 그 사역을 강화시키고 싶어 한다.

“우리가 승무, 살풀이 등 불교의식적인 무용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기독교, 십자가, 예수님이 나오면 어색하게 느끼는 한국의 정서를 깨뜨려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 학생들과 시간이 되는대로 그런 취지를 담아서 공연을 해 왔어요. 현재 단원들이 모두 학생이고, 저도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우선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습니다.”

신 교수는 선교발레 공연이 일반 공연과 영적인 측면에서 많은 차이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몇 달을 준비했는데 1~2시간으로 공연이 끝나면 마음이 허탈해진다는 것이다. 일반 공연과 예배무용의 차이는 성경속의 인물을 연기하면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생각하면 마음에 뭔가 큰 감동으로 충만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라고 한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공연이 끝나면 허탈한 심정이 되곤 합니다. 그런 심정을 신앙과 말씀으로 정화시키는 게 신앙인들의 특징이죠. 그렇지 않으면 힘든 일정을 버텨내지 못합니다.”

신 교수가 가장 애착을 갖고 심혈을 기울인 작품은 무엇일까? ‘욥’, ‘돌아온 아들’ 모두 애착이 가지만 ‘메시아예수’는 그가 예술감독을 한 가장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극 중간에 예수가 심문받고 십자가에 매달리는 드라마틱한 장면도 있다. 이 작품에는 헨델의 ‘메시아’를 사용하고 이 음악으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에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넣었다. 신 교수는 이 ‘메시아 예수’가 성탄과 부활절에 ‘호두까기 인형’에 버금가는 발레 레퍼토리로 자리 잡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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