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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추수꾼도 그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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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추수꾼도 그보다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 정윤석
  • 승인 2009.10.09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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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목회하는 A목사에게 B 전도사가 찾아왔다. B전도사는 예전에 A목사가 신학교에서 강의하던 시절 가르침을 받던 학생이었다. 말이 학생이지 신학교의 특성상 B전도사는 나이가 적지 않았다. B전도사는 A목사의 교회에 찾아와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다고,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A목사는 그가 신학생이라는 점을 감안 사역자의 직분을 맡겼다. A목사도 산전수전 겪어온 인생이어서 B전도사의 험난한 삶을 이해하고 최대한 그를 돕고 싶었다. B전도사는 전과가 있었다. 그래도 사람 한 번 만들어보자는게 A목사의 속 마음이었다.

수년동안 A목사와 B전도사는 열심히 함께 사역했다. 새벽기도를 할 때면 설교 훈련을 시키기 위해 A목사는 좌석에서 예배를 드렸고 B전도사는 설교를 했다. 청년부를 맡겨 젊은이들의 예배를 주관토록 했고 저녁 예배와 금요철야의 찬양인도 등 목회적 차원의 배려를 했다.

얼마 전 B전도사가 교회를 사직했다. 교인 20여 명과 함께였다. 지난 수년동안 B전도사는 사역만 했던 게 아니다. A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의 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도 병행했다. 그리곤 갑작스레 같은 지역에 있는 교회를 하나 임대해서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몇몇 가정이 동참해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B전도사는 A목사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까지 교인들에게 유포시켰다. 재정 장로들이 엄연히 교회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데도 교회의 모든 재정권을 A목사가 좌지우지 한다며 ‘독재자’라는 허황된 소문을 퍼뜨렸다. 목회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여자 문제까지 거론했다. 교회에 초청된 한 여성 사역자와 A목사가 은밀한 관계라는 둥···. 이 소문이 교회에 퍼지자 교인들도 정말 그런가 수군수군대기 시작했다.

교인 20명을 데리고 나간 것, 독재자라는 헛소리 등 모든 것을 감내하려 했던 A목사도 ‘여자 문제’까지는 용납할 수 없었다. B전도사에게 전화해서 “도대체 네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악한 소문을 퍼뜨릴 수 있는 것인가?”라고 호통을 쳤다. B전도사의 궁색한 답변이 황당했다. “죄송합니다. 할 말 없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소문은 소문대로 난 상황이었다. 교회 장로들이 B전도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며 분통을 터뜨렸다.

요즘 A목사는 그저 교회 강단에 무릎을 꿇는다. 고소를 하면 B전도사의 남은 인생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B전도사는 전과자다. A목사는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원수 갚는 것은 하나님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선악간에 하나님이 판단해 주시길 당부하고 맡기기로 했다. 강단에 무릎을 꿇을 때마다 수도없이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목회자만이 겪는 고통 때문이었다. 목회 인생 20여년 동안 이같은 일은 처음이었고, 그 어떤 사람의 배신보다도 가슴 아픈 경험이었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가 A목사를 만났을 때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역력했다. 이단 추수꾼들은 그나마 이단이니까 그렇다 치자. 도대체 소위 정통교회 안에서 자신을 믿고 신임해준 목회자의 뒤통수를 치고, 교인 20여 명을 데리고 나간 후에도 없는 여자 문제를 만들어서 은인에게 상처를 그 사람, 정말 이단 추수꾼도 그보다 나쁘지는 않을 듯하다.

A목사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가 있다. 조하문 씨의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다. 이런 가사가 있다. “내 아픔 아시는 당신께 내모든 사랑 드려요 이 눈물 보시는 당신에게 내 마음 드려요.” A목사도 이 노래를 좋아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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