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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실체 알려줬으면 맘주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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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실체 알려줬으면 맘주지 않았지
  • 정윤석
  • 승인 2006.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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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3주년(인터넷신문 전환 1주년) 특집
이단 왜 이렇게 활개치나/ 교회 편의 요인 ③


   ▲ 이단 교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신도들. 이들도 처음에는 일반 교회 성도였다.
그는 젊고 유능한 목회자다. <거인들의 발자국>이란 책을 내면서 한국교회에 리더십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 그는 리더십 강의로 교회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인정을 받아 많은 곳을 다니며 강연을 했다. 그는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설교를 담당하는 한홍 목사다. 그가 강단에 섰다. 그의 설교는 양재 온누리교회 성도들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많은 성도들이 청취한다. 말 한마디에 그 누구보다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인 것이다. 그의 2005년 11월 27일 설교 제목은 '적그리스도에 대한 경고'였다. 그는 성령으로 거듭나고 영적인 능력이 충만해야 말씀을 깨닫는 눈이 생기고 적그리스도에 대해 분별이 가능하다며 성령 충만을 강조했다. 그런 그가 돌연 ‘이단 연구 무용론’에 근접한 황당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충만하면 적그리스도의 세력을 분별할 수 있는 영적인 능력을 갖게 되는 거예요. 여러분, 제일 한심한 게 뭔지 아세요? 이단 연구·세미나 하느라고 시간 허송세월하는 거예요. 그럴 필요 없어요. 여러분 안에 성령의 기름부으심이 충만하면, 진리의 말씀을 말씀으로 제대로 알고 있으면 어떤 가짜도 연구 안해도 금방 식별할 수 있어요. 여러분 안에 성령께서 영적인 본능을 그렇게 만들어 놓는다니까. ···본능으로 그게 있는 거예요.”

이단연구를 하는 것과 이단대책 세미나를 하는 것이 가장 한심하다는 주장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했다.

“미국의 재무국 직원들은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도사들입니다. 딱 보기만해도 어떤 종류의 위조지폐라도 알아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한테 각양각색의 위조지폐를 갖고 훈련시키는 것이 아니라 18살 때 재무국에 들어오자마자 진짜 지폐를 갖고 한 5년은 놀게 한대요. ···그래서 그것을 5년 정도 하면 어떠한 가짜도, 정교한 가짜도 딱 들이대면 안대요. 만져 보고, 냄새만 맡아도 금방 가려낸다는 거예요. 진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가짜를 본능적으로 밀어내는 거예요.”

즉 진짜에 대해 제대로 알면 가짜는 저절로 알아지기 때문에 이단 연구와 세미나가 허송세월이 된다는 얘기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삼경 목사(한기총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장)는 “마치 건강에 좋은 음식만 섭취하고 운동으로 건강관리만 잘하면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스꽝스러운 주장”이라며 “초대교회 때의 속사도와 위대한 교부들은 모두 이단연구가요, 비판가였는데 ‘한 목사는 그들도 한심한 일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되묻고 싶다”고 말한다.

정통교회 성도들이 이단에 빠지고, 이단들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이유에는 이렇듯 일부 목회자들이 이단예방을 위한 목회적 차원의 이단대책조차도 거의 한심한 짓, 쓸모 없는 일로 치부하는 시각도 한몫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무관심한 틈을 타고 포도원을 허는 작은 여우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한홍 목사뿐만 아니라 이단연구가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일이 이미 있다.

▲ 이단 세미나를 진행하는 교회의 모습. 이단문제전문가들은 적어도 1년에 한두 차례는 이단교리비판 세미나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 목사가 설교하기 훨씬 전 그와 거의 비슷한 설교를 했던 목회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도 한국교회에서 알려질 대로 알려진 유명 목회자였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폭발적 성장을 보이는 ㅅ교회의 ㅈ목사는 2001년 4월 5일 열린 한 직장인 수련회에서 메시지를 전하며 ‘가장 한심한 것이 이단 분별 세미나’라고 폄하한 적이 있다. 당시 참석자들은 약 1천여 명이었고 대부분이 직장인 크리스천들이었다.

적지 않은 목회자들이 이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사료되는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교회에는 이단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심각성을 느끼는 목회자들 이외에는 이단에 대해 예방차원의 교육조차 하지 않는다. 그나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교회에 이단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야 이 문제에 비로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후 약방문격이다.

그나마 최근 ㅅ교회에서는 이단에 대해 경계하고자 이단자료집을 발간해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많은 성도들이 이단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높게 평가할 만한 일이다. 이렇듯 문제가 발생한 후에라도 대책을 세운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단대처의 최선책은 아니다.

요즘 이단들은 정통교회 성도들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포교하는 것도 모자라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교에 열을 올린다. 정통교회 내부까지 침투해서 교인들을 빼내가며 활개친 지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이렇게 활개치는 이단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좀더 적극적인 예방책과 대처방법이 필요하다. 한국기독교통일교대책협의회를 설립하고 통일교의 문제점을 한국교회에 알렸던 박준철 소장은 생전에 “통일교가 이단이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들었다면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며 이단대처에 있어서 예방적 차원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세미나 장소에서마다 역설하고 다녔었다.

신학자인 이형기 소장(통합측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장)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적 상황에서 이단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유치한 이단 단체들이 난립하고, 성경을 곡해하거나 인위적으로 해석하는 이단들이 국내에 수없이 생겨나 '택한 자'라도 미혹하려는 현실에서 이단의 정체를 밝혀주는 연구 비판과 논쟁, 그리고 이단대처를 위한 세미나 교육 등은 절실히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한국교회가 개신교의 신앙적 전통과 믿음의 선조들이 지켜온 신앙의 유산들이 무엇인지 성도들에게 자세히 가르쳐 주고 이단을 예방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도 이단문제와 관련, 예방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매년 9월 첫 주간을 ‘이단 경계 주간’으로 정해 놓았다. 이날은 한기총 소속 교단들이 한 주간 동안 이단 세미나나 설교 또는 자료 배포를 통해 이단 사이비에 대한 경계심을 고취하고 모아진 헌금을 한국교회의 이단 공동 대책 활동에 사용함으로써 교단의 연합과 협력을 도모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 군산교회연합회는 6월29일 1천여 명의 성도를 대상으로 이단교리비판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단대처에 있어서 이단들의 종류와 그 교리적 문제점과 포교 방법의 실체를 알려 주는 예방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단연구 세미나나 특강 등을 1년에 한두 차례 정도 갖는 것만으로도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좀더 철저히 하기 위해서는 담임목사나 부교역자들이 이단문제와 관련한 전문 서적들을 읽고 교리적 문제점들을 핵심적으로 요약해서 성도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삼경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문제상담소장)는 이단예방 교육은 △성도들을 건강한 신앙으로 세워주고 △성도들이 바른 구원관을 갖게 하며 △성도들이 복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유익이 있다고 말한다. 이단단체의 문제점을 보면서 내 교회가 소중함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단단체의 이상한 구원론, 특히 율법주의적 구원론을 보면서 값없이 얻은 구원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성도들의 신앙이 바로 서면 교회는 더욱 건강해지고 연합하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단대처를 위한 예방 교육은 여러 모로 교회를 유익하게 하는 것이다.

이단 예방 교육과 함께 성도들에게 구원의 확신을 심어 준다면 이단에 빠지는 성도들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단예방 교육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명으로 생각하며 헌신하는 이단 연구가들의 활동조차도 우스운 것으로 폄하하는 목회자들이 있는 이상 그만큼 이단들은 한국교회의 언저리에서 정통교회 성도들을 빼내가며 마음껏 활개치고 다닐 것이고,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성도들의 신음소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단대처와 관련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좀더 적극적인 인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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