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지금까지 교회를 어지럽히고, 교리적 혼란을 가져왔던 세력들에 대해 이단, 불건전 단체, 교류 금지 등으로 적절한 규정을 해 왔다. 이것은 상대방이 성장하는 데 대한 시기나 질투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한국교회의 교리적 순수성을 위해서 타락한 교리와는 선을 그은 것이다.
타락한 교리라 함은 “한국교회에 복음이 없고, 우리들만 회복된 복음을 갖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교회관을 갖도록 조장하는 주장들을 일컫기도 한다. 선악과를, 성경에서 말씀하는 대로 실제 과실로 보지 않고 선악과 먹은 것을 사탄과의 성관계라고 주장하는 비정상적 교리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성경에서 분명히 첫사람이라고 말씀한 아담 이전에 무수히 많은 사람이 살았었다는 비성경적인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런 주장을 하거나 교리를 견지하는 단체에 대해 한국교회는 교리적 순수성을 지키고 그들로부터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도 높게 비판하며 선을 긋는 작업을 해 왔다.
실제로 이러한 규정은 한국교회의 건강성을 지켜온 기준이 돼 온 것도 사실이다. 목회자는 물론 성도들에게 가야 할 단체와 가서는 안 되는 단체를 구분할 수 있는 틀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이 이단 교리이고, 어떤 것이 건전한 교리인지 분별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그런데 한국교회가 세워 놓은 기준과 틀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허물고 다니는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들은 이단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고 어디든지 부르기만 하면 찾아간다. 이단규정은 ‘교리적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 때문에 발생했다’면서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의 권위를 송두리째 깍아내리는 인물도 있다. 이런 이들이 끊이지 않아 문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예장 통합측이 1991년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씨(평강제일교회 원로목사)의 서적 출판감사집회에 통합측에 소속한 민경배 교수(전 서울장신대학장, 현 백석대 석좌교수)가 참석해 서평을 했다. 민 교수는 10월 27일 여주 평강제일 연수원에서 열린 박윤식 씨의 <창세기의 족보>라는 서적 출판 감사집회에서 “우리가 존경하는”, “그의 방대한 성서지식과 그 이해의 깊이는 이를 비견하기가 힘들 정도로 심원하다”, “저자의 머리에는 성서 전체의 방대한 글들이 다 색인화(索引化)되어 있다”는 등 칭찬 일색의 말로 박 씨를 추켜세웠다. 그는 서평 말미에 박 씨에 대해 “믿음의 사도”라며 “거대한 역사신학의 체계를 그렇게 깊이와 간명(簡明)으로 수(繡)놓듯 밝히신, 이 저서의 저자 - 우리 박윤식 목사님”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민 교수는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한 발언에 대해 “서평일 뿐 박 씨의 신앙이나 사상에 대해 언급한 것이 아니다”며 “책을 잘 썼더라”고 잘라 말했다. 민 교수는 박윤식 씨가 통합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인물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예전에는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탁 모 씨가 규정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며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무지한 채 무심한 반응을 보였다. 이단규정 여부를 떠나 책만 잘 쓰면 서평을 해주는 것이 학자의 바른 태도라는 식이었다. 민 교수 외에도 박윤식 씨의 <창세기의 족보>에는 임태득 목사(예장합동 전 총회장), 차영배 교수(전 총신대학교 총장), 조영엽 교수(계약신학대학원)가 추천사를 써줬다.올 1월에는 김준곤 목사(CCC 총재)가 한국교회 주요교단에서 이단시한 류광수 목사의 다락방전도운동에 대해 ‘교리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이단으로 규정됐다’고 발언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김 목사는 다락방 산하 언론기관인 <세계복음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락방이 이단으로 규정된 것은 교리적인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에 의한 것이라며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은 ‘교회사적인 회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내용은 <세계복음화신문> 2007년 1월 7일자에 보도됐다. 또한 허긴 교수(침례신학대학교 전 총장)도 김기동 씨가 창설한 기독교베뢰아교회연합의 목회자 세미나에서 2007년 5월 21일~24일 특별강의를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단단체의 행사는 물론 이단에 소속한 언론사 등에 일부 CCM가수를 비롯해서 신학대학교 교수, 유명 간증자, 한국교회의 원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 얼굴을 내보인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이들 중에는 한국교회의 존경을 받아온 인사들도 있고, 인기를 끄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언행은 이단단체는 물론 이들을 주목하는 후학들과 성도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킨다. 이들의 행동과 말 한마디에 이미 그 단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단체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확대 해석을 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울러 한국교회의 이단 규정은 부당한 것으로 은연중에 인식되는 효과까지 거두게 된다. 이단과 관련한 유명인사들의 행보가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한국교회는 이단문제와 관련, 경계에 경계를 촉구해도 부족할 만큼 이단들의 공격을 많이 받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하나 돼 이단을 막자는 움직임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교단들은 나름대로 이단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노력하고 있다. 그런 한국교회의 노력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는 언행은 삼가는 것이 한국교회의 이단문제를 돕는 길이다.
한국교회는 차제에 간증, 찬양, 특강강연, 축사 등으로 이단 규정된 단체들에 대해 옹호성 발언을 하거나 교류하는 교계의 인사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누구이든 간에 단호하게 조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인사들에 대해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한국교회는 이단 규정을 하고, 일부 유명인사들은 이단단체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하고 축사를 하고 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