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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저주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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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저주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니다
  • 정윤석
  • 승인 2009.02.05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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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 있는 모 교회에는 전문 상담사들이 배치돼 있다. 담임목사인 A 목사는 양질의 상담을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한 베테랑 중에 베테랑들을 교회에 상담사로 배치했다. 그들은 교회 성도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가정·교회·직장 문제 등에 대해 상담을 해줬다. 그런데 이들이 유독 어떤 전화가 올 때면 쩔쩔 맸다. 그런 상담이 올 때면 모두 담임목사에게 상담을 대신해 달라고 떠넘겼다. A 목사는 “전문 상담사들이 쩔쩔매며 답변을 하지 못한 상담은 바로 ‘교인들을 저주하는 어떤 교회의 담임목사’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대략 이런 내용으로 상담을 청하더라는 것이다.

“저는 교회 다니는 신도예요. 근데 그 교회를 이런저런 이유로 떠난다고 했더니 저주를 해요. 교통사고가 나서 죽는다는 거예요. 자녀들이 하는 일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상담사들도 교회 목회자와 관련한 내용인지라 함부로 뭐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상담사들은 담임목사에게 이런 상담을 떠넘겼던 것이다. 그 담임목사는 이런 상담이 맡겨지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 교회를 망설이지 마시고 당장 나오십시오. 신도들을 저주하는 교회는 교회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해 오셨습니다.”

신도들을 저주하는 교회가 더러 있나 보다. 이단들뿐만 아니라 일반교회 중에서도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겠다고 하면 저주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 저주가 사람들을 옭아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보다. 저주를 해서라도 교회를 떠나지 못하게 하려는 절박한 심정 때문에 그렇게 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과연 ‘저주’가 사람들을 교회에 붙잡아 매는 힘이 있기는 한 걸까? 서울 서대문에 사는 B신도가 교회를 다니다가 담임목사님께 메일을 보냈다.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있는데 그 교회에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아 다른 교회로 떠나겠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후 답변이 왔다. “너, 이 교회를 떠나면 저주받는다!”

B신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런 것이 현대 교회 목회자들의 실체인가라는 회의감에 빠졌다. B신도는 결국 어떤 교회에의 출석도 거부하고 교회를 떠나게 된다.

저주를 하면 신도들을 옭아 맬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착각이지 않을까? 위에서 살펴본 대로 오히려 교회를 떠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아는 이솝우화가 있다. 바람과 해가 내기를 한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로. 결국 내기에서 이긴 것은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사로운 해였다. 성도들을 저주하는 교회의 목회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우화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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